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불자입니다. 대승불교의 가르침 중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이 가르침을 우리가 사는 현대 시대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은 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열심히 수행정진하며 중생교화

대승불교 ‘자리이타 정신’ 표현

흔히 우리 주변에서는 대승적 입장, 대승적 견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보다 넓게 보고 넓게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서 대승(大乘)은 물론 불교의 대승입니다. 새로운 불교 개혁운동의 이념인 대승은 신분이나 지식의 유무(有無), 인종이나 남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피안(彼岸)의 언덕으로 건네주는 큰 불교의 가르침이자 위없는 가르침, 보편적 진리를 지향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질문하신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堤 下化衆生)’은 대승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가르침입니다. 불교에서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위로는 열심히 수행 정진하여 스스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성취하신 바와 같은 깨달음을 얻는 것이고, 아래로는 중생들을 교화하여 참된 지혜와 자비의 삶을 이끄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위와 아래라는 뜻은 선후(先後)의 의미보다는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라는 측면에서 이해합니다. 그래서 불교 학자들은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중생구제가 강조되면서 등장했던 대승불교의 자리이타의 정신, 즉 자신도 이롭게 하면서 타인도 이롭게 해야 한다는 공동체적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고 얘기합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그 주체인 보살의 의미입니다. 보살은 진리의 길로 들어서 깨달음을 구하는 중생이자 성불(成佛)의 길로 들어선 자각적 존재입니다. 보디삿트바, 보리살타(普堤薩陀)의 줄임말인 보살은 깨달음을 얻은 중생이란 뜻인데 원래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전생의 구도자였을 때의 모습을 표현한 말입니다. 말하자면 장차 깨달음을 이룰 중생이란 뜻이 강하게 담겨져 있는 말입니다.

그렇게 의미를 새긴다면, 장차 깨달음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우리 자신이 바로 보살이며 더 나아가 우리들이 모두 보살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특히 대승의 가르침에서는 누구나가 스스로 보살임을 자각하고 보살행을 닦을 것을 강조합니다. 불자들은 스스로가 보살이라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합니다.

저는 상구보리는 자기 안으로, 하화중생은 자기 밖으로 향하는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리를 구하고 그 진리를 이웃과 공유(共有)하는 것, 다시 말해서 상구보리와 하화중생의 삶이 일치될 때 진정한 깨달음은 성취된다고 보는 것이지요. 불자들은 부처님의 위신력과 가르침을 믿고 수행하면서 이웃의 불행과 고통을 가슴에 지니며 정진하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좀 더 쉽게 표현해 봅니다. 세상을 살면서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 그래서 어디로부터도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자 수행하는 것이 상구보리입니다. 또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어디에도 잘 쓰이는 사람이 되고 이웃들에게도 보탬이 되는 것을 하화중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가 일반 대중들로부터 멀어지면 그것은 종교의 본래 목적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무명(無明)에 쌓여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을 내세운 종교입니다. 그렇게 일반 대중에게 돌아간 불교가 대승의 불교이고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가르침을 실현한 불교입니다. 각자의 삶속에서 자신이 하는 일과 이웃을 위한 자비의 마음을 일치시켜 나가는 수행을 하시기 바랍니다. 

서울 정혜사 주지

 

[불교신문 2329호/ 5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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