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결국 보시… 공정하고 정의롭게 쓰여야죠.”

가난했던 유년기 딛고
세무사자격시험 합격
국세청에서 30년 근무

제16기 조계종 포교사
군부대에서 명상지도
지구촌공생회·연화원 등
각계 단체 꾸준한 후원

납세자의 권익 보호
건전한 납세 풍토 조성
“불자의 책임과 맞닿아”

남창현 한국세무사불자회장을 8월24일 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에서 만났다.
남창현 한국세무사불자회장을 8월24일 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에서 만났다.

철도전문대학 부속고등학교(철도고등학교)1967년 만들어졌다가 1986년 폐교했다. 국립학교이자 가난한 수재들의 학교였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에 철도는 국가의 기간산업이었다. 기차를 운전하고 수리할 전문인력이 필요했고 나라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그만큼 혜택이 대단히 파격적이었다. 학비 전액 무료, 철도청 입사 보장, 입사 후 일반 공채 출신자보다 빠른 승진 등등. 1970년대 사관학교 생도들에 필적하는 대우를 받았다. 그래서 똑똑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몰렸다.

남창현 한국세무사불자회장(南昌鉉, 한국세무사회 감사)가 철도고등학교 출신이다.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갑자기 무너져 10대부터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철도청 기관사로 일하다가 군에 입대했다. 육군 3사단에서 자동차정비병으로 복무하며 3년 만기 제대했다. 대개 힘들게 자란 사람일수록 자수성가의 욕구가 강한 편이다. 대학이 가고 싶었고, 학업과 생업을 병행하며 중앙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전문직이라는 더 큰 꿈을 꾸었다. 교단에 설까도 생각했고 행정공시에 도전하기도 했으나 마침내 세무사라는 평생의 업()이 주어졌다. 42회 세무사자격시험에 합격했고 국세청에서 30년 동안 근무했다. 대검찰청과 대법원에 파견돼 굵직한 탈세 범죄도 많이 잡아냈다.

건실하고 책임감 강한 남성이자 가장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와중에도 순간순간 항상 불교가 있었다. 집안이 불교여서 불교와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고 사춘기 때 불교에 매료되는 경우도 있다. 남창현 회장의 불연(佛緣)은 후자다. ‘삶이란 무엇이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무엇보다 어떻게 살다 가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이 일찍부터 철든 마음에 새겨졌다. 심오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교회도 가보고 통일교도 기웃거리다가 불교에 정착했다. 철도고등학교 불교학생회 창립 주역이다. 자립하여 생업을 할 때에는 세속이 서툰 스님들의 납세도 자기 일처럼 도와주었다. 2019년 제31회 조계종 포교대상 원력상을 수상했다. 법명은 법진(法眞).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불교는 조금씩 무르익었다. 국세청불자회에서 활동했고 재적사찰인 서울 화계사 불교대학을 졸업했으며 화계사에서 10년 이상 공부하고 봉사했다. 전 조계종 포교원장 무진장스님으로부터 수계를 하고 법명을 받았다. 16기 조계종 포교사로 서울 동부 군1팀에 소속되어 있다. 정기적으로 육군 5사단 탄약대대를 찾아 장병들에게 간식을 선물하고 명상을 지도하며 보람찬 나날을 보낸다.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불교상담개발원, 어산작법연구소 등의 감사를 맡으며 살림살이를 점검해주었다. 지구촌공생회 및 남국사회복지관 네팔 및 미얀마 도서관 건립에 후원을 하는 등 모범적인 불자로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종단 스님들의 노후복지를 위한 승보공양 후원에도 열심이다. 부부 포교사로도 귀감이 된다. 부인인 유한숙 포교사와 함께해온 꾸준한 신행과 보시는 방송을 타면서 불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남창현 회장은 현재 한국세무사회 감사로서 납세자 권익보호와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자계산기와 누구보다 친한 직업이 세무사다. 잔뼈가 굵은 불자 세무사로서 매사에 늘 철두철미하다. 치밀한 계산과 조사 그리고 공정한 원칙이 삶의 전부가 되었다. 한번은 실거주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집을 팔 때 거액의 양도세를 물어야 할 곤란에 처한 의뢰인이 찾아왔다. 의뢰인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묘안을 짜내려 궁리하던 중 남창현 회장은 문득 냉장고를 떠올렸다. ‘실제로 그 집에 살았다면 냉장고 문을 하루에 몇 번씩 열어봤을 것이고, 그러면 그만큼의 전력이 소비되지 않았을까?’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가 계량기의 일일 전력 사용량을 꼼꼼히 살폈다. 한국전력공사에도 수소문해 끝내 실제 거주 사실을 입증해냈다.

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 그의 사무실 한편에는 세무사 윤리강령이 걸려 있다. ‘세무사는 납세자의 권익 보호와 건전한 납세 풍토 조성에 최선을 다 한다.’ ‘세무사는 성실 공정한 직무 수행으로 그 품위를 유지한다.’ “자신의 소득에 대해 직접 납세를 해야 하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사소한 행정실수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공정한 세무는 그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에요. 반면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입니다. ‘혈세라는 말이 얼마나 절박하고 눈물겨운 단어인지 항상 가슴에 새기고 검소하게 살아야겠지요.” 내가 한 업무의 성과와 노력이 ‘100%’이라면, 보상은 딱 ‘30%’만 받는다는 것. 불교가 가르쳐준 오래되고 견고한 생활철칙이다.

불교의 참뜻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창현 회장은 별달리 구구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오랜 실천을 통해 얻게 된 지혜는 간단명료하다. 불교적인 삶이란 연기(緣起)와 인과(因果)의 도리를 알고 그 이치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세금과 관련된 여러 불법행위를 목도하면서 터득한 앎이기도 하다. ‘인간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것은 죽음 그리고 세금이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수익이 발생하는 곳엔 응당 세금이 발생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일은 국민의 의무이고 인간의 도리다. 결국은 나보다 어려운 힘든 사람들을 위해 쓰일 돈이기 때문이다. 당장 회피한다고 면제되지 않는 것이 세금이듯이,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머지않아 결실이 돌아온다. 남 회장은 언젠가 염불봉사를 위해 벽제 화장터에 갔다가 수많은 시신들에서 느끼는 바가 컸다. “아무리 제 몫을 남기고 남겨봐야 결국 남는 것은 죽음뿐입니다. 내게 남겨진 것들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베풀고 떠나야죠.”

 

■ 남창현 한국세무사불자회 회장은

1956년 청주 출생. 국립 철도고등학교 운전과와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42회 세무사자격시헌에 합격했으며 국세청에서 30년 동안 근무했다.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동부 군1팀 소속의 포교사이기도 하다. 서울 화계사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16기 일반포교사로 불법홍포에 앞장서고 있다. 선학원 중앙선원 삼보불교학생회 활동을 했고 철도고등학교 불교학생회를 창립한 바 있다. 2008년부터 한국세무사불자회 총무와 회장을 역임하고 사회복지법인 연화원의 감사를 맡고 후원을 했다. 불교상담개발원 감사와 어산작법연구소 감사를 역임했다. 지구촌공생회 및 남국사회복지관 네팔 및 미얀마 도서관 건립에 후원을 하는 등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포교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불교신문3684호/2021년9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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