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생 40년 맞은 소설가 윤후명
문학인생 40년 맞은 소설가 윤후명
  • 승인 2006.02.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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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청춘인데 벌써 환갑 올해부터 새 인생 다시 출발”
사진설명: 올해로 문학인생 40년을 맞은 소설가 윤후명은 “소설가가 쓴 시가 아닌 시인의 시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20대 때는 “늙어서도 젊어 있는 삶”을 꿈꿨다. 빨리 나이 들길 바라며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40년이 흘렀다. 의식하지 않았지만 세월은 너무 빨랐다. ‘문단 40년’이란 수식어도 낯설다. 육십갑자를 돌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그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나는 과연 젊어 있는가.”

지난 13일 인사동에서 만난 소설가 윤후명은 소년처럼 웃고 있었다. 그의 웃음이 발산하는 빛에 봄을 재촉하는 한낮의 햇살이 더해졌다. 이마에 깊이 박힌 주름까지 가릴 정도로 환한 빛이다. 공교롭게도 윤씨는 올해 환갑이 됐다. 축하의 의미로 이런저런 행사를 준비하는 지인들의 요구에 열심히 장단도 맞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소설과 시를 쓰고, 한편으로는 제자들을 가르친다. 틈틈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언제부터 작품에서 불교를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 향가를 뒤적이며 써내려갔던 수많은 시 속에 담아있었는지, 아니면 소설 〈둔황의 사랑〉을 펴낸 후부터인지 확실하지 않다. 조계사 불교대학에서 공부하면서 포교사 자격증까지 따게 된 이후부터인지도 모른다. 그냥 우리말과 글에 담긴 우리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단지 다른 이들과 불교적 정서를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부처님 생애나 선사들의 일대기를 다루는 직접화법 대신 그가 택한 것은 냄새를 풍기는 것이었다. 불교가 외래종교라는 주장에 반대하는 그는 한 나라의 건국과 관계된 종교라면 그건 더 이상 외국의 종교가 아니라고 믿는다. 옛날 국가를 건설하는데 사상적 기반이 됐을 불교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민족정서를 소재로 택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누울란의 사랑〉도 그랬고, 〈하얀 배〉 〈삼국유사 읽는 호텔〉도 별반 차이가 없다.

알게 모르게 불교와 인연
포교사자격증 취득하기도
궁극적인 ‘자아탐구’ 과정
불교향기 작품에 스며들어


“서사구조보다는 문학의 미학을 더 살리고 싶었다.” 그는 이야기 중심의 소설보다 분위기와 정조가 살아나는 소설을 더 많이 썼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이냐”며 짜증스럽게 묻는 독자들도 있을 테지만, 문장을 통해 예술성을 추구하는 것이야 말로 그의 목표였다. 어차피 삶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태어나서 죽는다는 서사적 구조가 전부 아닌가. 그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문학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새로운 것을 시도한 셈이다.”

윤후명은 지금 또 다른 출발점에 서 있다.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윤후명은 하나의 작품을 써왔다’고. 그 말에 공감한다. 나는 나를 탐구하는 한편 나와 우주의 관계를 조율하는 글을 썼다. 저마다의 제목을 달고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한 맥락으로 묶인다. 바로 ‘나’다.” 우리 사회에 자아를 탐구하는 모습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그는 소설가의 길에 들어서면서 ‘나’를 주인공으로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모두의 시선이 바깥을 향해 있을 때 자신만큼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것은 ‘나’의 목소리인 동시에 ‘너’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이제 윤씨는 오래된 문학계의 관행을 흔들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글 쓰는 사람들은 일찍 펜을 놓는 경향이 있다. 분위기를 쇄신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다시 한번 힘을 내 시인으로서의 삶을 찾자고 마음먹었다.”

등단 40년을 맞아 그의 글 제자 모임인 ‘비단길-서울문학포럼’과 ‘문학사랑’이 15일부터 22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그림전을 연다. 김원숙 임만혁 두 화가가 윤씨의 소설과 시를 주제로 그린 52점의 그림이 전시된다. 이와 함께 시화선집 〈사랑의 마음, 등불 하나〉(랜덤하우스중앙. 2006)를 발간했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윤후명은…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시 ‘빙하의 새’가 당선돼 등단한 윤후명은 1979년 한국일보에 ‘산역’을 발표함으로써 소설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소설 〈원숭이는 없다〉(민음사. 1989) 〈협궤열차〉(민음사. 1992) 〈여우사냥〉(문학과지성사. 1997) 등이 있다. 또 〈명궁〉(문학과지성. 1977) 〈홀로 가는 사람〉(행림출판사. 1986)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민음사. 1992) 등의 시집을 발간했다.

[불교신문 2204호/ 2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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