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 80번지 일대 '코리안리 빌딩' 재건축 추진
조계사 부지와 불과 100m 거리 대규모 공사
대웅전 뒤틀림, 불상 훼손 등 문화재 파손 우려
피해 전례에도 서울시 "토지주 조계사 간 문제"
코리안리재보험 본사 사옥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수송동 80번지 일대 재건축 사업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한국불교 상징인 서울 조계사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 조계사와 불과 100m 떨어진 거리에 지하6층~지상16층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경관 및 수행 환경 훼손은 물론 대규모 공사로 인한 문화재 균열과 뒤틀림 등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계사는 도시계획이 전면 수정되지 않을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6월8일 제7차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수송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제1-7지구 정비계획 결정안'을 가결했다. 정비 구역은 코리안리 본사가 위치한 수송동 80번지다. 연면적 약3만9357㎡, 지하3층∼지상12층 규모의 기존 코리안리 건물을 연면적 약9만3000㎡, 지하6층∼지상16층 규모로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용적률은 800% 이하, 건물 높이는 70m 이하로 적용했다.
서울시는 해당 안을 발표하면서 “(코리안리는) 1985년 준공 이후 36년 이상이 지남에 따라 스마트 업무 환경 조성에 한계가 있다”며 “코리안리 위상에 걸맞는 사회공헌 활동 일환으로 저층부에 1004석 규모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과 300석 규모 공연장을 도입해 수송동 일대를 수송공원, 조계사, 인사동 등 지역 역사문화자산과 연계된 신 역사문화거점으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계사는 서울시 결정을 두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건축 예정인 지하층 규모가 상당한 데다 해당 부지가 조계사 바로 뒤편에 위치한 도화서길과 맞닿아 있어 종루와 대웅전(서울시 유형문화재) 등 기존 건물이 기울어지고 균열과 뒤틀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목조여래좌상(국가 지정 보물) 등 불교 문화재가 파손될 우려도 적지 않다. 대규모 공사로 인한 혼잡이 예상되면서 스님과 신도들 신행, 수행 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정비 계획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서울시는 건축 행위로 직접 영향을 받게될 조계사와 어떤 협의도 없었다. 법회를 비롯해 전통문화보존 방안 등이 심의 과정에서 논의되었는지 여부에 대해 묻는 질의에 서울시 김용학 도시활성화과장은 “민원 사항이 발생한다면 토지주와 조계사가 향후 풀어야 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조계사 인근은 문화재 보호 지역으로 조계사 주변 높은 건물들은 모두 양각을 고려해 짓거나 이를 배려해 건축 과정에서 수차례 수정됐다”며 “건축 행위로 당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조계사와 단 한마디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건축을 추진하고 사업을 승인한 데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우로 볼 수는 없다. 과거 조계사 인근 대규모 건축으로 대웅전이 훼손돼 억대 피해를 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1996년 현대건설은 한국일보 신본관 신축 공사에 따른 조계사 대웅전 붕괴와 관련 41억원의 피해 보상금을 지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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