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

현진스님 역해/ 불광출판사
현진스님 역해/ 불광출판사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스님
‘금강경’ 산스끄리트 원전
한문본과 비교한 ‘완역본’

습관적 이해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만나다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독송되는 경전이다. 원래 이름은“금강같이 단단한 지혜로써 깨달음을 이루어 열반의 저 언덕에 이르는 붓다의 말씀”이라는 뜻을 지닌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이다. 대승불교 초기인 2세기 무렵 성립된 <금강경>은 600부 ‘대품반야경’의 정수를 한 권에 압축해 담고 있다. 수많은 경전 가운데 주석서나 강설서가 가장 많은 경전이라는 것은 <금강경>이 얼마나 중요한 경전인지알려주는 반증이다. 특히 불자들의 필독서임은 물론 동서양을 넘어 수많은 인문학자의 연구서로, 철학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작고 얇은 경전은 당연한 실상의 세계를 모조리 깨뜨린다. 생겨남과 사라짐, 삶과 죽음, 나와 남, 있음과 없음, 주관과 객관, 성과 속, 고요와 움직임의 자리를 뒤집어놓는다. 그리고 모든 분별을 내려놓은 자리에서 마주하는 생사를 초월한 대자유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제25교구본사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현진스님이 산스끄리뜨 원본 '금강경'과 한문본을 철저히 비교한 완역본인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를 최근 출간했다.
제25교구본사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현진스님이 산스끄리뜨 원본 '금강경'과 한문본을 철저히 비교한 완역본인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를 최근 출간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우리가 접해 온 <금강경>은 처음 기록된 산스끄리뜨본이 아닌, 이를 한문으로 옮긴 한역 <금강경>이 대부분이었다.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산스끄리뜨본은 동투르키스탄(1900), 길기트(1931) 등에서 일부 필사본이 발견됐으며, 1990년대 바미얀에서 발견된 산스끄리뜨 필사본으로 비교적 완전본에 가까운 <금강경>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제25교구본사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현진스님이 역해한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는 산스끄리뜨 원본 <금강경>과 한문본을 철저히 비교한 완역본이다. 역자 현진스님은 인도에서 8년간 산스끄리뜨와 빠알리어를 수학하고, 귀국 후에는 연구모임을 이끌며 2500년 전 부처님 가르침의 원음을 전하는 데 주력해왔다. 스님의 역작으로 꼽을만 한 이 책은 산스끄리뜨본을 먼저 번역한 후 한역본과 일일이 대조하며 용어와 표현의 차이 하나하나를 살폈다. 그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오역된 내용은 바로잡고, 한역 당시 삽입될 수밖에 없었던 중국적 사고와 문화는 걷어냈으며, 당시 원전의 뜻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인도의 사상과 문화적 배경에 대한 풍부한 해설을 덧붙였다. 이로써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산스끄리뜨 <금강경>과 핵심을 찌르는 한역 <금강경>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 스님은 “산스끄리뜨는 어휘와 문장 속에 다양한 의미를 집약시켜 놓는 다중적 구조의 특색을 강렬하게 보인다”면서 “행간의 의미를 이중, 삼중으로 짜놓은 셈입니다. 씨줄과 날줄처럼 엮인 원전(原典)에서 무엇을 움켜쥘 것인가는 전적으로 해석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산스끄리뜨본 <금강경>이 처음 번역돼 소개된 것은 2001년 각묵스님의 <금강경 역해>를 통해서였다. 이후로도 몇 권의 산스끄리뜨본 <금강경>의 번역 또는 해설본이 우리나라에 소개됐으나, 산스끄리뜨 원전과 한역본 전체를 수록해 번역하고 비교하며 세세하게 풀어놓은 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문법이 복잡하여 배우기 어렵기로 유명한 산스끄리뜨와 한문 양쪽에 능통한 저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진스님은 역경불사에 매진하겠다는 서원으로, 중앙승가대 역경학과를 졸업하고, 인도 뿌나에서 8년간 산스끄리뜨와 빠알리어를 수학했다. 불교경전을 기록한 모든 언어에 능통한 스님은 귀국 후 부처님 가르침의 원음을 전달하고자 봉선사 범어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연구 모임과 강의를 개설하고,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산스끄리뜨와 빠알리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학습용 교습서를 무료로 배포했다. 이런 스님에게 <금강경>은 특히 의미가 있는 경전이었다. 인도 유학 시절, 산스끄리뜨 원문 독해를 시도했으나 당시에는 함께 공부하고 읽을 사람이 없어 잠시 중단했다. 그러다 귀국 후 2016년 다시 모임을 열어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며 한 문장씩 정리했다. 스님은 “2500년 전 부처님 뜻은 물론 산스끄리뜨로 기록한 옛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오늘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나아가 책으로 묶었을 경우 100년, 1000년 뒤 미래의 사람들은 어떻게 읽을지를 간파해야 하는 긴 고뇌의 시간이었다”고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스님의 이러한 간절한 원력과 치열한 공부의 결과물인 이 책은 우리에게 부처님 원음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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