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현등사 부처님 사리탑 회향법회

미얀마 쉐다곤파고다서 기증
부처님 정골사리 2과 봉안한
‘적멸보궁 진신사리탑’ 조성

“기도도량으로 면모와 기상
산 정기 느끼기엔 최고 도량”

가평 현등사는 10월9일 경내 적멸보궁에서 부처님 진신사리탑 점안 및 회향대법회를 봉행했다. 1부 점안의식에서 바라춤을 추고 있는 모습.

운악산 현등사(懸燈寺)가 적멸보궁에 부처님 정골사리 2과를 봉안한 진신사리탑을 새롭게 조성해 사격을 일신시키고 코로나19 극복을 발원했다. 가평 현등사(주지 도암스님)109일 경내 적멸보궁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운악산 현등사 적멸보궁 부처님 진신사리탑 점안 및 회향대법회를 봉행했다.

운악산 현등사는 신라 법흥왕 27(540) 인도 마라가미스님이 석가모니부처님 진신사리를 인도에서 모셔와 현등사에 봉안했던 유서깊은 천년고찰이자 적멸보궁이다. 현등사 삼층석탑에 봉안돼 오다가 1980년 도굴됐던 현등사 진신사리는 2006년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되돌려 받아 매년 현등사에서 부처님오신날과 개산대재 2차례 일반대중이 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현등사는 성파스님(파주 보광사 전 회주)이 미얀마 쉐다곤 파고다로부터 분과 받았던 정골사리 4과 중 2과를 이날 현등사 적멸보궁 부처님 진신사리탑을 새롭게 조성한 뒤 봉안하게 됐다. 현등사는 현 시대와 적멸보궁에 걸맞는 탑을 조성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비바람에 낡고 부서진 현등사 삼층석탑(경기도 유형문화재 제63)1/3 크기(높이 162cm)로 축소해 복원해 냈다. 적멸보궁 바로 위에 새롭게 자리잡은 부처님 진신사리탑은 2013년 현등사 삼층석탑을 3D 스캔한 자료를 바탕으로 원형대로 복원 조성했다전동(농업용) 운반차 전문제조업체인 ()앨비 오창호 대표이사가 공덕주로 진신사리탑을 세웠다.

이날 법회는 개회사를 시작으로 사리탑 점안의식, 사리탑 제막, 예불, 반야심경 봉독, 산내암자(북암, 서암, 남암) 등기서류 증여, 연기문 낭독 및 인사말, 축사, 격려사, 답사, 법문, 사홍서원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주)다함레저 대표 안응수 회장은 2004년 현등사 경내 토지 약 9만평을 사찰 명의로 등기한데 이어 진신사리탑 불사 회향에 맞춰 개인 명의였던 현등사 산내암자(북암, 남암, 서암)의 토지를 사찰로 증여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현등사 주지 도암스님은 부처님사리탑 연기문을 통해 현등사의 역사와 진신사리탑에 대해 소개한 뒤 역사적으로 많은 고승들이 탑을 세우면서 국토의 번영과 백성의 안녕을 기원해 왔다면서 적멸보궁에 걸맞는 여법한 진신사리탑을 새롭게 조성한 만큼 천년고찰이자 최고의 기도처, 적멸보궁이라는 사격에 걸맞는 현등사가 되도록 대중 모두가 화합해 정진해나가겠다고 서원했다.

새롭게 조성한 현등사 적멸보궁 부처님 진신사리탑 모습.

25교구본사 봉선사 주지 초격스님은 경내지 정비와 지역 내 불교 위상 증대를 위해 정진해 온 현등사 주지 도암스님에게 공로패를 수여하며 격려했다. 초격스님은 제가 현등사 주지 재임 시절, 일주문 현판으로 한북제일지장극락도량((漢北第一地藏極樂道場)’을 내걸었는데 기도도량으로서 면모와 기상, 산사의 정기를 느낄 수 있는 도량은 현등사만한 곳이 없다면서 그동안 열악한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현등사 사부대중 모두가 힘을 합쳐 한북제일도량으로 잘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조계종 원로의원 일면스님은 법문을 통해 간이 나빠져서 희망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는 봉선사 조실 월운스님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현등사 부처님께 절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등사를 찾아와 108참회를 하고 내려갔는데 3개월 후 간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면서 현등사는 최고의 기도처로, 열심히 기도올린다면 분명 그에 맞는 가피가 내리는 만큼 열심히 기도하고 수행정진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봉선사 전 주지 철안·정수스님과 가평군불교사암연합회장 승원스님, 김구태 가평군 경제산업국장, 배영식 가평군의회 의장 등도 답사, 격려사, 축사 등을 통해 현등사 사리탑 불사 회향을 축하했다. 또한 중앙승가대 총장 원종스님과 남양주 동원정사 주지 송묵스님, 양주 석굴암 주지 도일스님 등도 법회에 함께 했다. 

