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52 부처님오신날 특집Ⅲ / 가족이 부처님이십니다

 “어머니가 전생에 애인이었던 것 같다”는 효녀가수 이효정 씨(사진 왼쪽)가 지난 4월29일 어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효녀가수’다.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애정과 효심을 담은 ‘우리 어머니’ 가사를 직접 쓰고 부른다. 22년째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것은 어머니를 위해서다. 그녀의 이름은 이효정. 칠갑산의 작곡가가 효심깊은 그녀에게 지어준 예명이다. 그녀와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지난 4월29일 찾은 아현동 집 앞에서는 대낮부터 구슬프지만 정겨운 그녀의 노랫자락이 새어나왔다. “긴 머리 땋아 틀어 은비녀 꽂으시고 옥색치마 차려입고 사뿐사뿐 걸으시면 천사처럼 고왔던 우리 어머니 여섯남매 배 곯을까 치마끈 졸라매고 가시밭길 헤쳐가며 살아오셨네. 헤진 옷 기우시며 긴 밤을 지새우고 어디선가 부엉이가 울어대며는 어머님도 울었답니다….”



14년간 불러온 思母曲…“어머니는 나의 힘”



6남매 힘들게 길러온 병든 노모위해 가수 데뷔

발표음반마다 구구절절 애틋한 가사 심금 울려

불교방송 출연1순위…산사음악회 무대 서고파



어머니가 좋아하는 노래를 하며 딸은 가슴으로 울고 있었다. “엄마, 오늘 기분은 어떠세요.” “……” 어머니는 말이 없다. 간신히 의자에 앉아 대신 힘없는 손으로 딸의 머리를 그저 매만진다.

“저의 어머니가 정말 ‘보살’이시거든요. 아프시기 전 젊은 시절엔 길에 있는 걸인이나 치매 노인 등을 만나면 빈집을 빌려 이불을 주고,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후엔 산소 까지 마련해 주는 일을 늘 해오셨어요. 전 그런 어머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예요.”

젊은 시절 그녀의 어머니 김랑구(88)씨는 노랫가사 처럼 ‘긴 머리 빗어내려 동백기름 바르시고 분단장 곱게 한’ 여인이었다. 그러나 건강하던 두 오빠가 갑자기 정신질환을 앓으면서 불행은 시작되었다. 두 오빠들의 병수발을 위해 어머니는 늘 절을 찾아 백일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그 공덕에도 불구하고 두 오빠는 20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잇달아 아버지도 병환을 얻자 그 병수발은 고스란히 어머니의 몫이 됐다. “그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어머니는 집 근처 남한산성 국청사로 불공을 다니셨고, 8살이었던 저는 병으로 변해버린 오빠들을 피해 절로 피해 있곤 했지요. 그 때 마다 노스님들이 노래 곧잘 한다며 귀여워해주셨는데….”

두 아들과 남편을 한꺼번에 잃은 어머니는 그길로 생전에 오빠를 돌봐주던 절에 공양주 보살로 입산해 버렸다. 그러나 22년 전 갑자기 어머니에게 변화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집으로 모셨다. 곱던 어머니는 변기에서 빨래를 하거나 하루에 화장실을 수십 번 가겠다고 하고, 가족들에게 물건을 던지고 난폭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막내딸인 그녀가 모든 짐을 져야했다. 유동식으로 만든 식사와 목욕 배변 수발 등을 모두 해 냈다. 어릴 때는 항상 언니 오빠들에게 치여 엄마 사랑에 목말랐지만 이제는 “힘들어도 어머니를 독차지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다.

14년전 그녀는 잠깐이라도 제 정신이 돌아오는 어머니를 위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그것이 노래였다. 어려서부터 노래 잘한다고 칭찬했던 어머니에게 딸이 가수가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1994년 데뷔곡 ‘새벽달’을 시작으로 ‘사랑의 조약돌’ ‘서천 아가씨’ ‘우리 어머니’ ‘농부의 아내’ ‘송두리째’ ‘가지 말아요’ 등 지금까지 8장의 앨범을 내고 인기 트로트 가수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병간호로 외부에서 1박 조차 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꾸준한 방송생활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효심깊은 그녀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면서 1997년 발표한 ‘우리 어머니’가 4년이 흐른 후 인기를 끌게 되었던 것. 가녀리게 꺾이는 끼 많은 보이스에다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애정과 극진한 효심이 우러나오는 노랫가사에 감동한 팬들이 늘어났다.

