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린 20일

진은섭 지음/ 불광출판사
진은섭 지음/ 불광출판사

‘번아웃’ 진단 직장인
템플스테이 경험하며
되찾은 ‘행복의 여정’

“나를 힘들게 만들건
결국 ‘내 마음’이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진은섭 씨는 정책 홍보, 문화관광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그동안 치열하게 살았지만, 어느 날부턴가 쳇바퀴 도는 현실이 허무해졌다. 그리고 일에 몰두하며 살다가 주춤한 순간, 맨땅에 내동댕이쳐지듯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 만성 두통과 배앓이가 이어져 어렵게 찾은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번아웃’, 소진 증후군이었다. 이렇게 살다간 정말 죽거나 미칠 것 같던 때, 필요한 건 온전한 휴식이었다.

그러다 건강을 위해, 망가진 마음을 수습하기 위해, 아무도 나를 모르는 조용한 곳, 산속에 있는 작은 암자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내는 20일간 틈이 날 때마다 일기를 써 내려갔다. 나를 돌보며 지낸 그 20일 이후, 세상이, 삶이 견딜 만해졌다. 평소라면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겨났다. 그렇게 완성된 <나를 살린 20일>은 그 20일간의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누구나 하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아무나 누릴 수는 없는 단순한 생활을 통해 깨달은 것이 담겨 있다. 무엇을 해도 변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사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병들면 ‘왜, 어떻게, 어째서, 하필 내게’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우선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 몫은 오롯이 나의 것이니까. 충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에게 맞는 치유법을 찾아서 하면 된다. 내 경우에는 그 방법이 템플스테이였다.” 저자가 찾은 산속에 있는 자그마한 암자, 삼선암은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고, 머무는 사람도 많지 않은 곳이었다. 그곳에는 친한 언니와 인연이 있는 주지 스님과 법당 스님, 그리고 수행을 위해 잠시 머무는 선방 스님, 그리고 부엌일을 맡아 하는 공양주 보살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친한 사람도 없지만, 눈치 볼 사람도 없어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번아웃’ 진단을 받은 직장인 진은섭 씨가 산속 암자에서 템플스테이를 통해 깨달은 특별한 여정을 책으로 엮은 '나를 살린 20일'을 최근 출간했다.
‘번아웃’ 진단을 받은 직장인 진은섭 씨가 산속 암자에서 템플스테이를 통해 깨달은 특별한 여정을 책으로 엮은 '나를 살린 20일'을 최근 출간했다.

하지만 생활방식이 그동안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곳에서 머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 때문에 한 소리 듣게 되기도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에 갸우뚱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사찰도 결국에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다 같이 모여 일을 하는 가운데 대중가요를 흥얼흥얼 따라부르기도 하고, 스님과 재가자 사이에서 농담과 서운한 소리가 오고 가기도 한다. 밥 먹는 것마저 수행 중 하나라고 하는 공양 시간에는 더 맛있게 먹는 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동면하는 짐승처럼 머물러 쉬고 나를 놓아주었다. 나를 쓰러뜨린 것도, 일으킨 것도 몸이다. 채식과 걷기만으로도 살아갈 의지가 회복되는 체험을 했다. 건강하지 않으면 인생이 겸손해진다.” 해야만 하는 일도, 쫓기는 일도 없는 곳에서 지내다 보니 조바심을 낼 일도 없다. ‘후회 없는 한량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특별한 계획도 없이 찾은 곳이기 때문에 저자가 하는 일은 오로지 자고, 먹고, 싸고, 걷고, 쉬는 것. 매일 야근에, 출퇴근길의 번잡한 버스 안에서 일을 할 정도로 분주했던 시간에 비하면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있다 보니 불편했던 배앓이도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쫓기는 일이 없으니 지난날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을 힘들게 만들었던 건 결국 ‘내 마음’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더 잘하고 싶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무엇을 해도 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로 바뀌지 않으니 ‘나’를 잃지 않을 수만 있다면 괜찮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주변의 상황에 휩쓸리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며 사는 것”이 바로 암자에서의 20일에서 저자가 배운 행복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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