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개그맨 문세윤(25)은 지난해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로 스크린에 데뷔해서, 신인남우상 후보까지 오를 정도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정진하겠다”면서 겸손해했다.

 

“사찰은 언제 가도 편안한 쉼터”

 

 

 

브라운관선 폭소탄…작년 스크린 데뷔 연기력도 인정

불자인 어머니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부처님 친숙

BBS DJ도…어려운 불교용어 모르지만 틈틈이 공부

 

육중한 몸에 꽉 낀 간호사 옷차림을 한 여장(女裝) 남자가 관중의 시선을 온 몸으로 빨아들인 뒤, 마침내 입을 연다. “몰~라~요~” 웃찾사의 ‘퀴즈야 놀자’ 코너에서 뚱뚱한 막내딸이 내뱉은 ‘몰라요’ 시리즈로 전 국민의 배꼽을 앗아간 문세윤. 탤런트 주현과 앙드레 김의 성대모사도 수준급인 그는 “죽기 전 크게 한번 웃기고 눈감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요즘엔 코미디서 자주 보기 힘든 무언극을 연출, 뱃살로 건반을 누비는 소위 ‘바디밴드’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지난 1월26일 오후 서울 마포에서 만난 그는 작지만 빛나는 눈동자를 연실 깜박거리며 시종일관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문세윤은 스물다섯살 총각이다. 180cm의 키에 113kg의 풍채가 그다지 보기싫진 않다. 주말마다 TV에 등장하는 뱃살도 한국남자 평균치 보다 약간 웃도는 정도다. 게다가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덩치 1’로 나와 ‘벗는 연기’에 성공한 이상, 그의 몸에 대해서 국민의 시선은 이제 익숙하고도 남는다. “몸매가 콤플렉스였다”는 그의 고백도 ‘였다’로 표현될 만큼 이제 다 보여주고 나니 제법 ‘여유로운’ 표정이다.

어쨌든 문세윤은 25살은 더 돼 보인다. 중후한 뱃살? 삭은 피부? 이런 이유는 아니다. 청바지에 받쳐 입은 티셔츠로 뱃살은 커버되고, 피부도 그만하면 나쁘지 않다. 그는 어딘가 모르게 편안하다. 뭔가 이해심이 많아 보이는 것이, 인생경험도 많았으리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가 선보이는 개그 역시 오랜 시간의 때가 묻어있는 것처럼 진한 향이 난다. “시청자 앞에 선 3분 개그의 뒤에는 피땀어린 투혼을 방불케 하는 고민과 연습, 또 연습의 시간이 존재합니다. 그토록 치열한 밤샘과 온몸을 던져 시험하고 다시 또 연출하고…, 그런 끝에 우리(개그맨)는 3분의 웃음을 전달하는 것이지요.”

그는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가 3개월을 채 넘기지 않고 단명(短命)하는 개그풍토도 꼬집었다. “좋은 영화와 음악은 작품으로 남아 수십 수백년간 사랑을 받지요. 하지만 개그는 석달만 넘기면 저질, 그만 내려라 하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어 억울합니다. 개그도 개그맨의 혼이 담긴 작품입니다. 한차례 웃음도 소중한 감정입니다. 눈물과 감동만이 감정은 아닙니다.”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무대에 서는 문세윤은 그 열정의 끝에서 작년 스크린에 데뷔했다. ‘개그맨이 영화를 해? 약간 웃기겠구만.’ 대다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했지만, 문세윤은 그런 짐작을 보기 좋게 깨부쉈다. “영화을 찍는 내내 ‘나는 개그맨이 아니다’라는 화두를 갖고 임했지요. 영화속에 들어와 개그를 하는 꼴을 보여서는 안된다고요. 그런 최면을 걸고 한 컷 한 컷 성실하게 찍었습니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여자가 되고 싶은 뚱보소년의 성장기를 연출, 지난해 영화시장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저예산영화다. 지난해 문세윤은 이 영화로 대한민국영화상 신인남우상 후보까지 올랐다. ‘왕의 남자’의 주인공 이준기에 밀렸으니 억울할 것도 없다는 표정이다.

“베를린영화제까지 출품영광을 안은 작품성 높은 영화를 만나 좋은 분들과 동고동락하며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들로부터 ‘잘 하더라’는 칭찬을 들었더니 다음에 더 좋은 영화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더군요.” 문세윤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른다. 작년 7월부터 날마다 불교방송 ‘뮤직펀치’에서 DJ를 맡은 뒤 더 그렇다. “라디오는 긴장연속의 개그무대와는 달리 색다른 맛이 있어요. 날마다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인생이야기를 문자와 메일로 접하면서 그야말로 공부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문세윤은 불자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틈틈이 사찰을 찾아다니는 그는 “사찰은 언제든지 가면 두 팔을 벌리고 안아주는 쉼터이자, 넉넉히 감싸주는 큰 나무와도 같다”며 “어릴때부터 절에 다니시는 어머니를 보며 커온터라,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하며 자랐다”고 말했다. “솔직히 어려운 불교용어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틈날때마다 공부를 하지요. 주변사람을 보면 일요일이면 꼭 교회에 가야한다는 규칙을 갖고 사는 개신교인도 많지만, 그것은 진정한 종교가치를 영위하며 산다고 보기는 힘들죠.”

사귄 지 3년 된 여자친구가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꼭 그 친구랑 결혼할 계획이라며 왼손 약지에 낀 커플링을 항상 빼지 않는 청년 문세윤. 그에게서 풍기는 나이보다 더 진한 향기는, 지금 이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정견(正見)과 정념(正念)으로 정명(正命)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삶에서 나온 것이리라.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불교신문 2299호/ 2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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