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단서 ‘베푸는 삶’ 법문

 

<만행>의 저자이며 미국 예일대와 하버드 대를 나온 벽안의 승려로 유명한 현각스님이 최전방을 지키는 장병들을 만났다. 한국에 온지 18년 된 현각스님은 유명대학 출신에다 유창한 우리말 법문으로 스타가 된지 오래다. 서양 출신 스님 중 대중과 가장 많이 만났는데 장병들 앞에도 몇 차례 섰다. 하지만 전방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각스님은 지난 2일 중서부 전선을 지키는 육군 28사단을 찾았다. 스님은 이날 오전 11시 께 보살 두명과 함께 경기도 양주의 28사단 사령부에 도착했다. 부천 석왕사 신도회장 불이성 보살과 공덕행 보살 그리고 28사단에 근무하다 얼마 전 의병제대한 그녀의 아들과 함께 였다. 스님은 지난 하안거 동안거를 문경 봉암사에서 묵언정진 수행하고 이날 독일로 떠날 계획이었다. 우연히 공덕행 보살이 매월 28사단을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병들을 만나기로 해 출국 날짜가 미뤄졌다.

박종선 사단장, 김영출 부사단장 등 사단 지휘관 및 참모들과 28사단 성원 김대성법사가 사령부 앞에서부터 영접했다.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사령관 접견실에서 환담했다. 원래 28사단 법당을 참배한 뒤 점심을 마치고 전방 대대로 향할 예정이었는데 사단장이 소식을 듣고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 행사가 커졌다.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현각스님을 사단은 귀빈대접했다. 현각스님은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박 사단장은 “계룡대 근무당시 국제선원 무상사에서 스님 말씀을 들은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사단장은 이어 28사단을 소개했다. “6.25때는 물론 임진왜란 때도 이 도로를 통해 지나간, 적들의 진출입이 아주 용이한 전략적 요충지”라며 “중요 지역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장병들이 열심히 근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각스님은 “미군 부대와 얼마나 가까운가”하고 물었다. 현각스님은 사단 병력이 10000명에 이른다는 이야기에 ‘우와’하며 감탄사를 뱉었다.





사단장은 “하버드 까지 다녔다는데 어찌 스님으로 오셨나”며 관심을 표시했다. 이 질문은 오후 전방 대대에서도 나왔다. 질문을 던진 장병은 (하버드 까지 나온 분이) ‘어쩌다가’ 한국스님이 됐냐고 물었다. 스님도 좌중도 폭소를 터뜨렸다. 사실 모두 가장 궁금해하던 질문이었다. 스님은 사령관에게 “대학에서 사회와 삶에 대해 고민했는데 한국서 오신 스승을 만나 엄청난 가르침을 받았다. 그 가르침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있는 공부였다”고 했다. 오후 한 장병이 던진 같은 질문에 대해서 스님은 더 상세하게 답한다.

사단장은 사단 마크와 구호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선물했고 현각스님은 모자를 써보며 기뻐했다. 이날 마침 현각스님이 쓴 그의 스승 숭산스님 가르침을 담은 <부처를 쏴라>가 나왔다. 서점에 진열되기 전 출판사에서 몇 권의 책을 가져온 스님은 사단장에게 가장 먼저 선물했다. 현각스님은 사단장에게 선물하는 책에 이렇게 썼다. ‘존경하는 나의 길벗, 박종선 장군님께, 길 진리 생명’. 이 책은 굉장한 인기였다. 종교와 상관없이 책을 선물 받고 싶다는 문자가 오전 내내 사단 법사 휴대전화를 울렸다.





대화는 장교 식당으로 옮겨 계속됐다. 헤드테이블에 앉은 사단 간부들은 현각스님의 방문을 환영하며 그의 법문을 경청했다. 이 자리에서 현각스님은 그의 가족과 한국전쟁과 인연을 소개했다. “어머니 남동생과 사촌이 6.25때 한국전에 참전했다. 남동생은 돌아왔고 사촌은 전사했다. 어머니 남동생은 늘 편지에 한국이 아주 추운 나라라고 썼다. 내가 한국에 간다고 하자 어머니는 추위를 조심하라고 일러주셨다”고 했다.

스님은 식사후 간단하게 불교를 소개하고 한국 종교와 문화의 우수성을 이야기했다.

현각스님은 식당에서 장교들을 대상으로 유럽 사람들이 한국의 고건축과 참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며 자신도 유럽인들에게 참선을 지도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스님은 “북유럽은 물질적으로 풍부하지만 정신적으로 공허하다. 이를 해결하는 길은 자신으로 향하는 참선 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님은 “일본 법당은 아름답지만 공부를 안한다. 하지만 한국의 사찰은 어딜가든 참선 기도 주력 등을 한다. 한국의 어디를 가든 정말 활발한 종교활동을 한다”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늘 기독교의 성경과 예수님 가르침을 비교하며 불교를 이야기했다.이는 다른 종교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종교는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스님은 "순간 순간 찰라 찰라 지금 여기 이 순간 하는 일이 전부 나의 일이다. 먹을 때는 오직 먹을 뿐이며 잘 때는 오직 잘 뿐이다. 예수님도 천국 가고 싶으면 어린애가 되라고 했다. 아이는 울 때는 그냥 울고 먹을 때는 먹기만 한다. 과거 회상하지 않고 미래 걱정하지 않는다. 오직 지금이다. 예수님도 같은 이야기 했다“

스님의 관점과 관심은 요즘 한국의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심사와 많이 달랐다. 그것은 오후 장병들과의 만남에서도 드러났다. 스님은 한국이 아주 우수한 종교사상과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고 우리는 현각의 외형에 더 관심을 가진 듯 했다. 그의 학력과 유창한 한국어, ‘오바마의 대학 2년 후배’ 등등 ..





