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우공양 의식을 시연하는 봉녕사승가대학 학인 스님들.
발우공양 의식을 시연하는 봉녕사승가대학 학인 스님들.

“발우공양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은혜를 생각하는 ‘불은상기게(佛恩想起偈)’로 시작됩니다. 죽비 한번에 합장하고 불생 가비라 성도 마갈타 설법 파라나 입멸 구사라…죽비 세 번에 합장 반배하고 발우를 펼칩니다.” 10월7일 정오 수원 봉녕사(주지 진상스님) 우화궁 앞. 공양목탁 3성이 울리자 봉녕사승가대학 학인 스님들 20여명이 가사장삼을 수하고 야외무대에 오른다. 봉녕사승가대학장 의천스님과 교무 도연스님의 지도로 한국 승가전통의 ‘발우공양 시연’을 시작한다.

10월7,8일 양일에 걸쳐 열리는 ‘2022 제13차 봉녕사 사찰음식대향연’이 시작된 첫날이다. 맑고 청아한 봉녕사 학인 스님들이 엄숙하고 숭고한 발우공양 의식에 집중하자, 그전까지 북적북적한 사찰음식 축제는 잠시 '적요모드'로 돌변한다. “출가승려가 가사와 함께 자신의 것으로 소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건에 해당하는 발우는 석가모니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후 하늘의 사천왕이 부처님께 각각 돌발우 하나씩을 공양 올린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발우의식에 관한 사회자 효석스님의 잔잔하고 친절한 이야기에 발우를 앞에 두고 정좌한 학인 스님과 경내에 있는 모든 이들의 눈과 귀가 한데로 쏠렸다. 부산에서 수원까지 사찰음식대향연을 즐기기 위해 먼길 마다않고 찾아온 옥기순(62)씨는 “지금 먹는 이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흙 물 햇볕 바람 농부의 노고와 같은 무수한 인연이 있음에 새삼 감사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축제와 함께 자성과 깨달음을 먼저 갖게 해준 감사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육법공양 모습.
육법공양 모습.

발우공양 시연에 이어 본격적인 사찰음식 실습 강좌가 펼쳐졌다. 지견스님을 시작으로 우관스님, 선재스님, 여거스님 등이 사찰음식 전 과정을 공개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시간이다.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우관스님(이천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장)은 이 날 35년 전 봉녕사승가대학 다닐 때부터 묘엄 큰스님이 인정했던 전설의 ‘가지 방울토마토조림’을 ‘도라지 유자청 생채’와 함께 선보였다.

우관스님이 전시장에 선보인 사찰음식.
우관스님이 전시장에 선보인 사찰음식.

우관스님은 이번 사찰음식대향연에서 마련한 사찰음식전시장에 메인을 맡아 이 계절에 걸맞는 다채로운 사찰음식을 가감없이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음식전시와 함께 사찰음식의 참뜻을 헤아릴 수 있는 메시지를 내걸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분율>에 ‘붓다는 의왕과 같고 법은 양약과 같으며 승가는 간병인과 같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번 행사에 사계절에 식재료를 활용하여 별미 밥을 준비했는데, 별미 밥의 향기로 아름다운 인연이 모여들고 사람의 세상이 풍요로워지는, 삶이 새롭게 열리는, 너도나도 우리가 다시 태어나길 부처님전에 두손 모읍니다.” 우관스님은 이같은 글을 직접 새겨 넣고 코로나로 지친 우리네 심신을 위로하듯 ‘Rebone, 다시 태어나다’라는 슬로건까지 제시했다.

이 날 봉녕사는 코로나로 한동안 고요속에 멎었던 도량 곳곳에 사람들이 웃음소리 음식내음이 물씬 풍겨 명절날 종갓집 풍경을 연상케 했다. 가장 인기 있는 음식부스 중 하나는 ‘복덕 군만두집’. ‘아삭아삭 채식 군만두’라는 부제목을 앞에 걸고 학인 스님들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맛깔스런 야채 군만두를 즉석에서 노릇노릇 구워줘 하루종일 ‘줄서는 식당’이 돼버렸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연신 만두를 굽는 학인 스님들의 표정에는 피로감보다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봉녕사승가대학 4학년 여현스님은 “보살님들이 이렇게 많이 좋아하실 줄 몰랐다”며 “공부하다 잠시 바람이라도 쐬는 것처럼 재미나고 보람있다”고 말하며 멋쩍어했다.

인기절정의 복덕만두집.
인기절정의 복덕만두집.

봉녕사 신도들이 도맡아 꾸린 ‘가을엔 수수부꾸미’집도 옆집 복덕만두집만큼 인기몰이를 했다. 다소 젊은층이 만두를 선호한다면, 중장년 노년층 입맛에는 만두보다 수수부꾸미다. 일흔한살 불심화 보살은 팔앙금을 정성껏 넣으면서 “오랜만에 음식축제를 하니 마음은 날아다니는데 몸은 이제 조금 힘이 든다”면서도 “신도로서 우리절에서 이런 행사를 하면 매우 뿌듯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봉녕사 사찰음식대향연은 7일에 이어 8일 사찰음식교육관 금비라 졸업식을 시작으로 육법공양, 탁발순례에 이어 선재스님과 여거스님의 사찰음식 실습강좌, 사찰음식경연대회 시상식을 거행한다. 퓨전국악그룹 퀸의 공연과 봉녕사 우담화합창단 공연을 끝으로 축제는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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