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안 종남산에는 화엄종 초조인 두순스님과 4조인 청량징관스님의 탑이 모셔져 있다(사진 왼쪽). 서안 흥교사는 법상종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이곳에는 인도에서 유식학을 들여온 현장스님의 탑을 비롯해 그 법을 이어 법상종을 세운 규기스님과 신라 원측스님의 탑에 세워져 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불교 ‘이해’에서 ‘해석과 창조’의 시대로 발전



1. 종파 출현의 배경

상이한 이론 근거로 불교 체계화…경론 번역과 밀접한 관련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 중국인들은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불교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해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오해와 실수가 있었다. 그것은 시대의 한계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전이나 논서를 번역하는 수준이 높아지고 이해의 정도가 심화됐다. 불교 교의에 대해서 차츰 세밀하고 개념적인 이해가 가능했다. 중국 불교사에서 보면 위진남북조시대는 ‘이해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외래 종교인 불교는 매우 안정되게 중국에 정착해서 새로운 사유 흐름을 만들었다. 남북조시대가 끝날 무렵 중국 불교인들은 불교 경론에 대한 바른 이해가 아니라 나름의 해석을 시도됐다. 이것은 해석과 창조의 시대가 도래 했음이다. 저런 해석의 시도야 말로 종파 탄생의 한 단서라고 할 수 있다.

수대(隋代)에 들어 이런 시도는 분명하게 진행됐다. 그것은 격의불교시대에 있었던 불교와 다른 사상의 거친 조합이 아니라 기존 불교에 대한 단정한 종합이었다. 또한 그것은 상이한 경론이나 이론을 근거로 불교 전체를 체계화하려는 노력이었다. 이것은 경론의 번역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어떤 경전, 어떤 논서를 근거하느냐에 따라 불교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구마라집의 번역사업 이후 반야경이나 중관사상에 대한 이해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것은 이후 천태종이나 삼론종이 나올 수 있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대(唐代)에는 현장이 유식계열 경론을 번역함으로써 직접적으로 법상종을 열었다. 당대 실차난타의 80화엄경 번역은 현수법장이 화엄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했다. 화엄종뿐만 아니라 율종이나 밀종의 경우도 경론의 번역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종파 출현의 방법론적 배경 가운데 하나가 교상판석(敎相判釋)이다. 그것은 기존의 여러 가지 불교 이론이나 개념들을 체계화하고 종합하는 방식이었다. 각 종파에서는 자신들의 독특한 교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교판을 행할 때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고 그것을 중심으로 기존 교리를 조직화했다. 천태종의 대성자 지의 대사는 오시팔교(五時八敎)를 제시했고, 화엄종의 완성자 현수법장(法藏)은 오교십종(五敎十宗)의 교판을 제시했다. 이것은 종합의 방법으로 차이를 만들어냈다. 이것을 불교사에서는 ‘종파의 탄생’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종파라고 하지만 그 말이 그렇게 명료한 개념은 아니다.




2. 종파의 의미


독창적 교의와 수행법 계승하는 독립된 사상체계와 집단

한자 ‘종(宗)’은 ‘존중(尊)’의 의미다. 외부의 어떤 존재를 향한 존중은 숭상이나 신앙이 되고, 자기 자신을 향한 존중은 주장이 된다. 불교 논리학인 인명학에서 삼지작법(三指作法)으로 제시하는 “종(宗, 주장), 인(因, 근거), 유(喩, 비유)” 가운데 종(宗)은 두 번째 의미에 해당한다. 중국의 유명한 불교사가 탕용통(湯用)은 ‘종파’의 ‘종’을 두 가지 의미로 분석했다. “첫째는 종지의 종이다. 즉 학설이나 학파를 가리킨다. 두 번째는 교파이다. 창시인, 전수자, 신도, 교의, 규범을 가진 종교단체이다.”(〈수당불교사고〉) 탕용통의 말대로 ‘종’ 혹은 ‘종파’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불교사에서 말하는 종파 가운데 어떤 것은 첫 번째에 해당하고, 어떤 것은 두 번째에 해당한다. 그래서 기준에 따라 종파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격의불교시대에 나타난 6가7종의 경우 종파라고 보기는 힘들고 동일한 의견을 가진 자들의 느슨한 연대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남북조시대 지론종과 섭론종은 각각 〈십지경론〉과 〈섭대승론〉을 근거해서 성립했다. 이들은 ‘학파’의 의미에 가깝다. 이와 달리 수대 출현한 천태종의 경우는 교파에 해당한다. 지의대사는 지관법이라는 수행체계와 용수의 공관이라는 교학체계를 기반으로 해서 하나의 종합을 이뤘다. 이것이 천태 교학이다. 특히 수행방법론의 제시라는 면에서 학파 개념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렇게 보면 “종파는 불교 교리를 바탕으로 해서 독창적인 교의와 수행 방법을 수립하고 여러 대에 걸쳐 계승함으로써 이룩한 독립된 사상체계와 집단”(안상문, 〈수당불교종파연구〉)이라고 할 수 있다.



