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곤충 중 하나가 나비이다. 나비는 봄의 시작을 알리고 식물의 수분을 도와 농사에 이로움을 주므로 우리 선조들은 나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래서 옛부터 나비를 소재로 다양한 창작활동이 있어 왔는데, 특히 나비가 부부간의 화합과 금슬, 자유로움 등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서 건축이나 가구, 옷, 장식품, 서책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문양으로 즐겨 사용했다. 이러한 나비사랑의 전통은 삼월 삼짓날 풍속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삼짓날 아침에 하는‘나비보기’가 대표적이다.

호랑나비나 노랑나비를 먼저 보면 그 해의 운세가 좋다고 여겼고, 흰나비를 보면 불운하거나 초상이 난다고 여겼다.

한편 나비는 지혜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삼국유사>나 <동사강목>등에 보면 신라 선덕여왕이 즉위하자 당나라 임금이 ‘모란도’를 보내왔는데 아무도 그 의미를 알지 못했으나 선덕여왕이 모란도에 나비가 없으니 이는 필시 모란꽃이 향기가 없음을 말하는 것으로 당 임금이 내가 결혼하지 않은 아녀자임을 놀리는 것이라고 명쾌한 해석을 내리는 대목이 나온다.

불가(佛家)에서도 나비문양을 지혜와 길상의 상징으로 여겨 사용했는데 보물 제1419호인 ‘선암사 석가모니불 괘불탱’을 모신 괘불함의 귀퉁이를 나비가 감싸고 있고, 경북도지정 유형문화재 44호인 ‘안정사 석조여래좌상’에는 부처님의 법의를 갈무리한 가슴부분 매듭이 나비모양으로 되어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충남도지정 유형문화재 140호 ‘부여 홍산 상천리 마애불입상’의 왼쪽 어깨의 법의 매듭이 나비매듭으로 되어 있다. 또 전남도지정 유형문화재 200호인 ‘보림사 사천왕상 복장 불설사십이장경’은 인쇄면이 안쪽으로 오도록 반을 접은 뒤 바깥쪽을 풀칠하여 다른 장과 서로 붙여 책을 펼치면 마치 나비와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전통적인 호접장(蝴蝶裝)으로 만들어져 있어 특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처님 어깨 위 법의 나비매듭으로 처리

불교 전통의식인 범패에도 나비춤 있어


아울러 불교 전통의식인 범패의식에서도 나비춤이 있다. 바라춤, 법고춤과 더불어 대표적인 범패 작법무(梵唄 作法舞)로 꼽히는 나비춤은 하얀 장삼을 펼치며 추는데 그 모양이 하늘거리는 나비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래전에 꿨던 장자(莊子)의 나비 꿈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로 되살아나 현대 물리학의 거대담론인 ‘카오스 이론’을 설명하는 매개체가 되었는데, 장자는 이를 예견했는지 ‘응제편(應帝編)’에서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고 있다.

“남해의 제왕 숙과 북해의 제왕 홀(忽)이 가운데 있는 혼돈(混沌)의 땅을 찾아가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두 제왕은 그 대접에 보답하기 위해 상의했다. ‘사람에게는 모두 7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혼돈에는 그것이 없으므로 구멍을 뚫어주자.’ 그리하여 이 두 사람은 매일 하나씩의 구멍을 뚫어 주었다. 그런데 7일째 마지막 구멍이 뚫어지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을 거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잘 말해주고 있는 비유가 아닐 수 없다. 호랑나비, 노랑나비, 흰나비 등 여러 종류의 나비가 서로 어울려 노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어떤 사람이 그 중 한 가지 나비만을 살리고 나머지는 없애겠다고 한다면 세상사람 모두가 그의 어리석음에 크게 웃을 일이다.

김유신 / 불교문화정보연구원 이사


[불교신문 2455호/ 8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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