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엄한 걸음 시작한 삼보사찰 순례
한국불교 중흥을 발원하며 남녘 길과 산야를 걷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순례단이 지난 1일 승보사찰 송광사에서 시작했다. 송광사를 출발한 순례단은 법보종찰 합천 해인사를 거쳐 18일 불보사찰 양산통도사에서 회향한다. 19일 동안 423㎞를 도보 만행하는 장엄한 걸음이다. 일찍이 한국불교사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고행길이다.
이번 순례는 2019년 겨울 위례 신도시 천막법당에서 동안거를 났던 상월결사단의 가행정진과 지난해 대구 동화사에서 서울 봉은사까지 511㎞를 순례하며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했던 ‘국난극복 자비 순례’에 이은 3차 만행결사다. 한국불교 성지 삼보사찰을 순례하며 찬란한 불교문화를 몸으로 느끼고 사부대중이 함께 미래불교를 그려나간다.
상월선원 천막결사와 작년 도보순례를 이끌었던 봉은사 회주 자승스님을 중심으로 호산스님, 심우스님, 도림스님 등 천막결사 대중과 50명의 승가, 재가자 30명이 함께 한다. 단순히 걷는 운동이 아니라 수행이다. 발걸음 딛는 그 길이 도량이요 하루 24시간이 가행정진이다. 만물이 잠들어 있는 새벽 3시에 일어나 12시간 동안 20㎞를 묵언 행선하며, 길 위에서 먹고 잔다.
5개 광역시도, 11개 시군을 관통하며 구례 화엄사, 천은사, 남원 실상사, 밀양 표충사 등 명찰을 지나고 해발고도 1079m에 이르는 지리산 성삼재를 비롯 많은 고개를 넘어야하는 순례는 고행 그 자체다. 아침 저녁으로 벌써 차가워진 기온은 순례객들의 잠을 설치게 할지 모른다. 갈수록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몸은 지치겠지만 화두는 더 생생하게 떠오르고 눈빛은 갈수록 형형하게 빛날 것이다.
순례단이 고행을 자처하는 이유는 한국불교 현실이 녹록치 않으며 코로나로 인해 국민들 삶이 고달프기 때문이다. 갈수록 종교 영향력이 약화되고 신도 고령화가 가속하며 청장년층 입문자가 줄어드는 한국불교가 마주한 현실을 길 위에서 국민들 속에서 걷고 부대끼며 찾겠다는 의지가 순례 길에 스며있다. 코로나로 인한 팍팍한 국민들 마음을 곁에서 함께 하려는 수행자의 자비심이 고행의 걸음에 담겨 있다. 그래서 말이 끊어진 자리에는 한국불교 중흥과 국난극복 화두가 가슴을 채운다. 부처님께서 중생의 안락과 이익을 위해 길을 나선 것처럼 산문을 나선 순례객들은 국민들 곁에서 지혜를 찾을 것이다.
삼보사찰을 잇는 길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순례길로 자랑해도 손색이 없다. 산과 길, 하천은 아름다운 한국의 자연을 대표하며 머무는 사찰 암자는 불교와 민족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역사 문화 인물 자연의 보고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기를 능가하는 한국형 순례길로 조성할 가치가 충분하다. 순례단이 걸어간 길을 많은 사람들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순례 길은 휴일이나 틈을 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한국불교가 새로 일어나기를 기원하며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는 마음을 가진 불자들의 동참을 기다린다. 순례단을 격려하고 가을을 맞은 남녘 들과 산길을 걸으며 자신을 관조하는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이다.
[불교신문3685호/2021년10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