현등사는 진신사리탑 점안 및 회향대법회에 이어 경내 삼성각으로 자리를 옮긴 뒤 선망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업장을 맑혀 각자의 서원을 성취하기 위한 가을산신대재를 봉행했다. 또한 최근 천연안료로 단청불사를 회향한 만월보전을 참배한데 이어 해체복원불사가 한창 진행중인 극락전을 찾아 원만한 불사 회향을 기원했다.

한편 현등사는 회향식 다음날인 1010일부터 적멸보궁 100일 기도에 입재해 기도정진한다.

현등사 산내암자(북암, 남암, 서암)의 토지를 사찰로 증여한 안응수 다함이텍 회장이 도암스님에게 등기권리증을 전하는 모습. 
부처님시라탑 연기문을 소개하고 있는 현등사 주지 도암스님.
조계종 원로의원 일면스님이 법문을 하고 있다.
최근 천연안료로 단청불사를 회향한 만월보전을 둘러보고 있는 스님들.
해체복원불사 중인 극락전을 찾아 불사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스님들.
삼성각에서 열린 가을산산대재에서 헌다를 하고 있는 불자.

가평=박인탁 기자

 

한강 이북 최고 기도처운악산 현등사

도선·보조국사 등 선지식들이
1500법 등불밝혀온 도량

장원급제한 절 대선급제사
고시생과 수험생 기도 줄이어

80년 도굴됐던 사리와 사리구
삼성서
환수후 연2회 공개

현등사 주지 도암스님과 사리탑 공덕주 오창호 (주)앨비 대표이사<사진 왼쪽> 등이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다.
현등사 주지 도암스님과 사리탑 공덕주 오창호 (주)앨비 대표이사<사진 왼쪽> 등이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다.

경기 5()’ ‘소금강산(小金剛山)’으로도 불리는 운악산(雲岳山)8부 능선에 자리한 현등사는 1500년 역사를 간직한 고찰이다. <봉선사 본말사지>에 의하면 신라 법흥왕 27(540) 인도의 마라가미스님이 부처님 법을 전하기 위해 진신사리와 경전, 법구를 갖고 신라로 건너오자 왕이 그를 위해 운악산에 창건했다. 당시 절 이름은 전해져 내려오지 않는다.

이어 도선국사가 약사도량으로 중창했으며 보조국사 지눌이 삼창하면서 현재 사찰이름인 현등사(懸燈寺)라 칭했다. 황폐화된 사찰에서 석등(石燈)의 불빛만은 여전히 밝게 비치고 있어 현등(懸燈)’이라고 이름 붙였다. 또한 조선 초 억불숭유의 부당성에 항거한 함허 득통스님, 조선 후기 대표적인 화엄 학승 화담경화스님, 조선과 근대를 잇는 교학의 중흥조 운허 용하스님 등이 현등사에서 중수를 거듭하면서 진리의 법등을 밝혀왔다.

현등사는 보물 제1793호 동종을 비롯해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현등사 삼층석탑과 목조아미타좌상, 청동지장보살좌상, 아미타회상도, 신중도, 수월관음도, 함허당득통탑 및 석등을, 경기도 문화재자료로 현등사 지장시왕도(124, 173), 칠성정화도, 독성도 등을 소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간의 이목이 가장 집중된 성보는 바로 현등사 삼층석탑이다. 탑에서 발견된 사리함 기록에 의하면 조선 성종 1(1470) 때 세종대왕의 8남인 영웅대군의 부인 송 씨가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던 탑을 개탑하고 부처님의 진신사리 2과를 봉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등사 삼층석탑은 1980년 사리 2과와 수정사리내함, 은제 원통형사리외함 등이 도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공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도굴범 서 모 씨는 계속 교도소를 들락거리고 공범인 친구들의 가정도 파탄되는 등 현등사 사리 도굴 이후 안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게 사리를 훔친 업보라는 생각에 이르자 사건 발생 25년 뒤은 200511현등사 사리구를 1980년 도굴해 팔았다는 참회 편지로 도굴 사실을 현등사에 알려왔다.

