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

틱낫한 스님 지음, 김윤종 옮김/ 불광출판사
틱낫한 스님 지음, 김윤종 옮김/ 불광출판사

틱낫한 스님의 생전
고통을 다루는 지혜
한 권의 책으로 엮어

“고통이 일어난다면
그 고통 알아차려라”

모든 생명이 있는 존재에게 고통은 필연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예외는 없다. 부처님조차 마찬가지였다. 부처님도 말년에 두통과 등창으로 고생한 이야기가 경전 곳곳에 등장한다. 가장 극적인 이야기는 부처님의 마지막 여정을 기록한 <열반경>에 나온다. 설사와 복통으로 한 걸음조차 내딛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갈증이 심해진 부처님은 시자인 아난다에게 물을 떠다 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냇가에는 온통 흙탕물뿐이었다. 아난다는 “조금만 더 가면 맑은 물을 먹을 수 있다”며 이동하기를 권한다. 하지만 부처님은 갈증을 견딜 수 없어 두 번이나 더 아난다에게 물을 가져올 것을 부탁했다. 경전의 행간을 통해 부처님이 얼마나 처절한 육체의 고통을 겪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틱낫한 스님이 생전에 현대인들에게 일러 준 고통을 다스리는 지혜를 책으로 엮은 ‘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틱낫한 스님이 생전에 현대인들에게 일러 준 고통을 다스리는 지혜를 책으로 엮은 ‘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이와 더불어 부처님에게도 공허감이나 상실감 같은 마음의 고통이 다가온 적이 있다. 가장 아끼는 제자 사리불과 목건련이 먼저 입적했을 때였다. 사리불이 입적하자 “나는 이제 가지가 없는 큰 고목과 같이 되었구나”라며 상실감을, 그리고 목건련이 입적하자 “내가 지금 대중을 살펴보니 텅 빈 것 같구나”라며 공허함을 내비쳤다.

부처님조차 이랬는데, 평범한 사람들이 평생 몸과 마음의 고통이 없길 바라는 건 허망한 일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1월 입적한 틱낫한 스님이 생전에 현대인들에게 일러 준 고통을 다스리는 지혜를 책으로 엮은 <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돼 주목된다. 특히 이 책은 틱낫한 스님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프랑스 보르도 플럼빌리지에서 스님의 출가 사찰인 베트남의 히에우 사원으로 돌아간 직후 출간된 책이다. 사실상 모든 활동을 마무리한 시점에 나온 마지막 책이다. 국내에 첫 출간 된 이 책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님 입적 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역주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틱낫한 스님에 따르면 부처님이 ‘고통’을 알지 못했다면 깨달음 이후 입멸까지 50여 년에 이르는 동안 쉬지 않고 제자들에게 ‘고통’, ‘고통의 원인’, ‘고통의 소멸’, ‘고통의 소멸의 이르는 길’에 대한 설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부처님과 범부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부처님도 육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통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고통을 다루는 법은 알고 있었다. 더 나아가 고통을 잘 다룬다면 행복으로 변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방법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맨발로 50여 년 동안 인도 전역을 누볐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고통을 다뤄야 하는지 그리고 고통을 어떻게 행복으로 변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스님은 “우선 고통이 일어나면, 첫 번째로 할 일은 멈추어 서고, 호흡을 따라가고, 그리고 고통을 알아차리는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고통을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스님은 이렇게 멈추어 서서 고통을 보았다면 그다음에는 호흡을 따라가라고 말한다. 호흡을 따라가게 되면 몸과 마음을 하나로 만들 수 있고 종국에는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리가 이런 과거와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머물 수 있다면 오롯이 현존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마음이 두려움, 분노, 걱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행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틱낫한 스님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며 행복이 확장되고 다시 새롭게 되려면, 행복을 되먹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에 자양분을 주는 법을 모른다면 행복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흘려보내기 △긍정의 씨앗 초대하기 △마음챙김 △집중 △통찰 등 몸과 마음을 행복에 길들일 수 있는 5가지 연습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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