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이레 만에 어머니 잃고…

연기관계 존재의 괴로움 관찰
누구나 노→병→사 귀결 ‘탄식’
싯다르타 태자 아름다운 출가

박희택
박희택

<불교성전> 제1장 2~6절은 석가모니부처님 현재세의 서사로서, <팔상록>의 개념체계에 의거하여 서술되어 있다. 도솔래의에서 쌍림열반까지 팔상(八相)으로 부처님의 현생을 구조화한 것은 <불본행집경>의 체제에 의탁한 바 크고, 근대 용성스님의 <팔상록>(1922)과 진호스님의 <신편 팔상록>(1942) 등의 영향으로 팔상의 생애는 대중들에게 회자되어 왔는바, 불교성전은 이러한 체제와 영향을 수용하였다고 하겠다.

부처님의 현생 서사는 전회 ‘끝없는 보살행’에서 읽은 부처님 전생담의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함의점을 계승하고 있다. 첫째, 무진성(無盡性)이다. 부처님은 과거세 모든 생애를 통하여 끝없이 다함없이 온전히 바치는 보살행을 행하였다. 둘째, 전일성(全一性)이다. 그 보살행은 구도와 구제가 합일되는 것이었다. 셋째, 공덕성(功德性)이다. 공덕을 쌓고 서원을 품어서 성불하게 됨을 보여 주었다. 넷째, 인과성(因果性)이다. 자신이 지은 업을 따라서 그 삶과 다음 생을 기약하였다.

2절 1항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은 전생에 선업을 쌓은 공덕으로 도솔천에 일생보처보살(一生補處菩薩, 단 한 번의 생을 남겨둔 보살)로 나게 된 호명보살이, 카필라국 정반왕과 마야왕비를 부모로 하여 도솔천을 떠나 이 세상으로 내려온 법도(儀)를 보여 준다.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을 쌓은 보살이 어느덧 성불의 인연에 이르렀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색채를 띤 것은 과거세로부터 탄생까지 이어져온 무진성·전일성·공덕성·인과성의 거룩함에 대한 경전문학적 찬탄이라 할 것이다.

2절 2항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은 비람(룸비니원의 음역 藍毘尼園의 앞 두 글자를 자순 변경하여 표기)에서 태어나 탄생게를 외쳐 부처님의 지향점을 분명히 표방하는 한편, 축복 속에 몸을 나투었으나 이레 만에 어머니를 잃고 이모인 마하파자파티 고타미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슬픔까지 담겨 있다. 지향점의 표방은 역사적이고, 축복과 이중주를 이루는 슬픔은 인간적이다.

3절 3항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은 싯다르타 태자가 농경제에서 벌레–까마귀–독수리–농부-관리의 연기적 관계를, 사문유관에서 존재의 괴로움을 관찰한 내용이 곡진하게 서사되어 있다. 인간은 “내뱉은 숨을 거두지 못하면 죽어서 이 세상을 떠나는(불교성전 1-3-3)” 근본한계를 가지고 있고, 또한 목숨(生)은 노-병-사(老病死)로 귀결된다는 너무도 명백한 사실 앞에서도 각자 자신이 그리 되리라는 점을 지나치는 무신경에 탄식을 마지 못한다. 다만 북문에서 만난 출가자가 싯다르타의 표상이 되며, 야소다라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 라훌라조차 출가의지에 얽매임(장애)으로 인식된다.

3절 4항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은 마부 찬나의 도움을 받아 성을 뛰어넘어(踰) 출가를 감행한 29세 청년 싯다르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생로병사를 벗어나지 못하면 영원히 이런 인연 속에서 살지 않으리라(불교성전 1-3-4)”는 결연함이 차라리 아름답다.

[불교신문3701호/2022년1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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