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안양시노인복지관에서 실시한 ‘마음정원 프로그램’에 동참한 어르신이 활짝 웃고 있다.
안양시노인복지관에서 실시한 ‘마음정원 프로그램’에 동참한 어르신이 활짝 웃고 있다.

“이놈의 코로나가 좀 빨리 끝나야지 못 살겠다.” 오늘도 어르신과 통화는 한숨 섞인 넋두리로 끝납니다. 지난 2년간 계속된 사람과의 거리두기에 어르신의 몸은 지쳐갔고 코로나 블루(blue)까지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가오는 봄날에 이전과 같이 계절을 만끽하고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런 걱정에 대한 해답이 나왔습니다. ‘밖에 나와 나들이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마음속에 예쁜 꽃을 활용한 정원을 만들어 주자!’는 의미의 ‘마음 정원’을 생각했습니다.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확대되고 노인복지관의 대면 프로그램은 계속 중단되는 상황이어서 텅 빈 기관이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대신 우리 사례관리팀의 직원들은 매일 같이 어르신 댁을 방문하고 인사를 나누지만 복지관에 오셔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도란도란했던 정겨움을 되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어르신 댁에서 실시간 영상회의(ZOOM)를 사용하는 방안을 고안했습니다. 

처음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원예활동이라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은 어려워하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지원사가 어르신 댁에 방문하여 참여 방법을 안내하고 어르신의 활동을 옆에서 도우며 원활히 참여하실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어르신들에게도 우리의 마음이 통했을까요? 연세가 여든이 넘은 한 어르신은 열심히 만든 꽃바구니를 담당하는 생활지원사에게 선물하였습니다. “자식도 연락이 없는데 매일 전화해 주고 관심을 두는 것도 고마운데 이쁜 꽃을 보니 마음으로 선물하고 싶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마음의 빚을 갚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다른 어르신은 다리가 아파서 움직이지 못해서 더욱 우울해하셨는데 ‘마음정원’ 덕분에 외출할 필요 없이 꽃꽂이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매일매일 꽃을 보며 나쁜 생각을 떨쳐낸다고 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소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항상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네”라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어르신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복지사들도 힘든 시간을 겪었습니다. 물론 우리들의 일들이 항상 어렵고 곤란한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인위적으로 사람과의 사이가 멀어지는 현재와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니 그동안의 힘듦은 사라지고 감사함이 남았습니다. 어르신의 우울함을 달래고자 시작했던 프로그램이 이제는 저희 사회복지사에게 더 큰 위로가 됩니다. 춥고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유채꽃이 파릇하게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 어르신들과 사회복지사에게도 아름다운 꽃이 피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불교신문 3712호/2022년4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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