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수행방 만들어 참선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 청화스님과 인연 각별

故 조중훈 회장 월정사 복원 불국사 범종 등 사찰불사에 앞장

현대그룹 여인들도 독실한 불자 많아

금호그룹 박정구 前 회장 선승 금타화상과 인척



사진설명: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이 1971년 월정사 복원 당시 스님들과 함께한 모습.사진제공 대한항공
자살로 생을 마감해 불자들에게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던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49재(齋)가 지난달 도선사에서 열려 화제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재벌그룹의 불교 인연과 활동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교계 안팎으로도 궁금증이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불교신문은 이번 기회에 재벌 그룹과 불교인연 그리고 그들의 불교적 삶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대표기업 삼성그룹의 불교인연은 그야말로 귀감이다.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드러나진 않지만 사찰의 불사와 다양한 행사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홍씨 일가 대부분이 불자로 사찰 행사때면 가족동반으로 간혹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홍씨의 여동생인 홍나영 삼성문화재단 상무보를 비롯한 삼성 SDI 홍석준 부사장, 고(故)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 등이 그들이다.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도 이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은 듯 최근 별도의 ‘수행방’을 마련해 조석으로 명상과 참선을 즐기고 있다.

정주영 회장 청담스님과 돈독

조미료의 선두주자로 80년 당시 굴지기업 삼성과 함께 ‘미원-미풍 전쟁’을 벌여 파란을 몰고 왔던 대상그룹(구 주식회사 미원)은 임창욱 명예회장 부부가 독실한 불자이다.

특히 성륜사 조실 청화스님과 임창욱 명예회장, 부인인 박현주(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여동생)씨의 인연은 각별하다. 성륜사 신도들에 따르면 “뭇 사람을 의식해서 인지 허름한 옷차림에 늘 모자를 눌러쓰고 법당을 찾으시며, 대체로 큰 스님 법문이 시작될 즈음 오셨다 법문이 끝나면 삼배하고 총총이 나가시곤 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청화스님과 인연이 있는 북한산 광륜사도 명절 때면 두 명의 딸과 함께 자주 찾는 곳이다. 임 회장 부부는 집안에 불상을 모셔두고 수행정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어머니를 비롯한 집안 일부가 엄격한 기독교적 분위기여서 그 외 자세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현대그룹의 불교인연은 익히 알려져 있다. 청담스님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고(故) 정주영 전 명예회장은 ‘일체유심조’ 법문을 즐겨들었고, 그의 손녀딸이 가스폭발로 태능선수촌에서 유명을 달리하자 도선사에서 49재를 지낸 바 있다. 이후 자신은 물론 후계자였던 고 정몽헌 아산현대 회장에까지 도선사 49재는 이어졌다. 현재 투병중인 고 정주영 회장의 부인 변중석씨와 동생인 정희영씨, 정몽헌 회장의 미망인 현정은씨도 불심이 매우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송사의 큰 별로 기억되는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전 회장 역시 특별한 불자이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되다시피 했던 사찰불사에 누구보다 앞장서, 월정사 복원, 불국사 범종 불사, 낙가사 재건, 법주사 불상 불사 등 손으로 꼽기에도 많은 불사를 해왔다.

월정사 자주 찾아 차담 나눠

월정사 중창불사 당시 조실이던 탄허스님, 주지 만화스님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고, 사업이 어렵고 마음이 어두워질 때면 월정사를 찾아 밤을 세우며 차담을 나누곤 했다. 그를 지근거리에서 만났던 이들은 “월남에서 사업할 때도 복원중인 월정사 꿈을 꾸신 후 모든 일정을 미루고 국내에 들어와 중창 기금을 내실만큼 불교 일에 매우 적극적 이었다”고 회고한다. 또 자신의 집 앞마당에 있던 석탑을 월정사에 옮겨놓을 정도였다. 그는 “항상 이기기만을 바라는 것은 또한 겸손하지 못한 오만과 통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며 ‘하심(下心)’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부부내외도 불자로 고 조중훈 회장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광륜사를 자주 찾고 있다.

금호그룹의 고(故) 박정구(법명 동산) 전 회장은 일상생활 자체가 불교였다. 그의 불교 내력은 만암 대종사의 상좌인 금타 대화상에서 기인하는데, 청빈과 현대물리학에 대한 조예, 끝없는 구도열로 한국불교의 정통인 통불교를 주창해 왔던 당대 선승 금타화상이 다름 아닌 어머니 이순정 여사의 외사촌 오빠였다.

대우 김우중씨 법련사 인연

회사 일로 머리가 복잡할 때면 법련사나 칠보사를 찾아 향을 피웠고 참선을 하기도 했으며 그의 어머니와 함께 고(故) 박인천 금호 창업주 위패를 모신 송광사 명부전 불사를 비롯해 화엄사, 백양사, 해인사, 불갑사 등의 불사를 했다.

특히 96년 9월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 불일범종 제작에 참여해 ‘2억원’의 불사금을 지원했고 모친인 이 여사, 큰형인 금호그룹 박성용 명예회장을 비롯 박삼구 당시 부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사장 등 8남매 가족 전원이 함께 참여해 불자가족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법련사는 대우그룹과도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사찰이다. 틈날 때면 불교서적을 읽기로 소문난 김우중 전 회장은 큰 아들이었던 고(故) 김선재 씨가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아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송광사에 거액의 불사금을 희사했고 이로 인해 법련사 창건으로까지 이어졌다. 김 전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 여사가 아들의 위패가 있는 법련사를 간혹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본무 LG회장 불교대학 졸업

부산지역의 대표적 재벌그룹으로 국제그룹에 버금갔던 동명목재도 불교와 인연이 깊었다. 고(故) 강석진 전 회장은 상류층 불자들을 겨냥, 현재의 부산 용당동에 땅 3000여평을 희사해 현재의 동명불원을 창건했다. 특히 강 전 회장은 만(卍)자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는데 생전에 “불교의 만(卍)자에서 모든 영감을 얻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동명목재가 도산하면서 사찰은 국가로 강제 헌납되어 현재 행정자치부 소속, 범어사 위탁 관리체계이지만 가족들은 사찰 뒤에 위치한 일가의 무덤은 물론 해마다 사찰에서 천도재를 지내며 올해도 오는 18일에 천도재를 지낼 예정이다.

이외도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이 능인불교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SK, 코오롱, 한국화이자, 동국제강, 우성 등도 그룹 총수와 일가 친척들이 불자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배재수 기자 dongin2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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