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릴 수 없는 자 다스린 부처님 참 대단합니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화경(和敬)과 자애를 내세우는 부처님도 여러 번 어려움을 겪었다. 부처님이라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 이교도들의 모함과 공격, 사촌동생 데바닷타의 교단 분열책동, 코삼비 비구들의 싸움 등 어려움들이 적지 않았다. 결국에는 부처님께 귀의한 살인마 앙굴리말라도 부처님을 힘들게 한 존재 가운데 하나였다.

<사진설명>영국의 고고학자 커닝햄이 사위성에서 부처님께 교화된 살인마 앙굴리말라가 개심한 곳에 세워진 스투파라고 추측한 스투파(왼쪽). 기원정사 뒷편에 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맛지마니까야〉(86) ‘앙굴리말라경’에 의하면 한 때 부처님은 사밧티(쉬라바스티. 사위성)의 제타바나에 있는 아나타핀디까 승원(기원정사)에 있었다. 그 때 코살라 국에는 앙굴리말라라는 살인마가 살고 있었다. 그는 잔인하여 손에 피를 묻히고, 살육을 일삼고,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자비가 없었다. 그 때문에 마을은 마을이 아니고, 도시는 도시가 아니고, 나라는 나라가 아닐 지경이었다. 앙굴리말라는 사람을 죽이고 또 죽여 손가락으로 화관을 만들었다.

이 때 부처님은 아침 일찍 옷을 입고 발우와 가사를 들고 사밧티로 탁발하러 들어갔다. 탁발을 마치고 식후에 깔개를 정리하고 발우와 가사를 들고 흉적 앙굴리말라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앙굴리말라가 있는 곳으로 가는 부처님을 보고 말했다. “수행자여, 이 길로 가지 마십시오. 이 길에는 앙굴리말라라는 흉적이 있습니다. 그는 잔인하여 손에 피를 묻히고 살육을 일삼고 생명에 대한 자비가 없습니다. 그는 마을과 도시와 지방을 황폐하게 만듭니다. 그는 사람을 죽여서 손가락으로 화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수행자시여, 이 길을 열 사람, 스무 사람, 서른 사람, 마흔 사람, 쉰 사람이 모여서 가도, 오히려 그들은 흉적인 앙굴리말라의 손아귀에 놓일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기나가는 부처님을 본 모든 사람들이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부처님은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살인마 앙굴리말라는 부처님이 멀리서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보고 나서 생각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참으로 이전에 없었던 일이다. 이 길을 열 사람, 스무 사람, 서른 사람, 마흔 사람, 쉰 사람이 모이고 모여서 가도, 오히려 그들은 나의 손아귀에 놓인다. 그런데 이 수행자는 혼자서 동료도 없이 생각건대 운명에 이끌린 듯이 오고 있다.

내가 어찌 이 수행자의 목숨을 빼앗지 않겠는가?’ 생각을 마친 앙굴리말라는 칼과 방패를 잡고 활과 화살을 메고 부처님 뒤쪽으로 바짝 쫓아갔다. 그러나 앙굴리말라가 아무리 달려도 부처님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참으로 이전에는 없었던 일다. 나는 일찍이 질주하는 코끼리를 따라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일찍이 질주하는 말을 따라 잡을 수 있었다.

살인마 앙굴리말라 칼. 흉기 버리고 귀의

홀로 명상을 즐기며 ''해탈의 즐거움'' 누려

나는 질주하는 수레를 따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온 힘으로 달려도 보통 걸음으로 걷고 있는 이 수행자를 따라 잡을 수 없다’며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앙굴리말라는 걸음을 멈추고 부처님에게 “수행자여, 걸음을 멈추어라”고 외쳤다. “앙굴리말라여, 나는 멈추었다. 너도 멈추어라.” 앙굴리말라는 생각했다. ‘이 수행자는 자신은 걸으면서 ‘나는 멈추었다. 앙굴리말라여, 너도 멈추어라’라고 말한다. 내가 이 수행자에게 그것에 대해 물어보면 어떨까?’

앙굴리말라는 부처님에게 물었다. “수행자여, 그대는 가면서 ‘나는 멈추었다’고 말하고, 멈춘 나에게 ‘그대는 멈추어라’고 말한다. 수행자여, 나는 그대에게 그 의미를 묻는다. 어찌하여 그대는 멈추었고 나는 멈추지 않았는가?” “앙굴리말라여, 나는 언제나 일체의 살아있는 존재의 폭력을 멈추고 있다. 그러나 그대는 살아있는 생명에 자제함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멈추었고 그대는 멈추지 않았다.” “오! 드디어 이 수행자가 위대한 선인으로 나를 위해 이 커다란 숲에 나타나셨네. 나에게 진리를 가르쳐준 그대의 시를 듣고 나는 참으로 영원히 악함을 버렸습니다.” 마침내 앙굴리말라는 칼과 활을 버리고 부처님의 두 발에 예경했다.

부처님은 “오라! 수행승이여”라고 말했고, 앙굴리말라는 수행승이 되었다. 출가한 그를 데리고 부처님은 사밧티의 아나타핀디까 승원에 머물렀다. 소식은 삽시간에 코살라국 전역에 퍼졌다. 국왕 파세나디의 궁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여, 흉적 앙굴리말라가 그대의 영토에 있습니다. 대왕은 그를 막으십시오.” 파세나디 왕은 대낮에 500명의 기마부대를 데리고 아나타핀디카 승원으로 향했다. 수레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 그 후에는 수레에서 내려 걸어가 부처님 계신 곳을 찾았다.

