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소속 염불자원봉사단이 2월2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염불 봉사를 하고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소속 염불자원봉사단이 2월2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염불 봉사를 하고 있다.

2월2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 6.6㎡(2평) 남짓한 작은 빈소에서 목탁 소리와 함께 염불 소리가 흘러나왔다. ‘OOO 영가이시여 이제 오늘 몸과 마음에서 벗어나니 신령스런 마음자리 뚜렷이 드러나고, 부처님의 위없는 청정계를 받으오니 어찌 다행한 일이 아니라오~.‘ 진언이 끝나자 ’나무아미타불~‘ 염송하는 소리가 휑한 장례식장을 가득 메웠다.

죽어서도 외로운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를 치르는 날, OOO 씨, △△△ 씨 이름이 적힌 위패와 텅 비어 있는 영정 사진을 앞에 두고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소속 염불자원봉사단 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해 봉사자들은 이날 상주가 되고 가족이 돼줬다.

봉사자들은 시신이 화장장으로 옮겨지기 전, 운구를 인수해 빈소에 모시고 밥과 국, 과일로 단출하게 제삿밥을 차렸다. 향을 올린 봉사자들은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애도하는 시간을 가진 데 이어 화장한 유골을 습골(뼈를 모으는 일)하고 산골(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할 때까지 곁을 지켰다. 장례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시간, 매주 목요일 오전과 오후 하루 2번 코로나 속에서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남몰래 염불봉사를 해온 이들이다.

봉사단이 없었다면 장례 절차 없이 화장장으로 외롭게 떠났을 고인들, 염불자원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구효성 팀장은 “신심이 없으면 지속하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장례식장이 주로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자비로 차비와 식비를 조달해야 하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살아있는 이를 위한 것이 아닌 죽은 이를 위한 봉사인 탓이다.

‘고맙다’ ‘감사하다’는 이야기 없이 10년 가까이 이 일을 지속해온 구효성 팀장은 “나 뿐 아니라 봉사자들 모두 고인을 조용히 보내주는 일만으로도 스스로 가슴 벅찬 뿌듯함을 느낀다”며 “공덕 쌓는 마음으로 자기 수행이라 생각하며 봉사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를 거치며 봉사자들 활동도 많이 저조됐지만 염불 봉사 만큼은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요청이 들어오면 언제 어디든 그간 가지 않은 곳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염불자원봉사단이 마지막을 지키는 이들은 모두 연고가 없거나, 신원 미상이거나, 연고가 있고 신원이 확인되도 비용 문제로 장례를 포기한 이들이다. 주로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영 장례를 진행하는 시민단체 ‘나눔과나눔’ 협조를 받거나 지자체나 병원이 직접 마련한 빈소를 찾아가 봉사를 하기도 한다. 시신 처리나 장례는 사망 선고와 연고자 조사 등 사무적 절차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치구 등 기초자치단체 관할이라 그간 장례 절차 없이 안치실에서 바로 화장장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공영 장례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빈소를 채워주는 염불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은 무연고 사망자에게도, 비용 문제로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유가족에게도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염불자원봉사단은 이날도 집에서 싸 온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시립승화원 내 식당 운영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자택이 있는 경기도 가평에서 이른 새벽부터 먹을거리를 싸 들고 집을 나서길 10년 넘게 반복해 온 이영숙 봉사자는 봉사를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염불 봉사에 쏟는 시간과 정성을 생각하면 일당을 준다고 해도 손사래치며 못할 일이죠. 특히 코로나 감염 위험속에서도 한 사람이라도 나와 꾸준히 봉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쉽지 만은 않은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어렵게 빈소가 마련되고 그 공간을 금강경 외는 소리, 극락왕생을 기도하는 소리로 채울 수 있어 다행이었다 생각합니다. 마지막 가는 길, 외롭지 않게 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염불자원봉사단에는 현재 100여 명 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립승화원 등에서 정기적으로 봉사를 하는 한편 지자체에서 위임 받은 병원이나 사찰, 개인 요청이 오면 상시 염불 봉사에 나선다. 코로나 3년을 거치며 요일별로 봉사팀을 구성해 활동해오던 것이 주별 단위 봉사로 변경됐으나 한번도 끊이지 않고 봉사를 이어왔다. 염불봉사단 총괄은 구효성 팀장이 맡고 있다.

2월2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
독송하는 염불자원봉사단.
2월2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
고인에게 향과 술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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