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기고

"사찰과 템플스테이, 불교박물관은
마음의 병을 이겨내는 강력한 항체 될 것"

답답한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긴 인생은 아니지만, 살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을 맞고 보니, 나이만 먹었지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이 없어 무기력함을 느낄 때가 많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코로나는 신체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감염병이다. 따라서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몸에 백신을 접종하면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팬데믹이 지속하면서 더 큰 문제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마음의 병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불안감, 무기력감, 우울감, 두려움 증에 자살 생각까지 그 빈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어 국민의 정신건강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심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마음이 불편해지면, 일상이 불안정해지고 병의 원인이 된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왕이 있다. 하나는 땅을 지배하는 왕이고, 하나는 마음을 지배하는 왕이다.’

탈무드에서는 그만큼 강력한 힘을 마음이 갖고 있다고 피력한다. <법화경>을 비롯한 불경의 핵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마음에 백신을 시급히 접종해야 한다. 그렇다면 마음에 놓을 수 있는 백신은 무엇일까?

‘마음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학문보다도 명상(瞑想)이 더 필요하다.’ 거실에 모셔둔 부처님을 바라보며 틈틈이 명상으로 안정을 찾곤 하는 필자도 데카르트의 이 말을 확신하게 되었다. 지금의 마음 병은 답답함이 상당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럴때 일수록 자연을 벗 삼고, 그곳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는 전국토 면적대비 산림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위에 해당하는 세계적인 산림 국가다. 꾸준한 치산 녹화사업으로 산림자원의 가치 역시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환경이 중요시 되는 이때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마음의 치유가 얼마든지 가능한 이유다.

아울러, 공기 좋고 물 맑은 곳곳에는 사찰이 밤하늘의 별처럼 자리 잡고 있어, 화룡점정이다. 한잔의 차와 참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부처님의 말씀이 경내를 감싸고, 유유히 흐르는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압축된 불구토인 셈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가 설립된 1946년 이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2004년에 서울에서 ‘세계박물관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200여 개국에서 문화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대한민국을 처음 방문한 이도 적지 않았던 터라 기간 중 우리 고유문화와 고궁, 박물관과 전통음식 등을 탐방하고 체험하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었다.

행사가 끝날 무렵 알아보니 이구동성, 단연 으뜸은 템플스테이였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그 감동을 표현했다.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이었던 필자의 어깨도 으쓱해졌던 기억이 새롭다.

한편, 우리 민족의 역사를 입증해 주는 문화유산의 70% 이상이 불교와 관련 있음은 잘 알려진 바다. 불교를 알아야 우리 역사가 보인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를 수집하고 연구하여 전시·교육하는 불교박물관은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를 말하는 삼보사찰(三寶寺刹)을 포함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법주사, 부석사, 선암사, 대흥사를 비롯한 많은 사찰에서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빼놓을 수 없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불교문화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는 어쩌면 우리와 공생해야 할 반갑지 않는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간은 그 어떠한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특성을 지님에 따라 지금까지 영위해왔다. 이제는 코로나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몸의 건강과 더불어 마음의 건강도 회복해야 한다.

마음의 백신, 이를 처방하고 접종해 주는 곳. 다름 아닌 자연과 함께 잘 익은 가을 석류알처럼 알알이 박힌, 사찰과 템플스테이, 불교박물관은 오늘은 물론 새로운 환경과 맞서기 위한 마음의 병을 이겨내는 강력한 항체가 될 것이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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