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MZ세대를 겨냥하여
VR·메타버스 콘텐츠를
포교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가르치기에 앞서

익숙해지게 해야 하고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서는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는 게
우선임을 유념해야

자홍스님
자홍스님

며칠 전 수업 시간에 대학원 원우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사람의 탐욕을 부추기고 서로 경쟁하게 만들잖아요? 그런데 요새 뉴스 보니까 하다하다 이제는 가상현실(VR)이니 메타버스니 하는 것까지 활용한다고 하더군요. 현실도 모자라서 또 다른 가상현실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더욱 큰 번뇌를 일으키게 하는거죠! 정말 무섭지 않나요?” 이에 대해 교수 스님께서는 진흙 속에서 꽃피는 연꽃을 비유하며, 진흙 없이는 연꽃이 피어날 수 없으니, 오직 맑은 물에서만 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진흙탕 내에서 용감히 살아가면서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답해주셨다. 실로 현문현답(賢問賢答)!

코로나 대유행과 기술 발전으로 인하여, 최근 몇 년 VR와 메타버스가 글로벌 테크 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잠시 그 두 가지를 설명하자면, HMD(헤드마운티드 디스플레이)를 착용함으로써 기존 평면이던 화면을 전방향 360도로 볼 수 있게 하여 공간감과 입체감을 주고 그 안에서 조작·이동·사물과의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VR(버추얼 리얼리티)이다. 그리고 메타버스는 사회적 교류나 경제활동이 가능한 온라인 상의 가상공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VR은 기술이고 메타버스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 서비스는 스마트폰이나 PC환경에서도 이용 가능하므로 VR이 필수는 아니지만, VR과 접목되면 놀라운 현실감과 몰입도를 제공한다.

불교계에서는 이 두 가지를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TV·라디오나 인터넷을 통해 포교한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매체가 달라져도 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욱 많은 사람에게 쉽고 빠르고 재밌게 불교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VR이 더욱 발전하면 원하는 것을 가상현실에서 충족할 수 있으므로 불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어쩌면 천신으로 태어나면 쾌락을 누리느라 불법(佛法)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와 유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그 안에서의 관점과 지혜이다. 그리고 범부의 갈애(渴愛)는 만족을 모르고 번뇌도 끝이 없기에, 가상현실이 발전해서 메타버스에서 종일 살아가는 날이 오더라도 괴로움은 다른 형태로 지속하고 해탈에 대한 열망도 계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VR·메타버스 불교 콘텐츠가 양질로 제작되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억에 남아있는 사례 하나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몇 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오버워치’라는 ‘외산’ 게임이 있었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각 나라의 특정 지역을 모티브로 하는 장소에서 특수 능력을 지닌 캐릭터들을 조작하여 단체로 플레이어들이 대항전을 치르는 방식이다. 이 게임에 우리나라의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맵(map)이 추가되고 부산의 명소인 ‘해동용궁사’가 매우 훌륭한 수준으로 재현되어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흥미롭게도(?) 최근 국내에서 제작되는 비슷한 류의 콘텐츠의 경우 왠지 모르게 불교적인 요소들을 빠뜨리거나 어쩌면 배제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오히려 외국의 게임 개발사에서 가장 한국적인 요소로 한국 불교 사찰을 훌륭하게 보여준 것이다.

어떤 이는 신성한 사찰을 캐릭터들이 싸움을 하는 놀이터로 전락시킨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불교가 동아시아에 처음 전파될 때 불상의 의미조차 알지 못하고 단순히 외래의 영험한 황금빛 신령으로 여기다가, 차츰 대중의 삶 속으로 스며든 이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불교를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하였던 역사를 생각해보자. 앞으로 MZ세대를 겨냥하여 불교계에서 VR·메타버스 콘텐츠를 포교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가르치기에 앞서 우선 익숙해지게 해야 하고,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서는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는 것이 우선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 3717호/2022년5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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