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방생으로 세상의 평화를…”
상월결사 ‘월정사 평화 방생순례’ 1500여 사부대중 참여…최대 규모
‘내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최상의 방생이며 세상의 평화로 나아가는 바탕이자 첫 걸음이다.’ 상월결사 평화 ‘방생’순례가 그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상월결사(회주 자승스님)는 4월27일 제4교구본사 월정사에서 ‘평화 방생순례’를 거행했다. 기존의 평화순례의 의미를 확장한 ‘평화 방생순례’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됐다. 사부대중 1500여명이 각자의 마음에 방생을 화두로 삼고 한 걸음 한 걸음 힘차지만 차분하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스님 300여명, 재가불자 1200여명. 이번 순례의 규모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부분 해제되면서 그동안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참여를 자제해왔던 불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것이다. 3월 대흥사의 500명에 비하면 3배 규모. 하지만 대규모 순례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묵언한 채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순례길의 안전과 질서를 스스로 지켰다.
오전9시30분 이른 아침이었지만, 전국 각지에서 운집한 사부대중은 ‘월정사 평화 방생순례’ 입재식을 경건하게 맞이했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조계종 포교원장 범해스님이 대독한 인사말에서 “올해 상월결사가 실천으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세상의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마음의 자유 곧 마음의 방생”이라며 “마음의 방생을 바탕으로 평화순례가 지대한 원력과 실천으로 이어지고 뭇 생명과 함께 어우러지는 평화의 시대에 맞는 신행과 수행문화를 만들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순례를 준비한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순례단을 맞이하는 환희의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정념스님은 “오늘 오대산천에는 생명존중의 물결이 충만하다”며 “한걸음 한걸음마다 우리 마음을 비워내고 세상의 평화, 나의 행복이 함께 이뤄지는 자타일시 성불도하는 세상을 만드는 순례법회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아픔을 함께 하는 사부대중의 서원은 지난 대흥사 순례에 이어 월정사 순례에도 계속 이어졌다. 사부대중은 추도 입정을 통해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행복한 일상 회복을 기원했다. 특히 순례 식전공연에 우크라이나인으로 구성된 예술단이 공연을 펼쳐 이날 순례의 의미를 더욱 북돋았다. 입재식의 마지막은 발원문 낭독이었다. 고광록 조계종 제4교구 신도회장이 대표로 낭독한 발원문에는 평화 방생순례의 의미가 오롯이 녹아있었다. “…내가 나의 마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대자유이고 방생이며 평화를 나누는 순례의 시작임을 알아가겠나이다. 생명을 공경하는 시대에 맞는 신심의 실천임을 알아가겠나이다….”
입재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순례에 나선 사부대중은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과 계곡 물소리, 지저귀는 새 소리에 빠져들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젖은 시간은 잠시 뿐, 이내 내 마음의 방생을, 내 마음의 평온을, 온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며 걸었다. 이번 순례 코스는 총 12km. 입재식이 열린 월정사 자연명상마을 옴뷔에서 출발, 월정사를 거쳐 상원사까지, 오대산 선재길을 따르는 순례길이었다. 월정사에 도착한 순례단은 한암대종사 탄신 다례재를 맞아 헌화와 헌향으로 고승대덕의 뜻을 기렸다.
월정사는 순례 참가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갈증을 해소할 차를 제공하고 오이와 물, 다포로 구성된 선물도 증정했다. 월정사의 따뜻한 환대를 받은 순례단은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순례길에 올랐다. 상원사까지 10km 구간을 걸으며 다시 한 번 평화와 방생의 의미를 되새겼다. 상월결사 월정사 평화 방생순례의 회향은 각 사찰 주지 스님들이 신도들의 마음 방생을 축원하는 의식을 올리며 마무리됐다.
이번 순례에 참가한 수미산 상월청년회 회원 구자희(32, 법명 대지성)씨는 “이번 순례는 생명을 존중하는 방생의 의미가 더해져 더욱 특별했다”며 “도시에서는 묵언하면서 걷기가 쉽지 않은데 평화 방생순례를 통해 수행 정진하면 내 마음의 평온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월정사 기획국장 월엄스님은 “물고기 방생 등 전통적인 모습을 뛰어넘어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방생의 확장된 의미에 공감한다”며 “우크라니아 전쟁을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여기며, 중생의 아픔을 나누고 공감하는 마음 또한 방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화 방생순례’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의 말씀으로 비롯됐다. “차별 없는 생명 존엄의 가르침은 내 마음의 평온에서 시작된다. 시대에 맞는 신행문화와 인류평화의 공심을 걷기수행의 마음방생으로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 상월결사는 올해 평화를 테마로 교구본사를 순회하며 걷기 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평화를 얻으려면 내 마음부터 평화로워야 한다. 내 마음이 평화롭고 자유로워야 생명의 존엄을 알고 세상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세상의 평화를 바깥에서 구하지 말고 나로부터 비롯하자는 것이 마음의 방생이며, 이를 실천하는 행동이 평화 방생순례가 되는 것이다.
이날 순례에는 조계종 원로의원 자광스님, 중앙종회의장 정문스님, 포교원장 범해스님, 동국대 이사장 성우스님, 16교구본사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 20교구본사 선암사 주지 금곡스님, 24교구본사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불교신문 주간 오심스님 등 스님들을 비롯해 조계사, 봉은사, 도선사, 수국사, 호압사, 백담사, 연운사, 대덕사, 총명사, 염불사 등 전국 각지 사찰 신도들도 함께 했다. 주윤식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윤성이 동국대 총장, 이영경 경주캠퍼스 총장 등 교계 단체 관계자와 더불어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홍영표 김영배 정청래 민주당 국회의원, 한왕기 평창군수 등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월정사=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