법당을 참배한 스님은 오후 2시가 넘어 전방으로 향했다. 이날 강연을 하는 곳은 오는 9월 철책근무를 들어가는 대대였다. 대대장 고태남 중령은 28사단 법당 금강회장이었다. 스님의 법문 소식에 군불자 가족들이 찾아오고 멀리 석왕사 신도들도 달려왔다. 신도들은 장병들에게 나눠줄 초코파이를 준비했다.

400명중 350명이 강당을 메웠다. 우렁찬 박수와 환호로 스님을 환영했다. 스님이 이날 장병들에게 던진 주제는 ‘자유로운 삶’이었다.


 

스님은 “지옥과 천국이 있다. 두 곳 모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차려져 있는 곳이다. 그런데 사람들 팔이 젓가락 처럼 구부려지지 않는다. 지옥의 사람들은 제 입에 넣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결코 먹을 수없다. 반대로 천국의 사람들은 앞에 앉은 사람 입에 넣어준다. 지옥과 천국은 같다. 어느 믿음으로 사느냐에 따라서 지옥이 되기도 하고 천국이 되기도 한다. 베푸는 마음으로 살 때 지옥을 천국으로 만들 수 있다. 모든 종교가 똑같은 가르침을 갖고 있다”

스님은 본인이 태어나고 자라 한국의 스님이 되기 까기 과정도 소개했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의 9남매 형제 가운데 자랐다. 삶은 풍부했다. 여름 별장도 있었다. 내가 14살 때 사촌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었다. 사는 게 무엇인가 고민했다. 예일대 하버드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의문을 풀고자 했다. 그러다 출가했다. 여러분들의 조상이 세운 종교가 나의 의문을 깨워주었다.”

그 전통은 내면으로 향하는 공부였다. 스님은 “서양은 물질 문명을 일궜지만 내면으로 향하는 길은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그 본 마음을 잡생각이 가로막는다. 잡생각을 막기위해서는 당장 단전호흡을 하면 된다.는 것이 스님의 가르침이었다.

내용은 무겁고 딱딱하지만 장병들은 한명도 졸거나 딴짓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진지했다. 스님의 법문이 끝난 뒤 질문이 쏟아졌다.

 



  

장병 : “스님의 멘토는 무엇입니까”

스님: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스승이다. 내 스승은 4년전에 죽었다.(웃음). 잡생각 때문에 슬퍼지고 힘들고 외로워 진다. 그런데 생각 자체는 아무것도 없다. 생각을 믿고 집착하기 때문에 세상과 거리를 만든다. 생각이 어디서 일어났는지 그 본질을 의지하면 다른 스승 필요없다. 항상 어떤 인물이 스승으로 있어야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어리석인생각이 만들어낸 허깨비에 미련갖지 말고 찰라 찰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라”

질문: “어떻게 하면 후회없이 살 수 있나”

스님: “베푸는 마음으로 살면 된다.”

질문: “힘들 때 어떤 마음을 가지면 되나”

스님: “같은 질문이다. 단전호흡이 제일 쉬운 방법이다. 여자 친구 변신했다는 나쁜 소식 들었을 때 복수한다는 생각이 들면 호흡부터 가다듬어라 복수 생각 없어 질 것이다”

 


 

질문: “좋은 대학 나와서 어쩌다가 스님이 됐나”

스님 :“예수님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하셨다.참다운 진리를 찾고 싶었다.그래서 스승을 만났을 때 추호도 망설임 없이 스님이 됐다. 무조건 해야할 일이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 전혀 없다.

질문: “군대에서 힘들지만 남을 돕고 싶은데 어떻게 잘 베풀수 있나”

스님:“베풀겠다는 마음을 버려라. 그냥 할 뿐이다. ‘DO IT'"

질문: 종교는 서로 연관이 있나

스님: “종교는 병원과 같다. 이미 해결 방법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게 치료할 뿐이다. 종교도 그와같다. 베푸는 마음만 있다. 인간이 어리석어 종교 차이를 보고 누가 더 많이 가느냐고 비교한다”

질문“ 스님의 희망은 무엇인가

스님:“여기서 이렇게 당신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나의 삶의 목적은 바로 이 순간이다”

 


  

질문 “좋은 일이라고 하는데 생각과 다르게 귀결된다”

스님: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우연히 생기는 일은 없다. 남들은 모르지만 당신은 알수있을 것이다. ”

질문: 군생활 잘하는 길은

스님: “우리 자유는 당연한 것 같지만 누군가 만들어주었다. 6.25 때 누군가 희생이 있었다. 내가 군에 무엇을 위해 있는가를 생각하면 더 나아질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 사회가 더 힘들다. 군생활은 평생 교육이 될 것이다”

스님은 “여러분들의 힘친 기가 나를 더 힘차게 했다”며 “다음에도 이런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스님의 강연은 2시간을 넘겨 끝났다.

동두천=박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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