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자원 가치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 ‘시급’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불교 가르침에 근거해 노년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삽화=금봉스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불교 가르침에 근거해 노년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삽화=금봉스님

어르신 종교성 변화 조짐

노인 특성에 관심 가져야

청년포교 못지 않게 중요

한국불교 신도 대부분은 고령층이다. 이는 경험과 통계 자료를 통해서 입증되는 사실이다. 일선 사찰에서 활동하는 대다수 신도는 60~70대이다. 핵심 활동 신도층이 50대인 사찰은 ‘젊은 사찰’로 인식되며, 그 수도 그리 많지 않다.

인구소멸이 걱정되는 지방에서 사찰에 드나드는 신도는 70~80대뿐인 곳도 있으며, 폐사를 걱정하는 곳도 있다. 때문에 종교인구의 재생산 관점에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포교 정책의 시급성이 주로 논의되며, 이들에게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고 이들을 사찰로 이끌기 위한 노력이 실천되고 있다.

하지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교도 청년세대 포교만큼이나 시급하고 중요하다. 노인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국가적·사회적으로 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부족하다.

또한 일부 노인은 빈곤과 고독 속에서 힘들게 삶을 영위하고 있으며, 종교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인들이 겪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이 겪는 고통을 구제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교 전략과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어르신 대상 포교는 노인들이 겪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 문제해결을 위한 불교적 해법을 포교 전략과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하여 종단과 교구본사, 지역사회의 일선 사찰에서 실천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 글의 목적은 이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고민에 앞서 우리는 노인의 정의,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노인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필요가 있다. 이 질문에 정확한 답은 없다. 사회마다 다르며, 같은 사회라도 법과 제도마다 그 규정이 다르다. 사람마다 그 의견도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65세부터 ‘노인’으로 분류한다. ‘고령화’는 바로 이 노인인구의 비율이 평균수명의 증가에 따라 점차 증가하는 사회현상을 의미한다. 한국사회는 저출생(低出生)과 맞물리면서 더욱 급격하게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노인인구 비율 증가에 더해 절대 규모로서 노인 인구수의 증가를 포함한다. 2021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6.5%인 853만 7000명이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 노인인구가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고령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은 2021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6.5%, 2025년 20.3%, 2036년에는 30.5%, 2060년 43.9%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예측에 따르면 한국사회는 3년 뒤인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최근의 노인 관련 통계에서 걱정되는 부분은 ‘노인 1인 가구’의 증가이다. <202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노인 가구는 473만 2000가구이고 이 중 35.1%인 166만 1000가구가 노인 1인 가구이다. ‘빈곤’ 문제도 한국 노인들의 주요한 문제이다.

2016년 이후 소득분배 정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작년(2021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다. 선진국에서 비해 사회보험이 늦게 도입되어 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여전히 일해야 하는 고령인구가 많다는 사실을 뜻한다. 동시에 일을 하고 있음에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인인구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거리에서 매일 볼 수 있는 폐지 줍는 노인이 이를 상징한다.

‘임종 전’ 개종 현상 있어

종단 교구차원 공동 대응

새로운 문화 창출 나서야

문제는 우리사회가 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후발주자로서 한국사회는 선진국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사회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하였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경험하는 급격한 고령화는 전례 없는 속도이다. 고령화로 야기된 최근의 다양한 사회변화를 분석하고 그에 대응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노인을 대상 정책이 집행되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노인’의 특성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려는 논의와 노인을 고령전기노인과 고령후기노인 등으로 세분화하는 논의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이와 관련되어 우리가 주목할 점은 노인들의 종교성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별다른 포교 노력이 없어도 노인들은 불교와 친화적이기 때문에 일정한 시기에 이르면 불교에 귀의한다는 암묵적 가설이 불교계에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불교계는 노인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인’ 대상 포교 전략을 수립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적극적이지 않은 하나의 이유이다.

하지만 이제 이 가설은 거짓으로 폐기되어야 한다. 최근 이 가설에 반하는 경향이 발견된다. 2014년 한국갤럽 종교 관련 조사에서 60대 이상 인구에서 불교의 비율은 35%로 가장 높았고 개신교에 비해 10%p 높았다. 하지만 2021년 조사에서 불교 비율은 28%로 7%p가 감소하였다.

반면에 개신교와 천주교는 거의 변화가 없다(개신교 25% → 23%; 천주교 8% → 8%). 이 결과는 더는 노인들이 당연히 불교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히려 기존 불교신도들 중에서 임종기에 접어들어서 장례나 장묘 등에 대한 걱정으로 개종을 선택하는 분들이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장례나 장묘 등 죽음과 관련된 걱정은 노인 4고(苦) 중 하나인 고독고와 연결되어 있다. 노인 대상 포교 전략과 프로그램은 노인들이 겪는 네 가지 고통에 주목해야 한다. 노인 4고는 병고(病苦),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로 노년기에 겪는 어려움(고통)이다.

병고는 생물학적 노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겪을 수밖에 없는 신체적 어려움, 빈고는 은퇴 이후 소득의 감소로 인해 겪게 되는 어려움, 고독고는 은퇴와 질병, 노화 등의 이유로 사회참여 등 활동이 줄어들고 관계망도 줄어들면서 겪는 어려움, 무위고는 은퇴 후 발생하는 기본적인 역할상실과 함께 사회변화로 인해 노인의 지위와 역할 변화 및 약화로 인한 어려움을 의미한다.

여러 연구에서 제시된 포교 프로그램, 예를 들면 불교문화와 사찰의 문화재를 활용한 문화 및 여가 프로그램, 4고에 대응하는 교육 및 상담 프로그램, 자원봉사 프로그램, 회향처 제공 프로그램, 노인 공동체 형성, 일자리 나눔 프로그램 등이 이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 중에서 죽음 준비 교육 프로그램, 임종 돌봄 프로그램, 죽음 관련 의례 프로그램 등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통적으로 불교는 한국인들의 죽음 문화에 깊이 관여되어 있으며, 때문에 노인들에게 죽음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고 삶을 정리할 기회를 제공한다. 유가족들에게는 충분히 애도할 기회와 일상을 회복할 힘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장점을 잃어가고 있다. 죽음이 제대로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삶의 의미도 침식당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죽음 관련 프로그램은 곧 삶에 대한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불교의 자원과 가치를 활용한 수많은 노인 대상 포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다. 노인 포교에 쏟는 현재의 노력에 더해 노인 문제 해소에 기여하고 새로운 노인 문화를 창출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명호 경희대 종교시민문화연구소선임연구원
이명호 경희대 종교시민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3735호/2022년9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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