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찰 많은 토지가 국립공원이나
개발제한구역 안에 편입돼 있어

재산권 행사 못하고 벌금까지 부과
구역 지정도 개발도 정부가 한다

남의 재산 함부로 쓰는 행태 합당한가?

묘장스님
묘장스님

얼마 전 둘레길을 걷는데 일부 구간이 철조망으로 막혀있고, 분노에 찬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지자체가 둘레길 조성사업을 하며 사유지에 길을 내면서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땅 주인은 “일체의 동의를 구한적도 없고 허락해 준 적 없는데 길을 만들어 항의를 하니 공익을 위한 일인데 양보 하라”고 해 분노한다고 적었다.

‘시민들이 두루 사용하게끔 양보 좀 하시지’하는 생각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땅은 엄연히 주인이 있는 사유지고 남의 땅을 이용하려면 양해를 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나 지자체가 개인 토지를 공익을 위해 사용하고자 한다면 응당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자본주의의 당연한 원리다. 확인해보니 북한산 둘레길 설치구간의 70%가 보상 한 푼 못 받은 사유지다. 개발보호구역에 묶여 자신의 땅을 아무런 활용을 하지 못하는데 그 땅으로 정부나 지자체는 마음대로 개발하고 그 공적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억울할 만 하다.

둘레길 조성을 둘러싼 땅주인과 지자체의 갈등은 전통사찰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겪고 있다. 전통사찰의 많은 토지가 국립공원이나 개발제한구역 안에 편입돼 있어 재산권 행사를 못한다. 구역 지정도 정부가 하고 개발도 정부가 한다. 전통사찰 소유 재산을 정부가 제 것인 양 마음대로 사용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활용이 아니라 공원 보존을 위한 공익이라고 강변하지만 이 역시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공원 제도는 1960년대 말에 생겼지만 사찰과 스님들은 천년 넘게 숲과 자연을 보호해왔다. 신라의 최초 사찰 도리사 주위 나무들에는 일제시대 송진 채취 흔적이 남아 있다. 사찰 주위를 빼고는 송진을 채취 할 만한 수령의 소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민간이나 정부는 산의 나무를 땔감이나 수익용으로 함부로 베어 남아있는 것이 없었고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찰 소유 밖에 없었다. 절 주변 숲과 산이 대부분 공원에 편입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찰 주변 숲이 온존했던 것은 스님들 덕분이다. 절에는 산감이라는 소임을 두고 숲을 보호했다. 해인사에 방부를 들이고자 하면 6개월은 산감이나 후원소임을 살아야 했다. 해인사 아래 마을 도자기 공장에서 사찰 숲 나무를 몰래 벌목해 이를 압수하고 감시하는 것이 산감의 중요한 일이었다. 그만큼 산을 지키는 것을 중하게 생각했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학도암에도 일제시대 안진호스님과 당시 주지 스님의 대화가 기록되어 있는데, ‘땔감으로 쓰기위해 암자 주위로 나무를 하러 오면 소리를 질러 쫒아 내다보니 동네 인심이 사나워졌다’는 내용이 있다.

그렇게 정성들여 숲을 가꾸었더니, 정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국가가 이렇게 숲과 자연을 잘 가꾸고 있습니다’라고 생색을 낸다. 이들은 ‘사찰에서 숲을 잘 보호하여 국립공원의 토대가 되었다’거나, ‘사찰에서 토지를 무상사용하게 하여 감사하다’는 등의 인사는 절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사찰의 일상생활까지 관여하고 필수 건축물을 설치 못하게 하며 불법건축물이라는 오명을 씌워 강제 이행금을 강요한다.

불교계는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생각에 정부정책에 늘 발을 맞추고 희생을 감내해왔다. 종단 사찰 불교계 이익 보다 공동체를 우선하는 것이 중생제도의 길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규제를 더 강화하고 공은 애써 감추고 과는 부풀리는 행태를 서슴치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음악 책 등 무형의 재산에 대해 제 값을 치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언뜻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제 값을 치러야 창작자와 생산자가 이익을 얻고 사회가 폭넓어지고 활기를 띤다. 보기에 아름답고 정신 육체 건강에도 좋은 숲도 가치를 생산하는 훌륭한 재산이다. 안면도의 숲, 거제도의 섬에 조성한 꽃밭에 비싼 관람료를 내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정부도 이제 공익이라는 미명아래 불교재산을 함부로 가져가 제 것인 양 쓰는 과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행태야말로 가장 먼저 없애야할 적폐중에 적폐다.

[불교신문3677호/2021년8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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