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 철저히 지키기

 

“출가자 지계는 사회적 덕목”

                               

 

재가불자도 계율 생활화 ‘당연’

채식뷔폐 등 사회분위기 ‘일조’

 

‘간화선’을 한국불교의 정통정맥으로 삼고 있는 조계종. 1700여년의 역사를 도도히 흘러오며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조계종이 더욱 발전하고 세계 속에 한국불교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대만 남부의 불광산사에서의 발우공양 모습. 출가자와 재가자가 함께 모여 오계를 철저히 지키겠다는 기도를 하고 음식을 먹는다.

 지난 5월말 대만 일원에서 진행된 ‘전국 강원교직자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동참한 스님들은 ‘대만불교로부터 배우자’는 의견을 기고를 통해 피력했다. 대만연수에 동참한 기자의 시각으로 대만불교로부터 배워야 할 몇가지 요소들을 2회에 걸쳐 싣는다.

 

대만의 국토면적은 3만6000㎢로 한국의 경상도 크기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이며 인구는 2200여만명에 달한다. 이 작은 나라에 불자는 약 75%로 추정되며 이중 오계(五戒)를 받은 불교신자들이 인구의 40%인 440여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전국의 사찰 수는 4000여 곳이고, 스님 수는 9000여명으로 추정된다.

대만불교는 종파보다는 거대한 사찰 중심이다. 자재정사, 불광산사, 중대선사, 법고산사 등이 대만 남부에서 북부의 주요도시에 포진하며 국내외에 분원을 설치해 각 사찰들의 교지를 전하고 있다.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들 사찰의 리더는 ‘방장’ 혹은 ‘개산조’로 부른다.

■ 생활불교.실천행 강조

이들은 대게 중국대륙이 문화혁명으로 불교파괴가 자행될 때 남쪽으로 내려온 중국스님들이 많다. 종파도 중국 임제종풍을 이어 한국의 조계종풍과 유사한 곳이 많다. 대만 중부의 중대선사나 북부의 법고산사의 경우가 특히 그러한데 ‘간화선풍’에 바탕을 둔 ‘생활불교’를 강조한다. 즉 근본수행은 간화선에 두면서 일상생활에서 자연환경을 보호한다든지 하는 실천행을 하고 있다.

대만불교의 저력중의 하나는 불자라면 누구나 철저하게 계율을 지킨다는데 있다. 대만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겠다는 삼귀의와 5계를 수계한 불자들은 육식과 음주를 철저하게 금하는 것을 사회적 덕목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반해 한국불교는 이상하리만큼 계율에 대해 왜곡된 이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계율을 마치 필요에 따라 해석해 계율을 지키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한국불교는 “깨달음을 얻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깨달음 지상주의’가 팽배해 있기도 하다. 특히 출가수행자들에게 지계청정은 ‘생명’과도 같았다. 누가 감시하기에 앞서 스스로 먹는 음식에서부터 잠자리까지 철저해야 수행자로 인정받았다. 출가자가 5계를 어기면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으로 간주해 ‘환속조치’을 당할 수 있다.

지난 5월말 방문한 불광산사에서 간담회 시간에서도 대만스님들은 “출가자들의 지계(持戒)는 사회적인 덕목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으로 일반국민들이 알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서 수행자들이 음식점에 들어오면 의례히 식당주인은 출가자의 식단을 마련해 주는 게 사회적인 풍속이라고 했다.

재가불자 역시 수계(受戒)자는 반드시 계율을 지킨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는 수계를 받아서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한다.

부득이 계율을 지킬 수 없을 경우에는 ‘계를 파한다’는 의식을 따로 치른다고 한다. 그래서 대만에는 다양한 채식뷔폐가 성업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채식으로 만들어진 식단은 육식보다 더 영양가 있게 만들어져 굳이 육식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채식위주의 식단은 우리나라에서도 웰빙분위기에 맞춰 보편화시킨다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5월 대만연수에 동참한 쌍계사 승가대학강사 무공스님은 “대만불교의 지계정신은 한국불교의 편향된 시각을 바로잡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면서 “수행풍도도 유사한 대만불교에서 계율은 ‘불자들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최소한의 덕목’으로 인식되고 있는 부분을 한국불교도 배우고 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만불교가 철저하게 계율을 지키는 근본에는 철저한 교육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교육 없이 전법 없다’는 모토로 어느 사찰이나 철저한 교육을 하고 있는 대만불교는 불교의 역사가 일천한 한국보다 교과과정이나 수행자 양성과정은 엉성해 보였지만 결집력은 강했다.

■ ‘교육없이 전법없다’

대게 불학원 혹은 불학총림, 불학연구소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교육기관은 출가자와 재가자가 엄격히 분리돼 있는 한국과는 다르게 출재가자가 함께 공부하는 곳이 많았다. 물론 북부의 법고산사와 같이 출가를 전제조건으로 입학해 공부하는 곳도 있지만 재가자로 공부하다가 출가하는 경우도 많았다.

남부의 불광산사의 경우는 재가불자로 불학원에서 공부하다가 출가하는 경우가 80-90%에 달한다고 관계자가 밝혔다. 불학원을 마친 재가불자들은 대게 불광산사에 남아 재가불자로서 방송이나 신문발행 등 전법활동에 종사하고 있었다. 출재가자들에게 골고루 교육기회를 주면서, 발심하는 재가불자들을 승단에 흡인하는 시스템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출가’에 대한 번민 같은 것도 커 보이지 않았다.

교육과정에서 ‘외국어 중시’는 대만불교의 세계화의 저력을 발현하게 했다. 초급과정에서부터 전문과정에까지 영어는 필수로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전문과정에서는 영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로 강의를 하는 곳도 많았다. 그만큼 세계 공용어인 영어에 대한 비중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광산사 관계자는 “세계 각지에서 전법을 하려면 영어가 필수다. 그래서 영어는 외국어 영역이 아니라 전법활동의 기본영역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교육을 기본바탕으로 계율을 목숨같이 생각하는 대만불교는 신도들의 신앙심을 더욱 고양시켜 나가고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대만불교의 위상을 높이고 있었다.

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불교신문 2350호/ 8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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