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좌선의 자세(調身) ②


많은 좌법이 있지만 부처님께서 오직 결가부좌만을 사용하신 까닭을 <대지도론(大智度論)> 권7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결가부좌는 모든 좌법 중에 가장 안온하여 피로하지 않고, 마음이 산란하지 않아서 사위의(四威儀) 중에서 가장 안온한 자세이므로 도법(道法)의 좌법이라고 하며, 또한 마왕(魔王)이 이 좌상을 보면 두려움을 느끼고, 그림에 그려진 가부좌를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낀다”고 하였다.



결가부좌로 앉노라면

몸이 편안하여 삼매에 든다네.

위엄과 덕, 많은 사람 경앙하니

태양이 온 누리 비추는 듯하네.

졸음, 게으름, 전복 마음 없애면

몸이 가벼워 게으르지 않으리.

깨달음 또한 쉽고

편안한 가부좌, 용이 서리를 틀듯이

그림 폭에 가부좌만을 보아도

마왕은 걱정하고 겁을 낸다 하니

하물며 도에 드신 스님께서

편히 앉아 몸 기울지 않음이야.



이 때문에 결가부좌를 하는 것이다. 또 다음으로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처럼 앉으라고 가르치셨다. 외도들 중에서 어떤 이는 항상 발을 들고 도를 구하고 어떤 이는 항상 서있기도 하고, 어떤 이는 발을 올려놓기도 하였다. 이처럼 미치광이의 행동을 하면 마음이 사악한 바다에 빠지고 몸은 편치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결가부좌를 하고서 몸을 곧게 앉도록 가르치신 것이다.

무엇 때문에 몸을 곧게 해야 하는가? 쉽사리 마음을 바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을 곧게 앉으면 마음에 게으름이 없고 마음과 뜻이 단정하여 생각을 묶어둘 수 있다. 만일 마음이 치달리거나 흐트러지면 이를 붙잡아 다시 되돌려서 삼매로 들어가고자 갖가지 치달리는 마음을 모두 붙잡아두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을 묶어두면 삼매왕삼매(三昧王三昧)에 들어갈 수 있다.



야결가부좌(若結加趺坐)면 신안입삼매(身安入三昧)라

위덕인경앙(威德人敬仰)하야 여일조천하(如日照天下)라

제수란복심(除睡覆心)이면 신경부피해(身輕不疲懈)라

각오역경변(覺悟亦輕便)하니 안좌여룡반(安坐如龍蟠)이라

견화가부좌(見加趺坐)면 마왕역수포(魔王亦愁怖)온

하황입도인(何況入道人)이 안좌부경동(安坐不傾動)가

이시고(以是故)로 결가부좌(結加趺坐)니 복차불교제자 응여시좌(復次佛敎弟子 應如是坐)니라 유외도배(有外道輩)는 혹상교족구도(或常翹足求道)하고 혹상립(或常立), 혹하족(或荷足)하니 여시광견(如是狂)이면 심몰사해(心沒邪海)하야 형부안은(形不安隱)이니라 이시고(以是故)로 불교제자 결가부좌신좌(佛敎弟子 結加趺直身坐)니라 하이고(何以故)로 직신(直身)고 심역정고(心易正故)니라 기신직좌(其身直坐)면 칙심부란(則心不)하고 단심정의(端心正意)하야 계념재전(繫念在前)이라 야심치산(若心馳散)이면 섭지령환(攝之令還)하야 욕입삼매고(欲入三昧故)로 종종치치념(種種馳念)도 개역섭지(皆亦攝之)니라 여차계념(如此繫念)이면 입삼매왕삼매(入三昧王三昧)리라


피로하지 않고, 마음이 산란하지 않아

마왕이 이 좌상을 보면 두려움 느껴…

결가부좌 어려운 이는 반가부좌 해도 돼




또한 참선할 때의 가장 바른 자세는 결가부좌가 최우선이지만 결가부좌가 잘되지 않는 사람은 반가부좌를 해도 된다. 결가부좌나 반가부좌 모두 앉는 자세로는 가장 과학적인 자세로써 지구력과 집중력을 배가할 수 있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반가부좌를 보살의 좌상이라고도 하는데, 반가부좌를 할 때는 앉은 자세가 정삼각형의 모습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손의 자세는 발의 자세와 같아야 한다. 만약 왼발이 위에 있을 때는 오른손을 밑에 놓고 왼손은 그 위에 포개어 가지런히 하되 엄지손가락이 서로 맞닿도록 하고, 만약 오른발이 위에 있을 때는 손도 바꾸어서 왼손을 밑에 놓고 오른손을 위로하여 가지런히 엄지손가락이 서로 맞닿도록 하면 된다.

이와 같이 취하는 손의 자세 즉, 수인(手印)을 법계정인(法界定印) 또는 선정인(禪定印)이라고 한다. 이는 예로부터 망념을 버려 움직이지 않고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삼매경에 들게 하는 수인(手印)으로 입정을 상징한 것이다.

인(印)이란 부처님의 내증(內證).서원(誓願).공덕(功德)의 표시이므로 불변하는 것이며, 손가락의 모양이나 들고 있는 기물(器物)을 달리 하기도 한다. 손가락의 모양을 수인(手印)이라 하고, 물건으로 인(印)을 표시한 것을 계인(契印)이라한다. 인을 결하는 상에는 불보살의 구별이 있고 각기 본서(本誓).염원(念願)이 있으며 때와 장소에 따라 인이 달라지며 인의 종류는 무수히 많다고 할 수 있다.

사찰에 가면 부처님의 수인 중에서 가장 많은 모습이 선정인(禪定印)이다. 우리는 사찰에 가서 늘 부처님을 친견하면서도 부처님께서 앉아 계시는 모습이나 손 모양을 그냥 지나쳐버린다. 부처님이 취하고 계시는 모습 그 자체가 바로 우리 불자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결가부좌를 취할 때 발의 자세와 손의 자세를 같이 하는 이유는 기(氣)의 역리현상을 방지하여 기가 순행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와 같이 발과 손의 위치가 정해져서 정좌(正坐)하고 난 뒤에는 몸을 천천히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으로 반복해서 흔들어 몸의 중심을 잡은 뒤 긴장을 풀고 단정히 앉는 것이 좌선의칙(坐禪儀則)의 바른 자세이다.

본문의 ‘서서거신전흠(徐徐擧身前欠)’은 <대장일람집>에서는 ‘서서거신양구(徐徐擧身良久)’로, <치문경훈>에서는 ‘서서거신전향(徐徐擧身前向)’으로 쓰여 있다. 본문의 전흠(前欠)이란 매우 난해한 말이지만, 흠(欠)이란 흠신(欠伸)의 뜻으로서 긴장을 푸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큰 뜻을 세워 좌선을 한다 할지라도 가장 기초인 자세가 바르지 않고서는, 올바른 공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서 소홀히 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불교신문 2523호/ 5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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