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종 194점 복장유물 기록유산으로 큰 가치

귀족적 면모 유감없이 발휘
높은 예술성 심오한 종교성
모두 갖춘 아름다운 보살상

고려 의종 관련 중요한 단서
다라니의 모음 범서총지집
142장 낱장형태 발견 주목

안동 보광사 목조관음보살상(고려, 보물, 나무, 높이 111㎝)은 제대로 된 보존처리로 성보의 가치를 높인 사례로도 꼽힌다. 보수 전(왼쪽) 모습과 보수 후 모습(문화재청 제공).
안동 보광사 목조관음보살상(고려, 보물, 나무, 높이 111㎝)은 제대로 된 보존처리로 성보의 가치를 높인 사례로도 꼽힌다. 보수 전(왼쪽) 모습과 보수 후 모습(문화재청 제공).

보광사는 경북 안동시에 있는 사찰로, 지금의 사역은 1977년에 갖추어졌다고 한다. 원래 자리하던 곳이 안동댐 건설로 수몰의 위험에 처해서 이쪽으로 옮긴 것이라 전한다. 필자가 조사 당시 가보았던 보광사는 자그마한 사찰로 도난 등에 취약하다고 느낄 정도로 조용하고 한적한 사찰이었다.

보광사는 목조관음보살좌상을 주불로 모시고 있으므로, 주불전은 관음전이 된다. 이 보살상은 전문가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일반 대중은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목조관음보살좌상은 2007년 불교문화재연구소에서 경북지역 사찰에 소장된 문화재 일제조사를 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발견 당시에는 사찰에서 근래 개금했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보살상의 본 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머리에 쓴 보관은 걸쭉한 황금 액체에 담갔다가 건져 놓은 것처럼 타출된 부분 부분이 떡이 져 있었고, 세부조각은 뭉겨져 있는 부분이 많았다. 보살상 신체 전면은 스프레이로 가짜 황금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두텁게 개금되었는데, 보살상의 재질이 마치 플라스틱 같은 느낌이 나서 최근에 만든 조잡한 상으로 보였다. 올바른 보수와 제대로 된 보존처리가 불보살상을 제대로 모시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번쩍번쩍 조잡한 보살상의 모습으로 인해 허술한 사찰환경에도 불구하고 도난범들의 표적에서 오랜 세월 동안 벗어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늦지 않게 전문가들의 눈에 띄어 그 가치가 밝혀지게 된 것이다.

무릎과 머리 쪽에서 유물 발견

안동 보광사 목조관음보살상은 조사 당시 대부분의 복장유물은 이미 도난된 상태였다. 다행히도 배 부분이 아닌 무릎과 머리 쪽에 들어있던 10종 194점에 달하는 복장물이 발견되었는데, 기록유산으로서 그 가치가 매우 큰 것이어서 이 보살상이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안동 보광사 목조관음보살상은 높은 예술성과 심오한 종교성을 모두 갖춘 아름다운 상이다. 보존처리를 통해 드러난 원래의 모습은 머리와 신체의 조화가 안정감 있으며, 비밀의 베일을 벗기듯 매우 정교하고 섬세하게 공들여 조각하고 표현한 보살상이었다.

머리에는 상투처럼 틀어 올린 보계(寶)가 높게 올려 있고, 그 위에 초화문(草花紋)이 투각된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다. 보관 정면에는 앉은 자세의 화불이 있어 관음보살상임을 알 수 있다. 보관 부분에는 화염문을 장식하고 그 위에 보석을 감입하였고, 아래 부분의 테두리에도 보석을 감입하여 화려하게 장엄하였다. 보관으로 가려진 부분은 머리카락을 새기지 않았고, 두 가닥의 머리카락이 양쪽 귀를 감고 몇 줄기로 갈라져 가슴 앞과 어깨 옆으로 흘러내렸다.

통통한 얼굴은 우아하고 귀족적이며, 이목구비가 또렷한 편이다. 눈은 반쯤 감고 있으며, 백호는 큰 편이다. 이마에서 콧날까지 뻗은 코와 단정하게 다문 입, 도톰하게 살집이 있는 턱은 대중에게 위안을 주는 자애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수인은 엄지와 검지를 맞댄 설법인을 맺고 있는데, 다른 부분에 비해 손의 형태가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나중에 보수된 것으로 보인다.

옷은 이중으로 겹쳐 입었다. 오른쪽 어깨에는 반달형의 대의 자락이 걸쳐져 있고, 가슴에는 승각기와 이를 묶은 리본형의 띠매듭이 표현되어 있다. 고려 후기 불상에서 많이 보이는 마름모꼴의 치레장식이 붙어 있다. 가슴과 어깨, 배, 무릎 위, 등 뒤에는 영락 장식이 몸에 밀착되어 표현되었는데,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화려하게 장엄하여 보살상의 위풍을 더해준다.

