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법조인생, 불교는 최상의 도반”

“불교계 어른 스님들을 친견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당부하는 말씀이 바로 근기에 맞는 수행정진입니다. 특히 세간의 법을 다루는 법조인들에게는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죠. 그 동안 법조인으로 살아오면서 희비를 함께한 불교수행이야말로 평생 함께할 도반입니다.”

법조불교인회장 소임을 맡으며 활발한 불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구상진 변호사(57, 법명 송산). 검사와 법학교수, 변호사 등 30여년을 법조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있어 불교수행은 삶의 일부였다. 지난 11월27일 오전 불교방송 법률상담 녹음을 마친 구상진 변호사를 만나 법조인 불자로서 그 동안의 소회와 수행담을 들어봤다.

<사진설명:지난 11월27일 오전 불교방송 녹음을 마친 법조불교인회장 구상진 변호사가 불교방송 법당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

올해 3월 법조불교인회 총회에서 신임회장으로 추대된 구상진 변호사는 지난 10월부터 불교방송에서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변호사와 서울시립대 법대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가 바쁜 일정에도 직접 법률상담에 나서고 있는 까닭은 불자 법조인으로서 사부대중에게 알고 있는 지식을 회향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앞섰기 때문이다.

“법률을 다루는 법조인인 동시에 불법(佛法)을 실천해야 할 불제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조인불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시절부터 불교와 친숙했던 구 변호사는 1960년 중반 경기고 재학시절 룸비니불교학생회와 인연을 맺으면서부터 본격적인 불교활동을 시작했다.

서울 종로 대각사에 적을 둔 룸비니불교학생회는 서울고, 경기고, 경복고 등 당시 명문 고교학생들로 이루어진 불교모임이다. 조계종 기본선원장 지환스님을 비롯해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 홍석현 전 주미대사, 고(故) 조영래 인권변호사 등이 이곳 출신이다. 이후 1968년 서울대 법대로 진학한 그는 룸비니 사무총장 등을 맡으며 대학재학 시절 내내 활발한 신행활동을 이어갔다. 법명 ‘송산’도 이 당시 성철스님에게 받은 것이다.

경기고 시절 ''룸비니학생회''서 활동

학생불자회 지도, 교수불자회 결성

지난 달부터 불교방송서 법률상담

"불교 입지 넓히는 데 일조하고 싶어"

이어 법조인불자로서 입문은 1972년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면서부터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 등을 거쳐 광주ㆍ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하면서 불교와의 인연은 참선, 예불 등으로 더욱 구체화 됐다. “고시공부를 하면서 심신이 지칠 때면 가까운 사찰을 찾아 새벽예불을 하거나, 혼자 참선을 하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시험도 합격할 수 있던 것 같고, 이후 검사로 재직하면서도 수행은 늘 저와 함께 했죠.”

검사직을 사직하고 1982년 서울시립대 법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기면서도 불교활동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 이어진다. 강단에서 법철학을 강의를 맡은 그는 자연스럽게 대학 불교학생회 지도교수를 맡으며 후학양성에 매진했다. “세속법을 다루는 사람은 기본적인 정신자세가 필요합니다. 내 경우 고시를 준비하면서 불자가 취해야 할 기본적인 서원인 사홍서원(四弘誓願)을 법학을 공부하는 기본자세로 삼았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로 우리가 법을 공부하는 이유입니다.”

이와 함께 그는 교수로 재직하면서 불자교수들과 정기법회, 교리공부 등 신행활동을 이어가면서 체계적인 모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1988년 박광서 교수(전 재가연대 상임대표), 성태용 교수(우리는 선우 이사장) 등과 함께 발기인으로 동참하면서 교수불자연합회를 발족하기에 이른다. 그는 “앞으로 개인 수행은 물론 법조인 불자로서 맡은바 소임에 최선을 다해 세간에서 불교의 입지가 더욱 넓어지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정철 기자 shutup0520@ibulgyo.com

[불교신문 2283호/ 12월2일자]

● 구상진 법조인불교회장이 밝힌 불자회 발전방향

지난 3월 법조불교인회 총회에서 신임회장으로 추대된 구상진 변호사는 취임과 함께 구성된 불자회 법률지원단을 중심으로 한 조직 활성화 방안을 강조했다. 구 변호사는 “그동안 공직에 몸담은 불자 법조인들이 포함되어 있다보니 종교적 성향을 띄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는 조직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였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그는 법률지원단을 모체로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먼저 형편이 어려운 불자들의 법률지원을 돕는 한편 불교국가 출신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등 자비실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불교를 믿고 따르는 법률가 모임으로서 적극적인 입장표명에 나서는 한편 장기적으로 법 사상 내에 불교적 원리를 반영시킬 수 있는 법리연구에도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형편 어려운 불자들에게 법률지원

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입장표명

그는 “그동안 불교계는 타종교에 비해 대사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데 다소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법조인 불자로서 의견을 밝혀야 할 때가 있다면 적극 나설 것이고, 이를 위해 지원단 내 법률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그는 회원수 늘리기는 물론 불자회 홈페이지 구축, 회보발간 등 다양한 대내외 활동을 통해 조직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허정철 기자 shutup0520@ibulgyo.com

[불교신문 2283호/ 12월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