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독 선문정로

강경구 지음, 원택스님 감수/ 장경각
강경구 지음, 원택스님 감수/ 장경각

강경구 동의대 교수
‘성철선’ 이해와 실천
핵심사상 펼쳐 보여줘

“성철스님 도달한 자리
이끌어 주는 안내서”

1981년에 출간된 전 조계종 종정 성철스님의 <선문정로>는 한국의 수행풍토가 선문의 바른길에서 벗어나 있다는 반성에서 촉발된 법문이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간화선 선사였던 성철스님은 ‘순수한’ 간화선의 수행전통을 바르게 정립하고, 그것을 바르게 실천하는 길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강경구 부산 동의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선문정로>에 대한 해설서를 쓰기로 마음먹고, ‘성철스님 따라하기’와 ‘성철스님에 대해서 말하기’를 실천했다. <선문정로>의 한 문장에서, 쉼표 하나와 마침표 하나에서, 혹은 저 넓디넓은 행간 속에서 스스로 성철스님과 동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되돌아보며 “왜?”, “어째서?”, “이 뭣고?”와 같은 시공을 끊어낸 질문과 긴 씨름을 했다. 10여 년에 걸친 <선문정로> 읽기를 마친 결과 ‘돈오원각론(頓悟圓覺論)’, ‘실참실오론(實參實悟論)’, ‘구경무심론(究竟無心論)’으로 ‘성철선’의 3대 종지를 정립하고, 마침내 <정독 선문정로>를 최근 펴내 주목된다.

성철스님이 ‘내 말에 속지 말라’고 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선문정로>는 참선 수행자를 위한 지침서이지 성철스님만의 고유한 사상을 피력하기 위한 철학서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그 각각의 문장들은 수행자를 윽박질러 옳고 그름의 차원을 벗어나게 하기 위한 고함이고 매질인 만큼 <선문정로>는 미완성의 책이며, 수행 당사자가 채워야 할 빈칸을 남겨 놓은 과제물”이라고 밝혔다. 즉 스승의 옆구리를 쥐어박는 기특한 대답들이 이 빈칸을 채울 때 <선문정로>는 완성되는 것이다. 성철스님이 비타협적이고 배타적이라면 모든 조사들도 비타협적이고 배타적이다. 그 가르침이 스스로를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행자의 관념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설된 것이기 때문이다.

강경구 부산 동의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전 조계종 종정 성철스님이 펴낸 ‘선문정로’의 해설서 ‘정독 선문정로’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2월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정독 선문정로’ 출판기념 간담회에 참석한 원택스님과 강경구 교수(사진 왼쪽).
강경구 부산 동의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전 조계종 종정 성철스님이 펴낸 ‘선문정로’의 해설서 ‘정독 선문정로’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2월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정독 선문정로’ 출판기념 간담회에 참석한 원택스님과 강경구 교수(사진 왼쪽).

이 책은 <선문정로> 19장 체제를 그대로 따르면서 각 장마다 설법의 맥락, 설법의 특징을 서술했다. 그러면서 <선문정로>의 인용문 분석으로, 성철스님의 인용문은 별색으로, 글자의 생략과 바뀜, 대체 등은 대괄호([ ])와 동그라미 숫자를 이용해 검정색으로 구분하면서 표시했다. 이어 <선문정로>의 번역문을 싣고 저자의 현대어역을 실었으며 <정독 선문정로>의 핵심, 즉 ‘성철스님 따라하기’와 ‘성철선 실천하기’의 내용이 담긴 저자의 상세한 해설도 있다.

이와 더불어 저자의 현대어 번역은 한문에 능수능란했던 성철스님의 한문투의 번역문을 한글세대가 이해하기 쉽도록 번역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또한 글자의 생략이나 바뀜 등은 [ ]를 이용하되 문맥과 뜻이 통하도록 했다. 이 책의 본문에 해당하는 해설에서는 인용문의 출전을 밝히고, 성철스님이 간절하게 돈오돈수를 주장한 이유를 설명하고, 인용문에 있는 동그라미 숫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분석해 성철스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자세히 살폈다.

해인사 백련암을 떠나지 않고 22년 동안 은사인 성철스님을 시봉했으며 이 책의 감수를 맡은 벽해 원택 대종사는 “큰스님께서 열반에 드신 지 28년이 지나 <선문정로>의 연구 해설서가 출판되니 ‘아! 이제야 은사 스님께서 부처님께 밥값으로 자처하신 <선문정로>의 길에 단단한 돌다리가 놓여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성철스님의 제자로서 50년을 살아온 덕에 대종사 법계 품서도 받고 큰스님께 이 책을 봉정할 수 있게 됨이 참으로 감개무량했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이어 “선문의 바른길에 관심 있거나 눈 밝은 선지식을 찾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성철선’의 용광로에 들어가 자신을 버리고 수행 정진할 수 있는 힘을 얻어서 ‘내 마음속의 보물창고’를 활짝 열어젖혀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저자는 “<선문정로>의 독서가 우리를 성철스님이 도달한 바로 그 자리로 이끄는 길 안내가 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 법문을 읽었고, 그 입장에서 <선문정로>가 실참실오의 경험을 압축한 실천론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이 책이 성철선에 대한 이해를 넘어 성철선을 실천하는 현장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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