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은 ‘수행 과정’

자원봉사는 흔히 “자신을 위해 하는 봉사”라고 한다. 생활의 짬을 내 적은 시간이나마 이웃에게 베품으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윤택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원주에 위치한 장애인 시설, 소쩍새마을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나누는 삶’을 찾아나선 부부가 잔잔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박준하(43) 최희진(42)부부가 소쩍새 마을을 찾은 것은 지난 3월 말. 순수한 눈빛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장애인들의 시선에 끌려, 사업을 정리하고 자원봉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동안 지역 사회에서 감사패등을 수없이 받았어요. 그러나 감사패야 솔직히 후원금만 잘 주면 받는거 아닙니까. 이번에 3개월 생활을 마치고 자원봉사자격증을 받았는데, 정말 눈물이 나옵디다. 내겐 이게 제일 소중한기라요” 경북 김천에서 사업을 하던 박씨 부부가 자원봉사를 결심한 것은 14년전 결혼을 약속하면서부터다. 박씨 부부는 “40살까지만 경제생활을 하고, 이후에는 다른 삶을 살자”고 약속을 했다. “좋은 일도 몸과 돈이 뒷받침 되야 한다”는 생각에서 더 나이들어서는 “몸으로 하는 봉사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 사업으로 적지 않은 돈을 번 박씨는 직지사 주지 법성스님을 만나 대화하던 중 소쩍새 마을을 알게됐다. 처음 소쩍새 마을을 보고 ‘여기서 견딜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박씨부부는 이곳에서 ‘삶의 가치’를 찾아보기로 했다. “장애인을 사람답게 대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 사업체와 집을 처분하고 찾아온 소쩍새마을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회복실 자원봉사를 담당한 박씨는 매일 5시에 일어나 거동이 불가능한 10여명의 장애인들 기저귀 갈아주기로 하루가 시작된다. 밥을 타다 먹이고 목욕시키고, 양치질 해 주다 보면 하루해가 빨리 저문다. 잠시 짬이 나는 시간이면 다른 방 아이들과 산책을 하는 것이 유일한 소일. 식사 시간 이외에는 부인 최씨를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다. 대변을 본 아이들을 빨리 처리해 주지 않으면, 금세 방안이 아수라장이 된다. 한번은 박씨가 없는 사이, 한 아이가 구토를 하자 다른 아이들이 이물질을 가지고 뒹굴고 놀아 “범벅이 된 아이들”을 보며 털썩 주저앉은 일도 있단다. 노인 할머니와 생활하고 있는 최씨는 “남편보다 훨씬 나은편”이란다. 그나마 거동은 할수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곳 아이들을 보면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보름만에 밖에 나가보니, 이곳 사람들이 정상이고 밖의 사람들이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런 가식없이 즐거울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과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 누가 정상이냐고 최씨는 반문한다. 어머니 이영이(73, 법계성) 보살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깊은 신심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최씨는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소년·소녀가장들을 돌보면서 살고 싶단다. 먹여주고 입히고, 씻어주는 한 과정 과정이 ‘나를 위한 수행 과정’일 뿐이라는 박씨 부부의 맑은 미소가 눈부시게 아름답다.원주=安稷洙기자 jsahn@buddhis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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