전단향목으로 정교하게 조성

안동 보광사 목조관음보살상의 재질은 나무에서 진한 향내를 풍기고 있어 전단향목(檀香木)일 가능성이 높다. 전단향목은 석가여래가 어머니인 마야부인에게 설법하기 위해 도리천에 올라갔을 때, 지상에서 석가여래를 너무 그리워한 우전왕이 전단향목으로 오척의 여래상을 만들어 공양했다는, 그만큼 불상의 재질로서 신성시되는 고급 목재이다.

X선 촬영을 통해서 관음보살상의 제작기법을 알 수 있었다. 머리는 앞면과 뒷면으로 나무를 따로 조각하여 붙였는데, 안을 둥글게 파서 복장을 넣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비해 몸체는 하나의 나무로 만들고, 몸 안은 복장을 넣을 수 있도록 파고, 내부는 삼베를 붙인 다음 옻칠로 마감하였다. 밑면은 따로 부착하였고, 보살상의 머리 중앙에 있는 보계와 귀도 따로 제작하여 붙였다.

미간의 백호와 눈동자는 수정을 감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봉정사 목조보살좌상이나 개심사, 개운사 목조아미타불좌상도 이러한 제작 기법으로 조성된 것으로, 당시 이러한 방식이 유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안동 보광사 목조관음보살상은 고급 재질과 마감기법, 몸체를 하나의 나무를 이용하여 조각한 점 등 상당히 정교한 기법으로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복장유물 가운데 보협인다라니경(1007년, 보물, 불교중앙박물관),.
세간의 주목을 받은 복장유물 가운데 보협인다라니경(1007년, 보물, 불교중앙박물관),.

총지사본 보협인다라니경 발견

이 보살상의 복장에서 중요한 서지전적을 포함한 10종 194점의 복장물이 발견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총 23장의 낱장형태로 발견된 <보협인다라니경(寶印陀羅尼經)>이다. 한 장의 한지에 3개의 판을 찍은 것과, 두 개의 판을 찍은 것이 있는데, 이러한 형태는 보살상의 복장에 넣기 위해 인출(印出)한 것으로 보인다. 이 판본은 변상화가 포함되어 있는 고려 목종(穆宗) 10년(1007) 개성 총지사(摠持寺)에서 판각된 것과 비슷한데, 이는 매우 희귀본으로 가치가 큰 것이다.

범서총지집(1150년, 보물, 불교중앙박물관).
범서총지집(1150년, 보물, 불교중앙박물관).

또 주목할 만 것은 <범서총지집(梵書摠持集)>으로 모두 낱장의 형태로 142장이 나왔다. 의종(毅宗, 1146~1170 재위) 4년인 1150년 왕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인출한 것이다. 총지는 진언(眞言)과 같은 뜻으로 범어로는 ⓛ다라니ⓜ라고 한다. 범서총지집이란 다라니의 모음이란 것이다. 진언은 번역하지 않고 음 그대로 적어서 외우는데, 번역하지 않는 이유는 원문의 뜻이 변하는 것을 피하고, 다른 사람에게 비밀로 하려는 데 있다.

이외에도 1095년에 판각된 <정원신역화엄경소(貞元新譯花嚴經疏)>권6과 대각국사 의천의 <원종문류(圓宗文類)> 등 중요한 전적이 포함되어 있었고, 고려시대의 홑적삼 저고리도 들어 있었다.

복장에서 다량 발견된 범서총지집은 의종대에 개판된 것으로 안동 보광사 목조관음보살상이 고려 의종과 관련이 있다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안동지역은 봉정사를 포함하여 고려 왕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던 곳이다. 이 가운데 용두산용수사창건비(龍頭山龍壽寺創建碑)에 의하면 용수사는 의종의 지원으로 창건되었다고 하며, 1187년 완공되고 나서 의종의 추선(追善)을 위한 원찰이 된 사찰이다.

특히 관음보살을 크게 신앙하였던 의종은 많은 수의 관음보살을 불상과 불화로 조성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1151년에는 개경의 장인으로 하여금 침향목으로 관음상을 만들게 하여 봉안했다고 한다. 또한 최선(崔詵, ?~1209)이 지은 용두산용수사중창기(龍頭山龍壽寺重創記)(1181)에 의하면 용수사에서 침향목의 목조도금상을 1165년(의종 19)에 조성하였다고 하였는데, 이 두 사료와 관련된 상이 바로 보광사 목조관음보살상일 가능성이 높다.

의종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발행한 범서총지집이 보살상의 복장에서 발견되었고, 이 보살상의 나무 재질이 침향목인 것도 바로 의종이 조성한 관음보살상의 기록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안동 보광사 목조관음보살상은 고려 후기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초반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이다. 단정하고 우아한 모습과 균형감 있는 신체, 귀족적이고 화려한 보관과 영락 장식 등 당대를 대표하는 보살상으로 기품 있고 우아한 보살상의 모습은 당시 왕실에서 발원한 귀족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안동에 가면 보존처리를 통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이 아름다운 보살상을 참배하는 것도 좋겠다.

 

[불교신문 3717호/2022년5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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