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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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쉬운 글이 판치는 요즘 세상, 좋은 글은 보기 힘들다. 중국 고사(古事)에 좋은 글이 나오면 책을 만드느라 종이가 동나거나 품귀현상이 일어나 ‘낙양지가(洛陽紙價)’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말이 있다. 지금과 달리 글을 사랑하는 독자가 많아서 일게다. 이런 현상을 낙양지가고(洛陽紙價高), 혹은 낙양지가귀(洛陽地價貴)라고도 불렀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종이가 너무 흔한 세상이 되다 보니 베스트셀러가 나와도 종이값이 올랐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 게 현실이다. 예전에는 신문지조차 귀한 대접을 받아 포장지로 쓰임은 물론 화장실 휴지로도 한몫을 했건만…. 언제부턴가 홍수라고 불러야 될 정도로 종이쓰레기가 넘쳐흐른다. 물건 귀한 줄 모르고 자란 MZ세대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 너무 궁금하다.

활자와 종이를 귀하게 여기던 시절엔 신문쪼가리조차 기둥이나 벽에 못을 박고 철사를 걸어 거기에 끼워두었다. 글이 인쇄된 책이나 종이가 행여 발에 밟힐까, 글이 쏟아질까 염려스러워 선반 위에 고이 모셔주기까지 했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어른들이 지난 일을 얘기하면 젊은이들은 ‘꼰대의 잔소리’라고 무시할런지 모르지만 한 번 쯤 생각해볼 일이 아닌가 싶다.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이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기에.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산업쓰레기의 경우, 당장 버릴 곳이 없어 나라마다 쓰레기 무게만큼 걱정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일회용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방편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비닐로 만든 것도 있지만 종이도 많다. 컵, 박스, 포장지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아깝다. 될 수 있는 한 안 쓰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재활용을 할 수 있도록 쓰레기 분리수거에 너도나도 협조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게다.

누군가가 제 글을 읽고 종이 한 장이라도 아끼고 일회용 쓰는 것을 줄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종이를 만드는 펄프 재료가 되는 나무 한 그루가 생명 연장을 하게 되어 지구의 환경이 그만큼 깨끗해 질테니까. 종이를 만드는 펄프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나무가 베어진다는 걸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보람이 여기에 있을 듯해서다.

예전에는 좋은 글이 낙양지가를 오르게 했다. 현 시점에서는 읽고 나서 한 사람이라도 ‘지구를 살리기 위한 운동’에 동참해 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 하나가 지구를 오염시킨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 같다.

[불교신문 3710호/2022년 4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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