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사찰 천리순례 1일차] ① 한국불교 새 운동…천리길 대장정 시작
삼보사찰 천리순례 10월1일 조계총림 송광사서 입재
불교신문이 ‘삼보사찰 천리순례’ 동행 취재에 나섭니다. 송광사를 시작으로 해인사를 거쳐 통도사에 이르기까지 423km를 걷는 고단한 여정이지만 ‘자기 수행과 대중 화합’이라는 화두 아래 어제와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는 매일이 될 것입니다. 걷기 조를 포함해 진행 및 지원단까지 150여 명에 이르는 순례단은 매일 땀을 흘리며 걷고 물집으로 인한 통증과 싸웁니다. 제대로 씻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하며 새벽 이슬, 한낯의 더위, 맨바닥 추위와 마주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힘으로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천리순례단입니다. 18일 간의 일정 동안 본지가 현장 소식을 매일 전합니다.
한국불교를 바로잡고 승풍을 진작코자 했던 정혜결사 정신이 서린 송광사에 300여 명 사부대중이 모였다. 중생곁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한국불교의 새 운동, 삼보사찰 천리순례에 동참하기 위해 마음을 함께 모은 자리. 부처님께서 걸으신 전법과 포교의 길이 우리 땅에 살아있음을 직접 두 발로 확인하고 자기 수행과 대중 화합의 염원을 가슴에 담는 여정이 본격 시작됐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세 번째 프로젝트인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은 10월1일 조계총림 송광사 대웅전 앞 마당에서 입재식을 열고 부처님전에 상월선원 결사의 공덕을 전법의 빛으로 승화시키겠다 발원했다. 94명의 순례단을 대표해 비구 대표 우봉스님, 비구니 지해스님, 우바이 이태경 씨, 우바새 정충래 동국대 이사는 고불문을 낭독하며 “이 길은 불교 중흥의 초석이 되는 길이며 국난 극복과 민생 회복을 염원하는 실천의 길임을 굳게 믿겠다”고 발원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이끄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보조국사 결사 정신을 이어 한국불교 근간을 계승하고 있는 송광사에 감사의 의미로 장군 죽비를 전달했다. 송광사 주지 자공스님이 송광사 대중을 대표해 죽비를 건네받았으며 순례단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격려를 약속했다.
송광사 방장 현봉스님은 직접 법어를 내려 순례단의 마음가짐을 당부했다. 현봉스님은 “출재가가 함께 길에서 걷고 길에서 자는 이 어려운 순례 여정은 신심과 원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신심과 원력을 돈독히 하는 동시에 순례단의 걸음걸음에 마음을 챙겨 스스로를 반조하라”고 설했다. 부처님의 길을 따른다고 생각하는 것 대신 스스로를 중심에 두는 대자유의 길을 따라가라는 의미다.
삼보사찰 천리순례에 대한 불교계 안팎의 관심이 큰 만큼 이날 입재식에는 종단 중직을 맡고 있는 스님들도 대거 참석했다. 16국사를 배출한 승보종찰 유나 현묵스님 등 송광사 고승대덕 스님들이 전야제부터 격려 인사를 전했으며 걷기 순례에 동참의 마음을 전하고자 종단 중진 스님들도 입재식을 찾았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경우스님을 비롯한 14곳의 교구본사 주지 스님과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정문스님, 교육원장 진우스님, 포교원장 범해스님 등 중앙종무기관 소임자 스님들도 자리를 빛냈다. 윤성이 동국대 총장과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등 재가자와 지역 사회에서도 함께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입재 후 천리순례단은 송광사를 출발, 423km 대장정에 나섰다. 이슬을 맞으며 텐트에서 하룻밤을 지낸 순례단은 송광사 대웅전 앞에서 결집해 일주문을 벗어나 신흥리와 창촌리 등 약 22km 구간을 걷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친다. 회주 자승스님을 필두로 8개 조가 1줄로 걸으며 코로나 방역 수칙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1m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걷는다. 삼보사찰 천리순례 총도감 호산스님은 “어렵게 마음 낸 만큼 전원 모두 무사히 완보하길 바랄 뿐”이라며 “오늘부터 시작된 천리순례가 회향하는 날까지 여여한 발걸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광사=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