삼성문화재단과 소송을 벌였지만 현등사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인해 패소하기도 했다. 종단 차원에서 결성한 현등사 사리 제자리 찾기 추진위원회사리는 예술품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사리는 예배 대상으로 사찰에 봉안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성보환수운동을 펼쳤다. 이에 삼성문화재단은 20069월 현등사 사리와 사리구 일체를 기증 형태로 되돌려줘 현재 현등사에서 소장하고 있다. 현등사는 해마다 부처님오신날과 양력 109일 개산대재에 맞춰 불자와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참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이 재판까지 불사하며 되돌려주지 않으려고 했고, 소장 이후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급성장한 만큼 현등사 사리를 친견하면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부처님오신날과 개산대재 때마다 사리와 사리구를 참배하려는 이들이 현등사에 몰려 든다고 현등사 관계자가 귀띔했다.

현등사의 또 다른 이름은 장원급제한 절 대선급제사(大選及第寺)’. 전국의 수많은 사찰 가운데 현등사대선급제사라는 이름을 단 곳은 전국에서 가평 현등사가 유일하다. 대선급제사 유래는 조선 영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한 선비가 폐사가 되다시피한 현등사에서 하룻밤 머물며 어이, 부처. 내 밥 먹고 과거에 합격시켜줘라고 했지만 낙방하고 만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 현등사에 들려서는 누렇게 해가지고 사람들 속이고 있네. 내 밥만 한 그릇 똑 따먹고라고 극락전의 부처님을 보고 원망했다. 그날 밤 꿈에서 만난 신장이 과거에 급제할 자신이 없으니까 요행을 바라며 밥을 올린 주제에 왜 허물을 남에게 돌려라며 꾸짖었다.

그 꿈 이야기를 전해들은 선비의 아버지는 그 절을 중수한 뒤 스님을 모셔 아침저녁으로 예불 올리고 글을 읽으면 과거에 급제할 것이라고 장가 밑천으로 모아둔 돈을 모두 건네주었다. 아버지의 말대로 실행하자 그 총각은 대과에 장원급제했고, 사연을 전해들은 영조는 현등사에 대선급제사라는 편액을 내려줬다고 한다. 정성을 다해 기도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가르침을 담은 이야기인 셈이다.

나라에서 내린 편액은 소실됐지만 4년 전 당시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이 현등사를 직접 방문해 글씨를 쓴 대선급제사 편액을 지난해 만취당에 내걸었다. 현등사에는 몇 십년 전만해도 적지 않은 고시생이 거쳐 갔으며 최근까지도 현등사에서 고시공부를 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거사들이 한번씩 참배한다고 한다.

아울러 당시 선비가 공양 올렸던 전각인 극락전의 기둥을 만지면 관운이 트인다는 이야기까지 세간에 널리 퍼짐으로써 극락전 기둥을 만지거나 껴안고 가는 이가 적지 않으며 고시와 수능 등 시험을 앞둔 이들의 간절한 합격기도 또한 줄을 잇고 있다.

사진 위부터 현등사에 내걸린 ‘적멸보궁’ ‘대선급제사’ ‘한북제일지장극락도량’ 현판들.

박인탁 기자

 

법의 등불 계속 밝히겠다

가평 현등사 주지 도암스님

도암스님
가평 현등사 주지

20147월 현등사 주지로 부임한 도암스님<사진>은 경내 무허가 불법건축물의 양성화라는 큰 성과를 일궈냈다. 가평군청과 긴밀하게 협력해 극락전과 보광전, 만월보전, 운악산방, 일주문 등 총11동을 양성화해 냈다. 극락전 안전진단 후 해체복원불사를 시작했으며 전통안료를 사용한 만월보전 단청불사도 회향했다. 2020년에는 현등사 산내암자(동암 서암 남암 북암)를 포함한 도량정비 종합 마스터플랜인 <현등사 종합정비 계획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관정사업을 통해 현등사의 오랜 숙원이던 물부족 문제도 해결했다. 적멸보궁 앞 부처님 진신사리탑을 새롭게 조성하고 개인 명의였던 북암과 남암, 서암의 땅을 ()다함레저 안응수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아 사찰명의로 등기하는 등 가람수호에 힘썼다.

봉선사 주지 초격스님은 이같은 공을 인정해 109일 적멸보궁 부처님 진신사리탑 점안 및 회향대법회에서 공로패를 수여하며 치하했다. “사찰 주지로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열악했던 도량을 정비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스님과 신도들이 수행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힘을 보탰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도암스님은 15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천년고찰이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한강 이북 사찰 중 최고의 지장극락기도처인 한북제일지장극락도량’, 장원급제하는 절 대선급제사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사격을 더욱 일신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운악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명산이며 현등사는 운악산 자락에 위치한 최고의 기도처입니다. 현등사라는 이름처럼 법의 등불이 계속 이어지는 도량을 만들어가도록 정진 또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인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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