부처님께 인사하고 한 쪽으로 물러나 앉은 왕에게 부처님이 말했다. “왕은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마가다국의 빔비사라 왕이 공격했습니까? 베살리의 리차비 족들이나 다른 적대적인 왕들이 공격했습니까?” “부처님이시여, 빔비사라왕이 나를 공격한 것도, 리차비 족들이 나를 공격한 것도, 다른 적대적인 왕들이 나를 공격한 것도 아닙니다. 흉적 앙굴리말라가 내 영토 안에 있습니다. 그는 살육을 일삼고 생명에 대한 자비가 없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나는 그를 막을 수 없습니다.” 부처님이 말했다. “대왕이여, 앙굴리말라가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여,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삼가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은 것을 삼가고, 어리석은 거짓말을 일삼는 것을 삼가고, 하루 한 끼 식사를 하고, 청정한 삶을 살고, 착하고 건전한 가르침을 따른다면 그대는 그를 어떻게 할 것입니까?” “부처님이시여, 그가 만약 그러하다면 경의를 표하고 그를 법답게 보살피고 수호할 것입니다.”

그 때 앙굴리말라는 부처님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었는데, 오른팔로 앙굴리말라를 가리킨 부처님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 수행승이 앙굴리말라입니다.” 앙굴리말라를 본 파세나디 왕은 두려움이 일어났다. “대왕이시여,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를 두려워해야 할 것은 없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이 존귀한 자가 정말 앙굴리말라입니까?” “대왕이시여, 그렇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이 존귀한 자의 아버지는 어떠한 성을 가졌고, 어머니는 어떠합니까?” “대왕이시여, 아버지는 박가바이고, 어머니는 만따니입니다.” 수행승 앙굴리말라를 본 파세나디 왕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아주 놀라운 일입니다. 부처님이시여, 예전에 없었던 일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스릴 수 없는 자를 다스리고, 고요하게 할 수 없는 자를 고요하게 하시고, 열반에 들 수 없는 자를 열반에 들게 만듭니다. 부처님이시여, 우리들이 몽둥이와 칼로 다스리는 자를 부처님께서는 몽둥이도 없이, 칼도 없이 다스립니다. 부처님이시여, 우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우리들은 할 일이 많고 바쁩니다.” 부처님께 인사를 드린 파세나디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쪽으로 돌아 그 곳을 떠났다.

파세나디 왕이 돌아간 이후 존자 앙굴리말라는 숲에서 거주하고 탁발을 하며 누더기 옷을 입고 살았다. 어는 날 존자 앙굴리말라는 아침 일찍 옷을 입고 발우와 가사를 들고 사밧티로 탁발하러 들어갔다. 그 때 어떤 사람이 던진 흙덩이가 존자 앙굴리말라의 몸에 날아왔고, 어떤 사람이 던진 몽둥이가 앙굴리말라의 몸에 날아왔고, 어떤 사람이 던진 돌덩이도 날아왔다. 흙덩이, 몽둥이, 돌을 맞은 앙굴리말라는 온 몸에서 피를 흘렸다. 발우는 부서지고, 옷이 찢어진 채 부처님이 계신 곳을 찾아왔다. 부처님은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수행자여, 그대는 인내하라. 그대는 인내하라. 그대가 업의 과보로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을 지옥에서 받을 업보를 그대가 지금 여기서 받는 것이다.” 이후 앙굴리말라는 홀로 떨어져 명상을 하며 해탈의 즐거움을 누렸다. 앙굴리말라가 남긴 〈테라가타(장로게경)〉 제866∼891송 가운데 891송인 “나는 스승 부처님을 섬기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였다. 무거운 짐을 벗고, 윤회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요인을 뿌리 뽑았다”는 게송을 보면, 해탈의 즐거움을 누렸음을 알 수 있다.

조병활 기자 bhcho@ibulgyo.com

■ 앙굴리말라는…

한국빨리성전협회가 펴낸 〈맛지마니까야〉(전재성 역) 제3권에 수록된 각주 389번에 의하면 앙굴리말라(한역 指)는 코살라국의 법정(法庭)직원이었던 아버지 박가바의 아들이었다. 그는 도둑의 성좌(星座) 아래서 태어났으나 그 흉조(凶兆)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자, 아버지는 그에게 아힘사카(不害者)라는 이름을 주었다. 그는 탁샤실라(지금의 파키스탄 탁실라)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엘리트였고, 스승이 가장 총애하는 제자였다. 그러나 동료학생들이 시기한 나머지 “아힘사카가 스승의 아내와 불륜 관계를 맺었다”고 무고(誣告)하는 바람에 운명이 바뀌었다.

탁샤실라서 교육 받은 엘리트

동료들의 무고로 운명 바뀌어

스승은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사람 1000명의 손가락을 잘라오라고 시켰다. 아힘사카는 ‘자리니(J-alin)’ 숲에 살면서 여행자를 공격하여 손가락뼈로 목걸이를 만들었기 때문에 앙굴리말라라고 불렸다. 드디어 그는 하나가 모자라는 천 개의 손가락을 확보했다. 한 명을 죽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부처님은 앙굴리말라의 어머니 만따니가 그를 방문하는 도중이라는 것을 알았고, 무엇보다 조건이 갖추어지면 앙굴리말라도 거룩한 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부처님은 앙굴리말라의 어머니가 가기 전에 먼저 그에게 가서, 그를 교화했다.

조병활 기자 bhcho@ibulgyo.com

[불교신문 2280호/ 11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