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사자암 주지 향봉스님은 스님 사이에서 일반화돼 있는 생일 잔치와 49재를 비롯해 폐쇄적인 승가문화 등 공공연하게 제기돼온 한국불교의 병폐를 꼬집었다. 지난 17일 세번째 법석에서 스님은 “불교가 점점 세속화돼 가고 있다”며 불교계에 만연해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문중 중심의 폐쇄성 고쳐나가야”
 
해당 사찰 출신이 아니면 소임자 될수 없는 게 현실
 
 
먼저 스님은 조계종 총림 사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중 중심의 폐쇄주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사찰 출신 승려가 아니면 강원장, 선원장, 율원장이 될 수 없는 것이 오늘날 한국불교의 모습이다. 열심히 공부해 학위를 얻은 다른 교구본사 소속 스님에게 특강시간은 줄지언정, 승가대 학장으로 초빙하는 경우는 드물다. 총림에서도 폐쇄적인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스님은 한국불교가 변화해야 하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임을 강조했다.
 
또 결제, 해제 때마다 발표되는 총림 법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짜깁기 일변도의 결제.해제 법어 속에서 흐름이나, 일러주고 싶은 메시지가 활자 속에서 이미 흔들리고 있는 것을 많이 느낄 때가 많다”며 “더 심각한 것은 누군가가 대신 방장스님의 법어를 써주는 관행이 암묵적으로 진행돼 왔다는 것”이다. 스님은 “실력 없는 선지식, 선지식 아닌 가짜들이 불교를 흔드는데 부끄러운 줄도 몰라 선수행의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고 말했다.
 
해제비 문제도 꺼냈다. 해제비는 안거 한 철을 지내고 나면, 소속 사찰에서 지급하는 돈이다. 향봉스님은 “특정사찰을 중심으로 스님 개인에게 지급되는 해제비 금액에 대한 기록이 해마다 경신되고 있다”며 자신이 원력을 세워 정진한 스님에게 많은 해제비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노동자의 3개월 인건비와 버금가는 해제비가 지급되는 반면, 비구니 선원에서는 10~20만원에 불과한 불균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일부 스님들 가운데 해제비를 법답게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
 
선수행 풍토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선지식이라 일컫는 해인사 성철스님은 해인총림 방장을 20년 이상 했지만, 누군가를 인가해 준 적이 있거나, 입적 후 스님을 능가하는 제자가 배출됐는지 생각해보라”는 스님은 “닭이 천 마리면 봉이 한 마리라는데 왜 한국불교에서는 이게 통하지 않을까”에 대해 문제제기 하며 “100개의 선원에서 2500명이 수행하고 있고, 1년, 2년, 10년을 기다렸지만 선지식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타성과 지도자 부재로 꼽았다.
 
이어 장례문화에 대해 얘기했다. 49재의 목적은 죽은 영가가 부처님 위신력을 통해 업장소멸해 왕생극락할 수 있게 기원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스님의 49재의 경우 여러 사찰에서 지내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인연 있는 사찰이나, 스님들이 지내는 것이다. “7개 사찰에서 옮겨 다니며 지내는 49재는 분명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위패를 이곳 저곳 옮겨가며 분주하게 지낼 일이 아님을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스님은 출가자의 생일문화는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정리=어현경 기자
 
 
 
 
■ 관련 토론
 
향봉스님이 제기한 해제비 문제에 관해 박홍숙 씨는 스님들의 노후보장이 돼 있지 않은 것을 폐단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노후복지 시스템 부재로 인해 부정적인 면이 생긴다”며 “불교가 갖고 있는 재산은 적지 않고, 안거 후 나눠주는 보시금을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제도화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 노후복지 不在도 문제
 
화엄학림 학장 법인스님은 “의식전환을 얘기하지만,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현재 원로스님이 입적하면 5일장 이상을 한다. 그것이 문제면 법과 제도를 고쳐, 바꿔나가면 된다. “법과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문제제기는 관념적인 불교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해제비도 이런 측면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비구니 스님은 “선원수좌회를 중심으로 청규를 만들어, 올 연말 쯤이면 나온다고 알고 있다”며 “그러면 선원만큼은 청규를 통해 생활하기 때문에, 선원의 부정적인 측면은 개선되리라 본다”고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향봉스님의 문제제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이어졌다. 이민우 씨는 “자칫하면 제방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법스님은 “집안의 추한 꼴을 왜 들춰내나 비판도 있지만 위험과 부담을 감수하며 의견을 전한 스님에게 감사하다”며 “이런 문제제기는 우리 안의 곰팡이들이 확대 재생산 될 수 없도록 바람을 쐬게 하는 일로, 횟수가 거듭되면 저절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 석종사 혜국스님은 “몇 몇 절에서 고액을 해제비로 지급하고, 스님들 또한 수행자답게 쓰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끄럽고 고쳐야 할 문제이지만 부풀려지고 잘못 전해진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신문 2551호/ 8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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