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순 교수 등 각국 학자 참여 
사회 인류학 등 '학제 간 연구'
“비구니 역사는 동아시아 역사”

일본의 젠신, 에젠, 젠조 사미니가 위덕왕 35년(588) 비구니계를 받기 위해 백제에 도착하는 장면을 그린 부여 고란사 벽화.
일본의 젠신, 에젠, 젠조 사미니가 위덕왕 35년(588) 비구니계를 받기 위해 백제에 도착하는 장면을 그린 부여 고란사 벽화.

승가 구성원의 한 축인 비구니 수행자의 역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학술서적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이향순 미국 조지아대 교수, 베아타 워싱턴대 교수, 가츠우라 노리코 일본 도쿄여자대 교수 등 3개국 11명의 전문연구자의 논문 13편을 결집한 <동아시아 비구니 - 여성 출가수행의 사회적 맥락과 의미>(민속원)가 그것이다.

여성에 대한 인식이 제한적이었던 근대 이전 동아시아에서 출가 수행한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을 고대사, 여성사, 불교사 등을 전공한 학자들이 종합적으로 고찰했다. 남성 위주 사회에서 기존의 벽을 허물고 출가해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수행한 비구니 승가 역사는 곧 여성사이며 종교사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비구니 승가사는 동아시아 역사를 온전하게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임에 틀림없다.

중국 임제선, 중국 고대 비구니승가, 송대 선불교, 명·청대 여성문학, 일본사, 한국비구사 및 불교미학, 고대 일본여성사, 중세 일본선불교 등을 연구한 전문가들이다. 2004년 한마음선원 주최로 국내에서 처음 열린 비구니 주제 국제학술대회가 계기가 되어 이번 책이 나오게 됐다.

<동아시아 비구니>는 2세기 중국 비구니 승가, 송나라 선(禪)문헌에 나타난 여성상, 임제선 선사 기원해강 스님, 조선초기 비구니 활동, 감로도에 나타난 조선의 비구니 승가, 8~10세기 일본 ‘여승’ 수계의 변천 등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비구니 승가 역사를 총망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 소개된 13편의 논문은 여성과 불교 관계 연구에 사회학, 인류학, 불교미술사 등을 접목시킨 학제간 접근을 담고 있다. 또한 자료의 양과 질, 방법론의 다양성과 타당성, 해석의 예리함과 깊이를 살펴볼 때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비구니 승가연구사를 집약했다. <동아시아 비구니>에는 진리의 길을 안내하는 스승, 사원을 이끄는 지도자, 지식인, 예술가로 각자 처한 ‘지금 바로 여기’에서 불교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한 비구니 스님들의 생생한 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이향순 미국 조지아대 교수는 “비구니 연구는 ‘오랜 화두’였다”면서 “한국 비구니에 대한 본격적인 학문적 관심은 중국이나 일본 승단에 비해 최근에 생겨났고, 연구자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행히 한국 비구니 승단의 전통과 역사를 새로 발견하고 제대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승단 내부로부터 일어나고 있는 현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것이 이향순 교수의 견해이다.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동아시아 비구니> 출간을 계기로 비구니 승가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스 / ‘동아시아 비구니’ 필진 (괄호 안은 전공)

△미국 = 미리엄 레버링 테네시대학 종교학과 교수(중국 임제선), 딩화 셰 트루먼주립대학 철학·종교학과 교수(중국 송대 선불교), 베아타 그랜트 워싱턴대학 동아시아학과 교수(중국 명·청대 여성문학),이향순 조지아대학 비교문학과 교수(한국 비구니사 및 불교 미학), 폴 그로너 버지니아대학 종교학과 교수(일본 천태종 및 계율), 바바라 루쉬 컬럼비아대학 교수(중세 일본 문학 및 문화사), 앤 덧튼 예일대학 종교학과 박사과정 수료(중세 일본 선불교)

△캐나다 = 캐드린 짜이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강사(중국 고대 비구니승가)

△일본 = 후루이치 아키라 일본 고베대학 인문학과 교수(일본사 및 고고학), 오시카와 노부히사 큐슈대학 문학부 비상근 강사(조선시대사 및 조선 전기 불교정책), 가츠우라 노리코 도쿄여자대학 사학과 교수(일본 고대사 및 고대 일본 여성사)

 [불교신문 3763호/2023년4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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