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열 교수 "한국문화속의 ‘사자’는 상상의 동물 해태"

불상 속의 사자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불상에서 석탑과 석등에서 걸어나와 사자는 어디로 갔는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한 자연과학자가 20여년간 전국의 사찰과 산야를 헤치며 발로 뛰었다. 주인공은 바로 미생물학자인 이재열(54) 교수(경북대 미생물학과). 그가 한국 문화속의 사자를 찾아 최근 <불상에서 걸어나온 사자>(주류성출판사)를 펴냈다.“광화문 앞을 지날때마다 빙긋이 웃고 있는 해태를 보면서 해태는 어디에서 왔을까 궁금했다”는 그는 “중국과 일본의 문화에는 엄연히 사자형상이 전해오지만 한국에서는 사자가 아닌 해태라는 상상의 동물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책의 말문을 열었다. 그는 “불상과 함께 부처님의 수호신으로 한반도에 전해져온 사자가 조선 후기에 이르러 해태로 변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학자나 문화재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는 “한반도에 한번도 서식하지 않았던 사자는 한국인에게 문화적 동물이었고 결국 나중에 해태로 변형됐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라고 말했다.책에는 ‘탑을 찾아간 사자’ ‘탑을 지키는 사자’ ‘탑과 어울린 사자’ ‘부도와 어울린 사자’ 등 우리나라 전국 사찰에서 발견한 각종 ‘사자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자세히 수록돼 있다. “사자는 불교에서 벽사와 수호의 의미를 가진 신성한 동물로 여기며 특히 부처님의 이상적인 모습을 형상화한 불상에도 중요하게 이용되었다. 불상은 예배의 대상이므로 당연히 수호되어야 하며 수호의 동물인 사자가 초기 불상의 대좌에 자리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에 따르면 이처럼 처음 법당에서 불상을 수호하던 사자가 법당 밖으로 나오면서 사찰 곳곳서 삿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동물로서 위용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고 신앙과 경배의 대상이 된 탑을 둘러싸고 사자상이 많은 이유 역시 탑을 수호하는 신성함을 돋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작가는 답사과정에서 발견한 훼손된 문화유물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도 보였다. “경주 불국사 다보탑의 사자상은 원래 네 마리였습니다. 그러나 일제시대에 약탈당해 현재 한 마리 뿐이고 그나마 얼굴부분이 훼손된 상태입니다. 상처받은 이 사자상만이 홀로 남아 외로움을 삭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안타깝습니다.”오랜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문화유물에 강한 생명력을 부여한 그는 우리문화 깊숙이 자리잡은 사자상을 ‘되살아난 해태’라고 강조했다. “다시 살아난 해태는 그냥 하나의 생명을 얻은 것이 아니라 불꽃처럼 되살아나 다른 생명체가 누리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한쪽에 미루어 두었거나 구석에 내팽개쳐 버린 몇가지 생각에 생명의 힘을 불어넣어 준다면 새로운 이야기들은 영원히 이어질 것입니다. 문화는 살아숨쉬고 있기에…” 하정은 기자 jung75@ibulgyo.com[불교신문 2071호/ 10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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