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교류 선도…‘민추본’ 뜻 깊은 결과물”
■ 신계사 8주년 남북합동법회 의미
사찰 낙성식 이후 남북불교
최고위급 인사 법회 이끌어
사회 경제협력 활성화 ‘신호탄’
“보현사 서산대사 추계제향
108산사순례 방북 성사 기대”
지난 15일 금강산 신계사에서 봉행된 남북불교도 합동법회는 신계사 복원 이후 최대 규모의 인원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법회와 같이 100여 명이 한자리에서 만난 것은 2007년 신계사 낙성식에 300여 명이 참가한 이후 8년만의 일이다. 뿐만 아니라 8·25 남북 고위급 합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최초로 치러진 민간차원의 남북 공동행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날 법회를 시작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비롯해 민간차원의 남북공동행사가 줄을 이을 예정이어서, 이날 합동법회는 남북민간교류 활성화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번 법회는 얼어붙은 남북관계 속에서도 꾸준히 화해 무드 조성을 위해 앞장섰던 조계종 민추본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민추본은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이 중단된 2010년 5·24조치 이후에도 합동법회를 비롯해 만해스님 70주기 합동다례재, 북녘어린이 영양 지원 기금 마련을 위한 ‘도담도담’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민족동질성 회복에 앞장서왔다.
특히 이번 법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조선불교도련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지성스님의 만남이 성사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지난 3월 중국 심양에서 열린 불교 최고위급 회담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 총무원장 스님과 조불련 위원장 지성스님은 이날 만남에서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남북불교계 수장들은 법회 후, 금강산 목란관에서 점심공양을 함께하며 환담을 나눈데 이어 금강산 구룡연(옥류동)산행을 하는 동안에도 대화의 꽃을 피웠다. 불교교류 활성화 의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서 총무원장 스님은 조불련 위원장 지성스님에게 “남북교류가 좀 더 편안하고 원만하게 이어져야 한다. 남북불교가 함께 상생공존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건넸고, 대화에 대해서도 “공존과 상생, 합심을 통해 남북 불교교류와 통일의 의지를 나누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묘향산 보현사에서 서산대사 추계제향을 봉행하는 방안과 ‘108산사 순례기도회’의 신계사 성지순례 등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눈 것도 눈길을 끄는 점이다. 추계제향 봉행은 그동안 서산대사 국가제향의 완전한 복원을 위해 민추본과 제22교구본사 대흥사가 추진해 온 사업이다. 조불련 역시 보현사 추계제향 봉행의 취지에 공감했으나 남북 정세와 추가 협의 등을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108산사 순례기도회의 신계사 방문 역시 지난 2010년 예정됐다가 안타깝게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추본 본부장 지홍스님은 “올 하반기 북측 인사들에게 서산대사 추계제향을 묘향산 보현사에서 봉행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보자는 제안을 했다. (조불련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남북이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해 마음을 모은 만큼 하루빨리 남북이 하나 되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 정부 차원에서도 5·24조치를 해제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더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8산사 순례기도회 회주 혜자스님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다시 신계사와 보현사, 성불사 등을 순례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남북관계가 회복돼 순례길이 열리면 1000명의 순례단을 이끌고 금강산 땅을 밟고 싶다”고 말했다.
남북불교도 합동법회에 동행했던 참가자들도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4년여 간 신계사에 머물며 복원불사 도감을 맡았던 제정스님은 “재작년 신계사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기와에 금이 가거나 목재가 갈라져 있어 훼손이 심각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보수도 돼 있고 상태도 양호한 편”이라며 “다시 와보니 복원 불사를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과 뿌듯함이 새삼 느껴져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이날 법회는 북한과 꾸준히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등 민간 교류에 있어 선도적 역할을 해 온 조계종 민추본의 뜻 깊은 결과물”이라며 “특히 이산가족 상봉을 5일여 앞두고 신계사 합동법회가 먼저 진행된 것은 민간교류 활성화에 있어 남북불교 교류가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불교신문3146호/2015년10월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