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불교 미공개 자료를 찾아③


한국전쟁 당시 사찰에 대한 방화 사실을 인정한 관련부대의 공문서 전문과 주민들의 확인서 등의 자료가 언론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본지는 최근 완주 안심사(주지 일연스님)가 보관해온 육군 제9부대 공문과 소각 이전의 모습을 담은 일제강점기 사진을 입수했다.
완주 안심사가 보관 해온 공문은 1967년 4월에 육군 제9부대가 발행한 것으로 “작전상 불가항력의 사유” 라며 사찰 소각(燒却)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사찰 소각 사실을 군기관에서 공식문서를 통해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향후 한국전쟁 피해사찰 복원 및 보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철수 때 소각’…軍당국 방화 인정

  국방부 등 관련기관, 공식문서로 소각 시인

  전등 6동 잿더미…면장 민 서명 확인

민사 제15호’라는 문서 번호가 적힌 공문의 제목은 ‘미확인 징발재산 신고서 회송’이다. 당시 부대장은 정래혁 육군중장으로 공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귀하께서 66년도 3/4분기에 신고한 미확인 징발재산 신고서에 대해서는 최종심사 결과 작전상 불가항력의 사유로 불인정 되었음으로 신고서 일건 서류를 회송하오니 이점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안심사가 국군에 의해 소각된 것은 1950년 10월1일이다. 1966년 당시 안심사 주지 김창수 스님이 운주면장과 마을 주민의 서명을 받아 제출한 ‘미확인징발재산신고서’에는 소각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사유는 ‘철발중 소각(徹發中 燒却)’으로 기록되어 있다.

철수하면서 소각한 것이다. 또한 ‘기타참고사항’에는 “1950년 10월 동란 수복시 육군8사(師,사단을 의미) 제88연대 제3대대가 본(本)안심사에 진주중 소각하였음”이라고 적혀있다. 징발집행관(徵發執行官)으로 ‘육군8사단 중위 김□□’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안심사가 공개한 자료에는 당시 운주면장과 마을주민들이 서명한 문건도 다수 있다. 1966년 8월 25일 작성된 문서의 내용은 이렇다. “본 면 완창리 안심사가 6.25 수복(收復) 당시 사찰 건물 6동(棟)및 소속 동산 전부가 소각되었음을 확인함. 서기 1966년 8월. 완주군 운주면 완창리 안심부락 정구택. 완창리 안심부락 반장 임기춘. 완창리 이장 이순종. 위의 사실을 증병함. 서기 1966년 8월25일 운주면장 박기준” 이 문서는 서명자 도장과 운주면장 직인이 찍혀있다.

[사진설명] 한국전쟁 당시 소각 이전의 완주 안심사 대웅보전. 2층 규모의 웅장한 모습이 었다. 출처=완주 안심사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한국전쟁 당시 구체적인 피해사실도 명기되어 있다. ‘소각사찰건물명세서’에는 △대웅전 2층

건평 63평 △명부전 단층(單層) 건평 25평 △적설루(積雪樓) 건평 25평 △향적전(香積殿) 단층 32평 △약사암 단층 건평 32평 △칠성각 단층 건평 8평이 기록되어 있다.

한국전쟁 당시 안심사 사하촌에 살았던 김인순(72) 할머니는 “절이 소각되던 날 오후 7~8시경에 하늘 끝까지 솟는 불길을 30리 밖에서도 생생하게 보였다”면서 “3일간이나 불길이 계속됐다”고 증언했다. 김인순 할머니는 “2~3년 뒤에 안심사를 갔는데, 잿더미만 남고 새카맣게 타버린 공양미가 법당 자리에 남아있는 것을 보았다”면서 “당시 어른들이 절이 불에 탄 것을 보고 울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안심사 주지 일연스님은 “한국전쟁 당시 부처님을 모신 도량이 불타버린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다시는 이처럼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스님은 “1960년대는 군인들의 위세가 대단했던 시절이었는데, 당시 스님과 주민들이 국군의 방화사실을 입증하고 사찰 복원의 원력을 세운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했다.

완주 안심사는 신라 선덕여왕 7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로 조선 숙종 39년 다섯 번째로 중창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만해스님이 이 절에 보관되어 있던 한글경판을 찾아내 소개한 바 있다. 소각 이전 안심사에는 2000여장의 경판이 있었다고 한다.

[사진설명] 완주 안심사가 보관해온 육군 제9부대 공문.

 사진 공개한 일연스님

“도량소실 안타까운 일, 옛모습 되찾는데 최선”
      

            
암심사 주지 일연스님은 그동안 사중에서 보관하고 있던 일제강점기 안심사 대웅전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다. 1920년대 또는 1930년대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흑백사진에는 2층 규모의 대웅보전 모습이 생생하다.

결혼기념 사진으로 보이는 이 사진에는 당시 안심사에 주석하고 있던 스님의 모습도 들어 있다. 촬영시기 등을 표기한 사진 아래 부분이 훼손돼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일연스님은 “비록 한국전쟁 이전의 정확한 안심사 모습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웅장했던 대웅보전의 일부나마 볼 수 있어 다행이다”면서 “앞으로 도량정비 등을 통해 ‘아름다웠던 안심사’의 옛 모습을 되찾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완주=이성수 기자


[불교신문 2447호/ 7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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