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큰 사찰의 여러 법당을 참배하던 중에 업경대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후에 심판을 받는 것이라 들었는데,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과거 삶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이 業鏡

그것을 바로 읽어낼 때 미래도 보일 것

 

답: 사후에 가서 살펴보기 전에는 업경대(業鏡臺)의 존재여부를 알기 어렵겠지요. 문헌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해도 믿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다른 각도에서 업경대를 설명해 보려 합니다.

우리가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업경대는 매일 자신의 얼굴을 보는 눈앞의 거울입니다. 좀 더 엄격히 말하면 자신의 얼굴이 업경(業鏡)입니다. 업(業)이란 이제까지 자신이 살아온 흔적이면서 나아가는 방향성입니다.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만을 가까이 하는 사람, 겉모양만을 쫓아다니는 사람,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싶은 대로 뱉듯이 말하는 사람, 수시로 흥분하여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람 등은 나쁜 업을 쌓아가는 사람입니다.

이 나쁜 업은 이윽고 얼굴에도 그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고 오래되면 얼굴 자체를 변하게 만듭니다. 그러니 세월이 지나면 자기 얼굴에 그 업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이 경우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인상을 갖게 되겠지요. 좋은 업도 같은 방식으로 얼굴을 변하게 만듭니다. 물론 호감을 갖게 하는 얼굴이 될 것입니다.

옛 어른들은 젊은 사람을 최고로 칭찬할 때 ‘그 사람 이목구비가 반듯하군!’ 하였습니다. 이 말은 얼핏 생각하면 귀와 눈과 입과 코가 잘 생겼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언행이 바르고 칭찬할 만하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목구비가 반듯하다는 것은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얘기를 잘 듣고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과 편견이 없이 살필 수 있는 바른 안목과 언제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표현력과 늘 안정을 취하기에 가능한 고른 숨을 갖춘 것을 뜻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되면 굳이 병원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얼굴이 평화롭게 바뀌기 때문에, 외형적인 이목구비도 반듯해지거나 적어도 타인들에게 흉하게 보이질 않게 되지요. 친구도 자신의 업경이 될 수 있습니다.

흔히 하는 말에 친구들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 하지요. 직접 보면 알 것을 뭐 친구들까지 볼 것이 있느냐고 하겠지만, 사실 오래 사귀기 전에는 진실을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귄 친구들을 보면 그 사람이 드러내 보이지 않았던 감추어진 업의 모습이 어느 정도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나쁜 업에 물들지 않기 위해서 “현명한 동반자를 만나면 기쁘게 함께 가고, 만약 그런 동반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직업도 하나의 업경이 됩니다. 대개 오래 종사한 직업이라면 어느 정도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기에 선택한 것입니다. 또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해도 오래 그 직업을 갖다보면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바른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업경대는 과거의 업을 보여주어, 그 결과를 정확히 심판함으로써 미래를 결정하는 물건입니다. 업경대는 바로 현재의 자기 모습입니다. 현재의 자신의 모습에는 과거의 모든 것들이 녹아 있습니다. 그것을 정확하게 읽어낼 때 비로소 미래가 보일 것이며, 그 미래의 삶은 곧 자기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겠지요.

송강스님 / 개화사 주지

 

[불교신문 2547호/ 8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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