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이 지난 5일 제35차 종무회의를 통해 ‘학림령’을 개정함에 따라 전문교육기관인 학림에 일반대학의 박사과정격인 ‘연구과정’이 공식적으로 개설됐다. 지난 4월부터 연구과정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 남원 실상사 화엄학림(학장 법인스님)을 찾아가 연구과정 스님들의 수학 현장을 엿봤다.

논강에서 양보 없는 ‘논쟁’

졸업후에는 교수자격 부여


지난 24일 오전 남원 실상사 뒤편으로 난 오솔길을 10분정도 걸어올라가자 마주친 화엄학림 화림원 강당. 오전8시가 되자 입승소임을 맡고 있는 응묵스님이 죽비를 3번 치며 논강의 시작을 알렸다.

<사진> 지난 24일 남원 실상사 화엄학림 화림원에서 연구과정 스님들이 중론에 대해 논강을 펼치고 있다.

이날 수업은 현정스님이 용수보살의 저서인 <중론> 제11품에서 제15품을 발제한 뒤 대중스님이 각자의 견해를 밝히며 토론하는 논강식으로 진행됐다. 현정스님은 50분정도 발제한 뒤 3가지 논점을 제시했다. “중론에서는 인과와 연기를 같은 개념으로 보는가 다른 개념으로 보는가.” “인과와 연기를 속제에서만 인정되고, 진제에서는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가.”

현정스님이 제기한 논점에 대중스님은 각자의 견해를 피력했다. 논강이다 보니 논거가 뒷받침된 다양한 견해가 쏟아져 나왔다. 논강이 과열되자 화림원장 해강스님이 중재에 나섰다. “지금 서로의 주장이 합일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용어에 대한 개념정의가 조금씩 다른데서 부터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주장에 앞서 개념부터 명확하게 정리해야만이 토론이 좀 더 의미 있게 진행될 것 같네요.” 해강스님의 말에 ‘실체’와 ‘실재’ ‘자성’와 ‘자아’ 등 혼재돼 사용되던 용어에 대한 개념정의를 다시 하자 논강은 순조롭게 풀려갔다.

실상사 화엄학림 연구과정은 지난 4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화엄학림 연구과정은 2년과정의 화엄학림 전문과정을 마친 도융스님과 호선스님, 현정스님, 일운스님, 원문스님, 응묵스님 등 6명의 스님이 수학중이다. 연구과정은 중론과 유식, 화엄 등을 2년간 배운 뒤 1년간 논문과 번역, 저술 등 연구성과물을 준비하게 된다.

연구과정은 매주 화요일 오전8시부터 오전11시30분까지 갖는 논강과 매주 목요일 오후1시부터 5시까지 이어지는 특강 등으로 이어진다. 3년과정의 연구과정을 모두 마친 스님들은 승가대학 교수(강사)로 임용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화림원장 해강스님은 “논강으로 수업이 진행되다보니 연구과정 스님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면서 “연구과정을 마친 뒤 다시 학림 등 교육기관에서 후학을 양성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원=박인탁 기자


[불교신문 2438호/ 6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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