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의 미학

김봉규 지음/ 담앤북스
김봉규 지음/ 담앤북스

오르고 걷고 느리게 보는
우리 사찰 속 ‘보물찾기’
재밌는 부처님 나라 여행

“맑은 마음과 여유 회복
도움이 되는 책이 되길”

우리나라 전국 명산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은 오랜 세월 스님과 불교신자들의 의식과 문화가 뿌리내리며 한국불교 고유의 정서와 미의식을 간직하고 있다. 싱그러운 숲길과 계절마다 피는 꽃, 고즈넉한 풍경과 분위기,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보유한 사찰이 주는 지적, 미적 감동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방문자도 사랑하게 되는 매력적인 요소들이다. 조선 선비들의 삶과 불교문화를 연구하는 칼럼리스트인 김봉규 영남일보 기자가 최근 펴낸 <절집의 미학>은 이런 요소들을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북이다. 오랫동안 한국의 사상과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해 온 저자가 한국사찰의 특징인 산사 숲길을 오르고, 사찰 마당을 거닐며, 건축물 안과 밖을 관찰하며 발견한 사찰의 소소하고도 귀중한 아름다움을 풍성한 사진과 함께 담았다. 사찰에 도착하기 전 먼저 만나는 숲길, 경내의 주련과 편액, 법당 안의 용과 수미단 등은 물론 일반인은 알기 어려운 요사채와 해우소, 새벽 예불의 매력까지 빠짐없이 훑었다. 여기에 중국, 일본과 한국 사찰의 미학적 차이까지 비교해 지적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저자는 먼저 “비단처럼 아름다워 금수강산이라 불리는 한국의 산수”라며 그 산수 안에 그림처럼 자리 잡은 산사에 주목한다. 한국불교의 한 특징 중 하나인 산사불교는 그 자체로 고유한 문화이며 특히 2018년 영축총림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제5교구본사 법주사, 제6교구본사 마곡사, 순천 선암사, 제22교구본사 대흥사 등 7곳의 산사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됐다. 우리의 불교문화유산은 그 시대의 건축문화를 통해 예술성과 문화사적 가치를 세계인들에게 확인받았으며, 또한 천년이 넘는 긴 역사와 함께 현재까지도 원형을 보전하고 있는 승원문화인 산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자부심을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 산사의 무엇이 그토록 가치 있고 특별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김봉규 영남일보 기자가 최근 우리나라 사찰의 가치를 쉽게 풀어낸 사찰 탐방기 ‘절집의 미학’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오대산 제4교구본사 월정사 전나무숲길.
김봉규 영남일보 기자가 최근 우리나라 사찰의 가치를 쉽게 풀어낸 사찰 탐방기 ‘절집의 미학’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오대산 제4교구본사 월정사 전나무숲길.

저자는 무궁무진한 한국 산사, 사찰의 가치와 매력 중에서도 일반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접하고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처럼 산사를 방문해 직접 찾아볼 수 있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은 산사로 가는 숲길과 꽃길, 스님들의 도반인 매화나무와 배롱나무부터 불교 미술의 정수가 담긴 법당 닫집과 꽃살문, 기단, 기둥, 부도와 편액, 그리고 해우소까지 구석구석 담아냈다. 그뿐만 아니라 가까운 중국과 일본의 사찰, 사찰 정원 등과 비교하여 한국 사찰의 미학을 분석했다. 또 장마다 ‘산사 기행’이라는 제목으로 험한 산을 오르거나 폐사지를 방문하는 등 특별한 여행기를 추가해 더욱 흥미를 높였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사찰의 상징과 그 속에 숨어 있는 미학만을 찾고 분석한 것만은 아니다. 현직 기자 출신의 저자가 특유의 날카롭고 꼼꼼한 시선으로 부처님 나라 산사에 얽힌 전설, 선사들의 일화와 가르침, 스님과의 대화 등을 풀어내 일반 여행자, 불자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선운사 꽃무릇 피는 계절’에서 사찰 주변에 꽃무릇이 많은 것과 관련해 짝사랑에 대한 전설을 소개하고 ‘발밑을 살펴 걸으라는 말씀, 조고각하’에서는 조고각하의 유례인 오조 법연선사와 세 제자 이야기, ‘화룡점정의 예술 작품, 편액’과 ‘소중한 가르침이 담긴 주련’에서는 많은 편액을 쓴 추사 김정희의 작품을 소개하고 사찰에 걸린 한문 주련들의 해석과 출처를 상세히 담아냈다. 또한 우리가 사찰에서 즐길 한국의 파격적이고 유쾌하면서도 그윽한 아름다움을 ‘감동을 주는 요사채의 모과나무 기둥’, ‘자연미와 인공미’ 등 여러 꼭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자는 “물질 만능주의와 극단주의. 인간중심의 이기와 탐욕이 갈수록 만연하는 시대”라며 “연재 기사를 토대로 엮은 이 책을 통해 각박한 삶 속에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이 이 시대에 필요하고도 소중한 우리의 ‘미학’에 공명하며, 맑은 마음과 여유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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