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전 교수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생명조작 찬반논란은 여전히 우리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황우석 전 교수와 같은 수의학과 동료교수이자 서울대 교수불자 모임 ‘불이회’의 도반인 우희종 교수(51, 법명 여산)는 “인위적인 생명조작은 생태계를 배제한 인간 욕망의 산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22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우희종 교수를 만나 그의 생명윤리관과 수행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생활이 곧 수행…하심과 믿음, 절심함으로 정진해야”

 

지난 5월22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우희종 교수는 “마음공부는 하심과 믿음, 절실함으로 정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우희종 교수는 현재 광우병 치료법을 연구중이다. 인간의 욕망에 의해 채식동물인 소에게 양의 내장이 들어간 사료를 인위적으로 먹여 발생한 광우병은 다시 인간에게 감염돼 사망까지 이르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우 교수는 현대생명공학의 생명조작은 “철저하게 생태계를 배제한 채 진행되는 인간 위주의 접근으로써 연기법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이같은 생명조작의 시작은 현대과학과 의학이 인간을 ‘질병속의 생명체’로 보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현대생명과학은 생체의 구성성분을 밝히고, 현대의학은 병든 사람의 몸에서 아픈 부위를 고치거나 교환해 기본적인 기능을 복구시켜주면 된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생명체를 창발(創發)적 개체로 보고 총체(總體)적 관계로 나타난 현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불교의 연기법이 현대생명과학과 의학의 대안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생체 각 부분의 제대로 된 관계를 밝힘으로써 인간 등 생명체를 ‘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상태의 개체’로 봐야 한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지녀야 해요. 이같은 관점이 곧 불교의 연기법이자 생명윤리관입니다.” 이어 우 교수는 불자 과학자라면 연기법을 통해 불교와 과학간의 상관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자 과학자라면 연기법적 관점에서 불교와 과학간의 접점을 구체적으로 찾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해요. 최근 학회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복잡계이론(Science of Complexity)을 불교적 관점에서 재정립하는 것이 현재 저의 화두랍니다.”

이같은 우 교수의 생명윤리관은 오랜 불교공부와 수행에 따른 불교의 연기법을 근거로 하고 있다. 서울고등학교 불교반 출신인 우 교수는 고교2학년 재학시절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근원적 질문에 봉착하게 됐다.

불교경전과 서양 철학서를 수없이 읽어도 답을 찾지 못한 우 교수는 대학 진학 후 친구들의 권유로 다닌 교회에서도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서울대 2학년 여름방학 때 놀러간 해수욕장에서 새벽에 해변을 거닐다 문득 처다 본 별을 통해 연기법을 몸으로 체득하게 됐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때 그 경험은 인연법에 대한 초보적 경험이었죠. 하지만 나의 정체성에 대한 방황을 끝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답니다.”

이후 우 교수는 미국생활에 익숙한 아내와의 험난한 이혼을 계기로 삶의 변화를 겪게 됐다. 그동안 10여 년째 진리라고 믿고 추구해왔던 과학의 지식세계가 본질적 삶에 대해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우 교수는 이혼을 거치며 발생한 심리적 공허상태에서 다시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이 생겨 참선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던 중 당시 순천 송광사 유나 소임을 맡고 있던 현전스님을 만나 ‘무(無)’자 화두를 받고 본격적인 화두 공부에 몰두했다. 학교의 기본적인 업무 이외에 일체의 외부활동을 하지 않고 ‘무(無)’ 하나만 들고 다녔다. 현전스님으로부터 점검을 받으며 화두를 들었던 우 교수는 좌선보다는 운동하거나 운전할 때 화두 집중이 잘 돼 평소 즐겨하던 운동에 더욱 더 몰두하게 됐다.

1995년 겨울 어느날 평소처럼 운동하던 중 멀리서 들리는 노랫소리를 통해 우 교수는 캄캄한 방안의 전기스위치가 켜지며 밝아지는 듯한 느낌을 체득하게 됐다. 그 후 틈나는 대로 각종 경전과 선어록을 읽으며 자신의 느낌을 구체화시켜 나갔다. 이후 우 교수는 현전스님의 소개로 만난 성열스님을 통해 부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자유와 평화는 결국 베품과 나눔으로 펼쳐지게 됨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우 교수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위치한 정혜사에서 5년동안 매월 한차례씩 법회를 주관하며 〈금강경〉과 〈유마경〉, 〈육조단경〉 등을 고시생들에게 강의했으며, 10년 여 동안 지인들과 함께 하는 참선모임도 운영했었다.

또한 여자소년원인 안양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 종교지도위원으로써 10여 년째 매월 1, 2차례씩 불교반을 지도해주고 있다. 삶의 마지막을 회향할 공동체마을 건설도 천천히 준비중이다. 우 교수는 수행은 곧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생활이 곧 선이 돼야 합니다. 즉 삶 자체가 자신의 ‘깨어있음’을 자각하는 수행이죠. 또한 마음공부를 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하심과 믿음, 절심함으로 끊임없이 정진해 나가길 권유하고 싶습니다.” 

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우희종 교수는

도쿄대 석박사…여자소년원 종교지도 등 ‘사회적 나눔’실천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난 우희종 교수는 1981년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생명약학 석ㆍ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펜실베니아대 의과대학 연구원과 하버드대 의과대학 강사, 보스턴대 의과대학 조교수 등을 거쳐 1992년부터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서울대 교수불자모임인 불이회 총무를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불교생명윤리위원회 연구위원과 신행회 서울지부장,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 종교지도위원 등을 맡으며 그동안 배우고 익힌 불교를 사회적으로 나누며 실천하고 있다. 또한 중앙승가대에서 불교생명생태학이라는 과목으로 학인스님을 지도하고 있으며, 불교저서로는 〈생명과학과 선〉이 있다.

 

[불교신문 2332호/ 6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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