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를 공부하면서 숙업(宿業-과거세의 업)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정말 무언가가 이유도 모른 채로 되지 않을 때는 과거세의 업장이 나를 가로막고 있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하면 과거생의 업장(業障-업으로 인한 장애)을 소멸할 수 있는지요?

 

업장은 과거 행위로 인한 장애

자비와 지혜가 유일한 해결책

 

: 지금의 내 삶에는 분명 과거의 업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과 똑같은 노력을 하는데도 제대로 되는 일이 없을 때가 분명히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과거생의 업장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고, 그 업장이라는 것을 없애버리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숙세의 업으로 인한 장애를 소멸한다고 말하지 숙세의 업을 소멸한다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과거의 내 삶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미 지나간 것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은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이지요. 그렇지만 과거의 일로인한 그림자에 끌려 다니는 사람이 있고, 과거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창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컨대 대통령이 한반도대운하를 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바꿀 수가 없는 과거의 사건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대운하를 해야겠다고 주장하고, 그 결과로 지금 반대운동이 일어나고 다른 국정운영에까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업장인 셈입니다. 그럼 이것은 대통령만의 업장일까요?

매일 반대운동을 해야 하는 국민들도 역시 스스로가 과거 업에 대한 장애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대운하를 하겠다는 이를 대통령으로 뽑았기 때문에 생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집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같은 나라에 살기에 함께 겪는 공통적인 업장인 셉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일까요?

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업장소멸이라고 합니다. 업장소멸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옛 스님들은 가장 빠른 방법을 늘 말씀해 주셨습니다. 방하착(放下着)하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이것저것 너무 따지지 말고 탁 내려놓으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대운하를 하겠다고 공약했던 과거와 그로인한 여러 가지를 계속 따지고 있으면 일은 점점 꼬이게 될 것이고, 그것을 억지로 밀어붙이려면 더 큰 장애를 만들게 되겠지요. 물론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선언하면 모든 장애가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운하로 이익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들은 당연히 반대의견을 낼 것이고, 그로인해 다시 소란스러울 것은 당연합니다. 그것이 바로 정치인의 업장입니다.

그렇다면 정치인의 업장을 녹일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그것은 현 대통령이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있다면 바로 그 답을 알 것입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자기 양심을 사랑하고, 자신이 속한 이 땅을 사랑하고,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사랑한다면, 정치인의 업장을 봄눈 녹이듯 소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 생명을 위한 차별 없는 사랑은 업장을 녹이는 유일한 힘입니다.

참된 사랑은 곧 생명입니다. 거대한 코끼리의 목숨과 작은 생쥐의 목숨이 같음을 아는 것이 사랑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동체대비입니다. 즉 그와 하나가 되어 그를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면 바로 참된 생명의 빛이 발현됩니다. 그 빛이 지혜라는 것이지요. 이 지혜는 업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근원적 힘입니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는 있습니다. 과거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자비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힘이 지혜입니다. 자비로 모든 생명을 살리고, 지혜로 일체의 생명을 자유롭게 할 때에만 비로소 자신의 업장이 소멸되고 해탈할 수 있습니다. 

송강스님 / 개화사 주지

 

[불교신문 2439호/ 7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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