[상월결사 인도순례 5일차] ‘한국불교’ 인도 주민에게 환대 받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뜻밖의 인연 만나 지나가는 마을마다 꽃 뿌리고 박수쳐 “한국불자 방문으로 불교 인식 높아질 것” ​​​​​​​새두푸르 마을 스님 순례 끝까지 동참

2023-02-13     김하영 기자
2월13일 5일차를 맞은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현지 주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화환을 걸어주고 꽃을 뿌리며 한국에서 온 불자들을 환대했다.

불교가 사라진 인도에서 한국불자의 순례가 새로운 희망이 움트는 씨앗이 되고 있다. 2월13일 5일차를 맞이한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지나가는 마을마다 뜻밖의 환대를 받았다. 마을 주민들은 인도순례단이 지나가기를 일찍부터 기다리다가 순례 대중 한 명 한 명에게 꽃목걸이를 씌워주고 꽃을 뿌리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인구 대부분이 힌두교도인 인도에서 불교, 그것도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의 불교신자들을 적극 환영하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특히 순례단이 아침공양을 위해 빌린 장소인 새두푸르 마을의 학교 앞에는 오전6시부터 학교 교장과 마을 이장, 경찰 관계자 등이 자리하고 순례단이 오기만 기다렸다. 이윽고 순례단이 나타나자 일일이 꽃목걸이를 증정하고 꽃을 뿌리는 환영행사를 진행했다. 키산 인터컬리지 학교 교장 라제쉬 쿠마르 씨는 “부처님의 땅 인도에 오신 것을 정말 환영한다”며 “우리 학교가 공양 장소로 사용된 것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마을 이장 아제 쿠마르 씨는 “우리 마을을 방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여러분이 이곳까지 오셨으니 불교를 더 많은 인도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이장 실라 굽타 씨는 “여러분이 또 이곳을 찾아주시면 너무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의 한국 불자들을 향한 융숭한 대접은 계속 이어졌다. 마을 이장과 학교 교장 등 마을 주민들은 마을 바깥을 벗어나기 전까지 순례단과 같이 걸었다.

현지 주민들의 환대 속에 아침공양을 마친 순례 대중들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이 마을에 주석하는 인도 스님이 방문한 것이다. 마헨드라 보디 스님은 한국에서 온 순례단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스님은 신도 5명과 함께 순례단과 5일차 행선을 같이 했다. 신도들은 불교기를 높이 들고 스님과 함께 순례 대중 앞에서 걸었다. 한국 불자와 인도 불자의 만남은 예정에도 없이 깜짝 선물처럼 갑작스레 이뤄졌다. 인도 스님과 불자는 순례단의 5일차 도착지인 쉬브람푸르까지 이어졌다. 10km에 육박하는 거리를 그저 같은 불자라는 이유만으로 함께한 것이라 한국 불자들의 감동은 더욱 컸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인도 스님에게 감사의 표시로 ‘반야심경 동판’을 증정했다.

마헨드라 보디 스님은 “한국에서 불자들이 이곳까지 와서 걷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 나도 함께하게 됐다. 여기서 4km 떨어진 곳에 불교 유적지가 있다. 여러분이 가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부처님께서 보드가야에서 출발해 잠시 머물렀던 곳”이라고 말했다. 스님에 따르면, 새두푸르 마을 주민이 2000~2500명인데, 불교신자가 400여명에 달한다고 했다. 게다가 새두푸르를 비롯해 순례단이 가는 길에 불자들이 많이 산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인도에서 출발한 불교가 한국에서 꽃을 피워 2600년 만에 다시 인도로 돌아온 모습에 환희심을 느낀다. 이곳을 찾아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불교기’를 들고 함께한 불교신자인 나겐드리 씨는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나와 같은 불자라는 것에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인도 스님의 말씀대로 새두푸르를 출발, 목적지인 쉬브람푸르에 도착하기까지 순례단은 지나는 마을마다 현지 주민들에게 박수를 받고,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꽃을 뿌리며 가는 길을 장엄하는 뜻밖의 환대를 모두 4번이나 받았다. 순례 초기, 호기심으로 바라보기만 했던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불자들이며 부처님과 같이 걷기 위해 왔다는 것이 지역언론 등을 통해 퍼지면서 환영의 눈길로 바뀐 것이라 짐작된다. 마을 주민들의 말처럼 한국불자들이 부처님의 나라 인도에서 부처님 같이 수행하고 순례하는 모습을 보며 인도에서도 불교의 작은 씨앗이 심어지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이 바로 포교다.’

한편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2월13일 5일차를 맞아 새벽 2시45분 카코리야를 출발해 모두 25km를 행선하고 목적지인 쉬브람푸르에 도달했다. 순례 대중은 이날 주 경계선을 넘었다. 이전까지 우타르 프라데시(UP)주에서 순례를 했다면, 쉬브람푸르는 비하르 주에 속해있다. 비하르 주에 도달한 순례단은 앞으로 9일을 더 걸으면 부처님의 성도지 ‘보드가야’에 들어가게 된다.

5일차 숙영지는 환경이 열악하다. 지금까지 공공건물 등을 활용해 야영했다면, 이곳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다. 둘레에 천으로 가림막 정도를 설치해 구분한 숙영지는 그늘도 없어 밤이 오기까지는 뙤약볕을 그대로 맞아야 한다. 천막으로 엮은 세면시설에, 간이 화장실은 땅을 파고 그 위에 사각형 천막을 올렸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순례 대중은 이날도 열심히 걷고 열심히 수행하며 한 발 한 발씩 부처님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새두푸르 마을에서 아침공양을 하기로한  인도순례단에게 현지 주민들이 따뜻하게 맞이했다.
새두푸르 학교에 내걸린 현수막.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을 환영하고 있다.
5일차를 맞은 인도순례단을 마을마다 방문을 환영하는 현지 주민들을 만났다.
인도 스님과 불자들도 불교기를 높이 들고 순례단과 함께 길을 걸었다.
인도 젊은이들도 한국 불자들의 등장에 반가움을 표시했다.
한국 불자들의 등장에 박수를 치고 있는 현지 주민들.
화환을 걸어주며 환영 의사를 표현하는 현지 주민들.
불자로 보이는 마을 주민 가족이 합장한 채 순례단을 맞이하고 있다.
새두푸르 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강아지는 꽤 먼 거리까지 순례단을 따라왔다. 특히 회주 스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회주 스님이 인도 스님에게 선물을 증정했다.
아침 일찍부터 배웅 나와 순례단을 환영한 새두푸르 주민들.
마헨드라 보디 스님과 인도 불자들.
5일차 새벽 행선을 하고 있는 순례 대중.
5일차 순례 도착지인 쉬브람푸르 숙영지.

인도 새두푸르·쉬브람푸르=김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