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발원 도량…지역민에겐 자비와 힐링을

평화 도시 파주의 천년고찰
한글로 된 주련과 현판 ‘눈길’
지역민 위한 다양한 활동 의미

주지 정오스님 “사부대중 정성
결집해 사격일신 초석 세울 것”

평화도시 파주의 천년 고찰 검단사는 지역민과 함께 하는 도량이다. 사진은 지난 11월13일 검단사 신도들이 지역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줄 김장 김치를 담구는 모습.
평화도시 파주의 천년 고찰 검단사는 지역민과 함께 하는 도량이다. 사진은 지난 11월13일 검단사 신도들이 지역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줄 김장 김치를 담구는 모습.

최근 매스컴을 통해 크게 주목받은 사찰을 꼽으라면 단연 파주 검단사이다. 지난 10월30일, 5일간의 국가장을 마친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 고(故) 노태우 대통령의 유해가 검단사 무량수전에 임시 안치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고 노태우 대통령은 생전에 검단사와 특별한 인연은 없었지만, 정식으로 장지가 정해지기 전까지 북녘땅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을 임시 유해 안치 장소로 정했다고 한다. 한반도 평화 통일을 염원해온 고인의 유지를 따른 것이다. 이처럼 검단사는 한반도 평화 도시 파주를 오랜 시간 지키고 있는 유서 깊은 고찰이다. 

▶고풍스러운 멋 내는 유서 깊은 사찰 

조계종 제25교구 봉선사의 말사로서 1988년 전통사찰 40호로 지정된 검단사는 서울로부터 접근성이 좋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지척에 있다. 창건 시 파주시 문산읍 있었지만, 1731년 조선 16대 왕 인조와 원비 인열왕후 한씨의 묘 ‘장릉’을 탄현면 갈현리로 옮길 때 검단사도 현재의 위치로 옮겨왔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지금도 도량 내 흐르고 있는 오색약수로 장릉에 제향을 지낼 때 사용할 두부를 만들었다고 해 한때는 두포사(豆泡寺), 두구사(豆拘寺)라고도 불렸다.

검단(黔丹). 절 이름부터가 여느 사찰과 달리 특별하다. 이와 관련된 설화는 두 가지가 전해진다. 하나는 신라 847년 검단사를 창건한 혜소 진감국사는 얼굴색이 검어 ‘흑두타’ 또는 ‘검단’이라는 별명을 가졌다고 한다. 때문에 사찰 이름도 그의 별명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다. 다른 설화는 사찰이 자리하고 있는 오두산이 검은 편이라 검단사라고 명명했다는 내용이다. 사실 어느 이야기가 맞는지는 정확히 알 순 없다. 그보다 중요한 건 검단사 그 자체로 편안함과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검단사 무량수전. 한글 현판과 주련이 눈길을 끈다.
검단사 무량수전. 한글 현판과 주련이 눈길을 끈다.

검단사의 전각은 크게 세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여법하게 신축 불사한 무량수전과 먼저 떠난 이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명부전이 절 위쪽에 자리해있다. 무엇보다 무량수전과 명부전 전각은 한글 현판과 주련으로 장엄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이는 평생을 한글 역경화 사업에 원력을 쏟고 있는 봉선사 조실 월운스님의 영향을 받았다. 

“어렵구나 하늘의 별 따기요, 쉽구나 세수하다 코 잡기라, 어찌하여 이런 차별 생겼노, 먹구름 한 줄 오가는 탓일세…”(무량수전 주련). 
“지장보살 손위 구슬 영롱하여, 자연스레 빛깔 따라 비추시네, 몇 번인가 친히 부촉하셨으나, 미한 중생 밖으로만 찾고 있네”(명부전 주련). 

한문에 비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저마다 매력있는 전각들 ‘눈길’

검단사와 오랜 시간 함께한 ‘법화전’이 사실 이곳에 중심부다. 새롭게 불사한 무량수전, 명부전과는 또 다른 멋스러움을 자아낸다. 옛 고찰의 향기를 간직한 법화전의 편액은 조선 인조에게 하사받은 어필로 새겨져 있다. 특히 법화전은 귀중한 문화재들을 품고 있다.

