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스님
현종스님

매년 가을 새집 예닐곱 군데를 깨끗하게 청소한다. 새는 묵은 둥지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봄이면 청소한 새집에 어떤 새가 깃들여 둥지를 트는지 기다리는 즐거움이 큰데 올해는 봄이 다 가도록 한 곳에도 새가 들지 않았다.

텅 빈 새집을 바라보는 마음이 한없이 허전하고 서운하던 차 어느 날 템플스테이관 기둥에 달린 새집에 둥지를 트는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둥지가 엉성해 보여 초보 어미 새라고 생각했다. 며칠 지나 자그맣고 예쁜 알 네 개가 놓여 있었다. 그 알을 품은 어미 새와 눈인사도 나눴다. 어미새는 알을 품고 열흘 까지 한 번도 둥지를 비우지 않았다.

밥을 먹었는지, 물이라도 먹는지, 궁금하고 걱정됐다. 꼿꼿하게 들고 있던 고개가 날이 갈수록 내려갔다. 힘이 빠진 게 역력했다. 부화가 제대로 되는 건가 걱정돼 다가가 보니 힘차게 날아올랐다. 약간 긴 꼬리를 아래위로 까딱거리는 노랑할미새다.

노랑할미새는 다른 새와 달리 파도 타듯 울렁울렁 난다. 건강하게 나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나뭇가지에 옮겨 앉아 지저귀다 요리조리 고개를 돌려 두리번대고 꼬리를 까딱거리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다. 며칠 후 어미 새가 안 보여 둥지를 들여다보니 갓 부화한 아기 새 네 마리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새 생명이 탄생했다.

현덕사에 새로운 가족이 태어나다니 가슴이 벅찼다. 아기 새는 머리가 작은데 입은 억수로 크다. 노란 테두리를 한 부리를 크게 벌려 어미에게 먹이를 서로 달라고 재촉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깃털도 나서 작은 노랑할미새 티가 제법 난다. 며칠 더 있으면 둥지를 떠나 넓은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리라. 지구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우리와 함께 살아 갈 이웃이다.

예전에 비해 새가 줄어든 게 확실하다. 해마다 찾아오던 파랑새, 버부리뻐꾹새, 아주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는 휘파람새 등 오랫동안 우리의 벗이었던 새들이 오지 않았다.

얼마 전 아침 일찍 둥지를 나온 듯한 새끼 새를 보았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졸린 눈으로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홀라당 거꾸로 매달려 졸고 있다. 어미의 따스한 품속 꿈을 꾸었을까. 어서 자라 어미 새가 되는 꿈을 꾸었을까. 저 어린 새의 앞날에 항상 밝은 햇살이 비치기를 기원한다. 또 그렇게 맑은 하늘이기를.

[불교신문3677호/2021년8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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