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스님.
서광스님.

오늘 낮에 2박3일간 온라인 묵언안거를 회향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온라인으로 묵언안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익숙해지고 편리해졌다. 주최하는 측의 입장에서 보면 오프라인의 경우 고려해야 하는 장소선정, 음식, 숙소,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들도 복잡하거니와 2박 3일 내내 참가자들의 안전과 편의에 신경을 쓰느라 긴장하게 된다.

온라인 안거에서는 모든 문제들이 매우 단순해진다.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실제 환경에 비해 규칙 또한 비디오를 반드시 켜고, 마이크를 꺼두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그 외에도 연령이나 성별, 직업 등 개인적인 특성이나 차이에서 오는 불편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더러는 실제로 만나서 하면 좋겠다는 피드백도 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온라인 안거에서도 옷을 정갈하게 입고 정돈되고 조용한 환경에서 안거에 집중함으로서 충만하고 깊은 자기와의 만남을 경험한다. 무엇보다도 시간과 거리 문제로 인해 오프라인에서는 참가할 수 없는데 온라인이라서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측면에서 온라인의 장점이 많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요즘 들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명상교육에 관심을 둔 연구나 사업들에 관한 얘기들을 자주 듣게 된다. 특히 지난 6월 동국대학교는 명상컨퍼런스에서 오큘러스 VR기기를 활용한 명상교육과 실습을 선보였다. 아직은 지극히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적어도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정보와 데이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시대가 와도 마음공부나 수행과 관련된 일들은 결코 기계가 대신할 수 없지 않을까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기우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미 초등학교 아이들이 명상을 안내하는 소리로 스님이나 명상지도자의 목소리보다 기계소리를 더 좋아한다는 보고들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낯설게 들렸지만, 만일 기계소리를 더 많이 더 자주 듣고 자라나는 세대들이라면 그들에게는 사람소리보다 기계소리가 더 친숙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불교신문 3731호/2022년8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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