가장 먼저 목조관음보살좌상(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44호)이 참배객을 반겨준다. 정확한 제작연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검단사를 창건한 혜소 진감국사의 진영(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72호)도 법화전에 모셔져 있다. 얼굴이 검었다는 설화를 뒷받침하듯 진영 속 모습 또한 그러하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95호 아미타불회도도 소중한 성보이다. 1854년에 조성된 아미타불회도는 찬종과 혜운 일환 등 7명의 화승이 그렸다고 한다. 가로로 긴 화면, 타원형 얼굴에 가늘고 긴 신체를 지닌 인물로 표현하는 등 18세기 말~19세기 전반 경기 지역 불화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19세기 후반에 유행하던 청색을 선도적으로 사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당시의 경기 지역 불교회화의 특징과 변화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검단사 도량은 파주시에서 운영 중인 살래길과 연결돼 지역 주민들의 힐링공간으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검단사 도량은 파주시에서 운영 중인 살래길과 연결돼 지역 주민들의 힐링공간으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넓은 시야가 한 눈에…힐링명소로도 각광

검단사는 지역 내 힐링명소로도 각광받는 곳이다. 수백 년 간 검단사를 지켜온 보호수 느티나무처럼 그렇게 지역민들에게 고즈넉한 편안함을 주고 있다. 명부전 옆으로 난 소나무 숲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 보면 시야가 환하게 열리는 곳이 나온다.

이 곳은 파주시와 한강을 여러 각도로 조망할 수 있어 시민들과 불자들에게 일출, 일몰, 야경 사진 명소로 입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 심학산, 문수산, 마니산은 물론 저 멀리 북녘 개성의 송악산까지 광활한 시야를 누릴 수 있다. 올라가는 숲길 옆으론 누군가가 쌓은 석탑과 돌탑이 눈길을 끈다. 하나하나 정성껏 쌓은 돌탑에서 이름 모를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소나무 숲길은 파주 살래길과 연결돼 있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살래살래 걷는다’는 뜻의 살래길은 약 4.2km 구간으로 마련돼 있다. 시민들의 건강 증징 및 휴식 공간으로 많이 찾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검단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산사음악회, 김장 나눔 등 지역민과 함께하는 도량

검단사는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다. 대표적으로 ‘나눔의 산사음악회’를 꼽을 수 있다. 2017년부터 시작한 검단사의 산사음악회는 인기가수 등의 공연이 진행되며 지역민들에게 흥겨움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사랑의 밥차 활동과 더해져 지역민들에게 따뜻한 부처님 자비행을 실천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비록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현재 잠시 중단된 상황이지만, 검단사 주지 정오스님은 “위드 코로나로 인해 신행환경이 변화하는 만큼 내년에 다시 흥겨움과 자비행이 담겨 있는 산사음악회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검단사에선 매년 신도들이 힘을 합쳐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를 펼치고 있다. 11월13일, 올해도 어김없이 검단사 도량에서 따뜻한 김장 행사가 열렸다. 검단사 신도회 20여 명은 이른 아침부터 김장행사에 동참해 어려운 이웃을 위한 김장김치를 정성껏 담갔다. 이날 담근 김장김치는 파주시청을 통해 지역 소외 계층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비록 작지만, 우리 주변 이웃들에게 자비행을 실천하는 검단사의 모습 자체가 의미를 더하고 있다. 
 

검단사 주지 정오스님이 ‘천년 고찰 고토 복원 불사’를 꼼꼼히 챙기는 모습.
검단사 주지 정오스님이 ‘천년 고찰 고토 복원 불사’를 꼼꼼히 챙기는 모습.

▶‘천년고찰 고토 복원 불사’
사격일신 위한 준비 박차 

이제 검단사는 사격일신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인 ‘천년 고찰 고토 복원 불사’가 바로 그것이다. 잘 정비되지 않은 도량 내 토지를 평탄화하는 사업 등이 주요 골자다.

이는 지역과 함께하는 천년고찰로서 역할을 다 해내겠다는 정오스님의 원력이 밑바탕 됐다. 주지 정오스님은 매일 현장을 직접 살피며 정성을 쏟고 있다. 고토 복원 사업이 원만히 회향 된다면, 템플스테이 체험관 설립 등 검단사 발전을 위한 불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지 정오스님은 “불자와 신도들의 정성을 결집해 검단사 사격일신을 위한 초석을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평화의 도시 파주에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검단사. 지역민과 불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자비를 실천하는 있는 도량. 검단사의 앞으로 모습에 이목이 집중된다.

파주=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불교신문3693호/2021년1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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