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봉축행사 주민들도 '환희심'
대웅전앞 괘불 만자 걸고 봉축법회
흰코끼리 장엄물 조성해 연등 행렬
신평리까지 스님 신도 주민 한마음

부처님을 등 위에 모신 흰코끼리 앞에서 월하대종사가 기념촬영을 했다.
부처님을 등 위에 모신 흰코끼리 앞에서 월하대종사가 기념촬영을 했다.

1961년 5월 22일. 음력 4월 8일로 부처님오신날이다. 휴전 8년째를 맞이했지만, 한국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때였다. 그러나 중생구제의 원력으로 이 땅에 나투신 부처님의 탄신일을 맞이하는 스님과 불자들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조계종 종정과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을 지낸 월하대종사(1915~2003)가 소장한 앨범에 있는 흑백사진은 62년 전 통도사의 부처님오신날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편집자>

부처님오신날 대웅전 전각에 대형 만자(卍字) 깃발을 걸어 놓았고, 대형괘불이 설치됐다. 사중(寺中) 스님과 신도, 학생 등이 참여한 가운데 법회를 봉행한 후에는 하북면 신평리까지 연등행렬을 하면서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형 코끼리 장엄물’이다. 하얀색 솜으로 외형을 만들고 비단으로 장식한 백상(白象)이다. 마야부인의 태몽에 6개의 상아가 달린 흰코끼리가 옆구리로 들어온 상서로운 동물로 부처님과 불교를 상징한다. 통도사 백상의 등에는 연화대가 놓여 있고, 그 위에 부처님을 모셔놓았다. 백상 앞에 월하스님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촬영 시기를 짐작할 수 있는 사진은 백상 앞에서 벽안, 월하 스님이 신도들과 찍은 사진을 통해서다. 사진 상단에 ‘4294.5.22. 陰四月八日(음사월팔일), 통도사에서’라고 적혀 있다. 4294는 단기(檀紀)로, 서기 1961년에 해당한다. 이 사진의 백상 연화대 위에 사각 유리 케이스가 있는데, 그 안에 부처님을 모셨던 것으로 보인다. 월하스님이 혼자 찍은 사진과는 코끼리 등 위의 연화대 구성이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벽안(앞줄 오른쪽), 월하(앞줄 왼쪽) 대종사와 신도들. 사진 상단에 촬영 일시가 기록돼 있다.
벽안(앞줄 오른쪽), 월하(앞줄 왼쪽) 대종사와 신도들. 사진 상단에 촬영 일시가 기록돼 있다.

또 다른 사진들은 1960년대 초, 통도사의 부처님오신날과 연등행렬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웅전을 출발한 대중은 지프차(2대)와 승용차(1대) 뒤를 따르는데, 맨 앞에는 검은색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기다란 대나무로 연결한 대형 장엄등을 들고 있다. 그 뒤에는 6명의 여학생이 대형깃발을 들고 행진한다. 태극기 또는 불교기로 추정된다. 그 뒤에는 해동고등학교 고적대, 코끼리 장엄물이 따른다. 또한 그 뒤에는 마야부인으로 분장한 신도가 탄 수레를 말이 끌고 있다. 코끼리 장엄물도 수레에 실은 것으로 보인다.

통도사 경내와 하북면에는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부처님을 따르자 – 사월초파일’ ‘봉축 석가세존 성탄일’ 등을 적은 현수막이 다수 걸렸다. 제등행렬이 이어지는 길 양쪽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들은 물론 동생을 업은 아이, 군인, 경찰 등 마을 주민이 호기심 깃든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하북면 신평리 중심가를 지날 때는 수많은 주민과 신도들이 가득 메워, 부처님오신날이 흥겨운 ‘마을잔치’ 였음을 보여준다.

60여 년 전 통도사의 부처님오신날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은 월하대종사가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현재는 문도들이 보관하고 있다.

대웅전 앞에서 열린 봉축법회 모습. 대형 괘불과 만자기가 걸려 있다.
대웅전 앞에서 열린 봉축법회 모습. 대형 괘불과 만자기가 걸려 있다.
지금의 무풍한송로를 따라 마을로 향하는 행렬. 코끼리 장엄물, 마야부인이 선두에 섰고 그 뒤로 스님과 신도들이 행진하고 있다. ‘부처님을 따르자’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지금의 무풍한송로를 따라 마을로 향하는 행렬. 코끼리 장엄물, 마야부인이 선두에 섰고 그 뒤로 스님과 신도들이 행진하고 있다. ‘부처님을 따르자’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행렬의 뒷 모습, 가사를 수한 스님들이 보인다.
행렬의 뒷 모습, 가사를 수한 스님들이 보인다.
연등행렬을 해동고등학교 고적대가 이끌고 있다.
연등행렬을 해동고등학교 고적대가 이끌고 있다.
연등행렬이 하북면 중심가를 지날 때의 모습. 빈틈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연등행렬이 하북면 중심가를 지날 때의 모습. 빈틈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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