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어르신 이사 지원

저소득층 어르신의 이사를 도와주는 안양시노인종합복지관 건강증진팀 직원들.
저소득층 어르신의 이사를 도와주는 안양시노인종합복지관 건강증진팀 직원들.

2022년 임인년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해서 누군가에게는 설렘이지만 이사를 앞둔 어르신에게는 봄날이 마냥 기쁘지 않습니다. 날이 지나면서 이사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이사비용이며 집에 들일 살림살이가 없어 마음이 무겁고 막막하기만 하다고 합니다. “TV랑 책상만 가지고 가려고요. 나머지 살림들은 손자가 써야 하니까.” 사회복지사와 전화통화에 어르신은 한숨만 쉽니다. 살림에 필요한 모든 가구는 손자에게 남기고 어르신은 텅빈 방으로 떠난다고 하십니다. 자나 깨나, 이사 당일 날이 되어서도 자신과 떨어져 지낼 손자 걱정뿐입니다.

어르신의 이사 계획 속 걱정과 염려되는 마음은 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사 가기 일주일 전, 저와 사례관리 담당자를 비롯하여 물리치료사, 간호사, 상담사까지 어르신의 마음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였습니다. 서비스 지원 계획부터 시작하여 필요 품목 확인, 내·외부 활용 가능 자원 탐색, 후원품 전달 방법 및 팀원별 업무분장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습니다.

복지관에 있는 1톤 트럭을 활용하여 어르신의 이사를 도와드리기로 했고 삼성생명, 삼성물산에서 후원해준 식료품세트와 희망조약돌에서 후원해준 생필품을 전달하기로 하였습니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가구(침구류, 밥솥, 옷장 등)와 식기류 등은 지역사회의 주민들에게 후원을 받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르신 이사 걱정은 하지마세요. 우리 복지관에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이사 날 뵙겠습니다.” 어르신과 약속을 잡은 이사 당일 날이 되었습니다. “나는 해줄게 없는데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겠소? 미안해서 어떡하죠. 커피라도 한잔 씩 하시오.” 어르신은 목이 멘 채로 말을 이어나갔고 때로는 웃으시며 또 울먹이시며 이사 현장을 한없이 바라보고 계십니다.

추운 겨울을 딛고 따스한 봄날을 맞이하는 이삿날 텅 빈 방에 가구들이 차곡차곡 배치되고 사용법을 안내해 드리면서 정신없이 지내고 보니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기며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어르신의 작은 보금자리를 보며 복지관으로 가는 우리들의 발걸음은 가벼워졌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불교신문3707호/2022년3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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