3. 수당대 종파의 출현


천태종 선종 등 다양한 종파 출현…현대엔 종파개념 사라져

인도불교와 다른 ‘새로운 차원의 불교’ 시도해 생명력 획득


수대 출현한 종파 가운데 체계화와 종합의 방식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것은 천태종이다. 천태종 외 수대 종파로 삼론종과 보법종(삼계교)이 있다. 삼론종은 용수의 〈중론〉, 〈십이문론〉, 그리고 제바의 〈백론〉을 소의 논서로 한 종파이다. 보통 초조를 구마라집으로 잡지만 실질적인 초조는 고구려 출신의 승랑대사다. 수대에 삼론종을 대성시킨 인물이 가상대사 길장이다. 그의 〈삼론현의〉는 삼론종의 교과서 격으로 읽혔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지의대사나 가상대사가 법화나 삼론 계열의 경론만을 읽고 강론한 것은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다양한 대승경론을 섭렵했고, 그런 사상 기반 위에 자신의 견해를 내세웠을 뿐이다.

흔히 삼계교로 알려진 보법종은 천태종이나 삼론종과 달리 특정한 소의 경론을 갖지 않고 독특한 이론 체계를 세워서 그것을 현실에 적용했다. 삼계교(三階敎)를 일으킨 신행(信行)은 불교를 시대, 장소, 사람에 대해 각각 세 단계로 나누었다. 시대는 정법, 상법, 말법이고, 장소는 정토와 두 가지 현실 단계로 나누었고, 사람은 상, 중, 하로 나누었다. 신행은 현실의 우리는 말법시대 예토에 사는 가장 낮은 수준의 중생이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일불일법(一佛一法)으로선 교화가 불가능하고 보불보법(普佛普法)으로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보불보법의 정신은 법을 차별하지 않고 부처를 가리지 않고 설하여 중생을 교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법종이라고 불렸다. 이 삼계교는 천태종이나 삼론종과는 전혀 다른 맥락의 종파이다. 아울러 불교에 대한 과감한 해석과 주장을 통해서 중국불교의 박진감을 보여주었다. 삼계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정부에 의해 탄압을 받아서 당대에 완전히 사라졌다.

당대(唐代)는 다양한 종파가 번성했다. 정토교, 율종, 법상종, 화엄종, 선종, 밀종 등의 종파들이 당대에 발흥하여 활발하게 활동했다. 법상종처럼 이론에 치중한 종파도 있었고, 정토교처럼 신앙운동 차원으로 전파된 경우도 있었다. 선종처럼 철저하게 수행을 통해서 불교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런 종파들은 시대에 따라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당대가 끝날 무렵에는 선종이 강한 힘을 발휘하여 다른 종파들을 압도했다.

송대 이후 중국 불교계에서 분명한 명맥을 유지한 종파는 정토종과 선종 정도였다. 하지만 이 둘도 끊임없이 결합을 시도했다. 그래서 선정일여(禪淨一如)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근대시기 고승 타이쉬(太虛)는 종파나 문파(門派) 개념을 일소했다. 그는 ‘팔종평등’ 개념을 제시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종파 개념은 물론이고 문파 개념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전체 중국불교사에서 보면 종파의 출현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다. 배타적으로 종파를 강조하면 그것은 유교와 불교가 다투듯이 대립과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반면 불교에 대한 시각의 차이를 강조하고, 그 차이를 조직화하고 이론화하여 새로운 사유를 시도한다는 점에서는 하나의 창조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발전’ 개념을 적용해 본다면 종파불교의 성립은 중국불교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경전이나 논서를 기반으로 불교교의 전체를 재구성하려 했고 상당히 정교하게 그것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중국불교계가 그만큼 역량이 축적됐음을 말하기도 한다.

천태종이나 선종에서 볼 수 있듯 인도 불교와 다른 새로운 방식의 불교를 시도했다는 사실은 중국불교가 단지 인도불교의 전개가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불교를 발동시켰음을 말한다. 이런 새로운 불교의 출현이야말로 중국불교가 생명력을 획득할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였다.

김 영 진                

동국대학교 BK21 세계화시대 불교학교육연구단 연구원



[불교신문 2331호/ 5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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