이어 2003년 어머니를 모시며 밝게 사는 이효정 씨의 이야기가 KBS 2TV ‘인간극장’으로 방영된 후에는 잔잔한 감동의 글이 시청자 게시판을 가득 메우면서 그녀의 인기는 높아져 갔다. “항상 부모에게 바라기만 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는 글들이었다. 공식 팬카페도 생겼다.

2005년엔 이 씨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있으면서도 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어 같이 입원한 채로 어머니를 간호하기도 했다. “2005년과 2006년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제가 더 병에 걸릴 정도였는데, 다행히 어머님이 회복하고 나서 일시 중단했던 가수활동을 다시 시작했어요. 생전에 딸이 가수활동을 하는 모습을 더 보여드리는 것이 효도라는 깨달음이 들었거든요.”

그녀의 효행담이 퍼지면서 1997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고건 전 서울시장이 수여하는 효행상을 수상하고, 2006년 한국연예협회 주관 제6회 예술인 스승님 추대식에서 효녀상을 수상했다.

“저보다 장모를 돌보며 수시로 발길질을 당하고 대소변도 받아낸 남편과 지금은 19살, 17살이 된 딸과 아들에게 감사해요. 집에 친구들 한번 제대로 못 데리고 와도 할머니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아이들이죠.”

“효심이 곧 불심이며, 효행이 곧 불행(佛行)”임을 떠올리게 하는 그녀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절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자연스레 불자가 됐다. 집근처 신촌 봉원사도 가고, 등산 가는 곳의 사찰은 늘 참배한다. “지난해 말 넘어지시고 건강이 더 좋지 않으시지만 이대로 제 곁에 머물러 주시기를 늘 기도합니다.”

어머니에게 머릿맡에서 <천수경>도 독송해 드리고, 회심곡도 틀어드리기도 한다. 그 때가 말씀도 없으시던 어머니가 조금이라도 반응하는 순간이다.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출연에다 케이블 MC를 맡아 바쁜 와중에도 ‘불교방송’ 출연을 가장 우선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산사음악회에는 출연해 본 적이 없는데 불자로서 꼭 한 번 산사음악회에서 노래하고 싶어요.”

그녀는 최근 어머니가 가장 많은 세월을 보냈던 남한산성 줄기에 타계 후 어머니 모실 공간을 마련했다. 그녀는 그곳에 어머니를 위한 노래비도 세울 것이라며, 자신이 직접 작사한 ‘우리 어머니’의 노랫가사를 나지막히 읊조렸다. “… 천만년 사시는 줄 알았는데. 떠나실 날 그다지도 멀지 않아서 막내딸은 울었답니다.”

임나정 기자 muse724@ibulgyo.com



효녀 불자연예인들  /


현숙 한혜숙 김혜옥씨 ‘애틋한 효행’귀감



불자연예인 중에는 “효행으로서 불행(佛行)”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다. 가수 현숙 씨는 원조 ‘효녀가수’다. 그녀는 1996년 치매를 앓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부터 그 충격으로 11년 동안 호스로 영양액을 공급받아 연명해 온 어머니가 작년에 작고하시기 전까지 보살펴 왔다. 어린 나이에 가수가 되겠다며 서울로 올라갈 때 딸의 손에 돈 1만원과 쌀, 김치를 쥐어주고는 뒤로 돌아 눈물을 훔치셨던 어머니였다. 그녀는 평소 “어머니의 든든한 응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가수 현숙도 있다”고 말한다.

탤런트 한혜숙 씨는 여든다섯 노모와 함께 산다. 아직 미혼인 그녀는 평소 “실제 결혼은 안 했어도 우리 어머니를 통해 모성애를 배운다”고 한다. 전쟁통에 팔삭둥이로 태어나 몸이 약했던 그녀를 절에서 기도로서 살려낸 어머니는 지금도 환갑을 바라보는 딸을 애기 다루듯 하신다. 그녀는 “지난해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찍으면서 어머니의 덕에 마음으로 연기를 할 수 있었고,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더 애틋해졌다”고 말했다.

탤런트 김혜옥 씨는 “일일연속극을 가장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더 열심히 연기한다”고 한다. 올해 일흔 셋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으면서, 드라마 출연과 불교방송 DJ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녀만의 효행비법이다. 2남1녀 중 둘째인 그녀는 오빠 내외가 아랫집에, 윗집에 어머니와 함께 산다. 애교 많은 그녀는 언제나 어머니의 친구같은 딸이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어머님의 건강을 부처님께 늘 기원드린다”고 말했다. 임나정 기자 muse724@ibulgyo.com



[불교신문 2425호/ 5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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