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건축 규제의 그늘 中

종교활동 주민편익 위한 시설에
개발이익환수금 과태료 등 부과

종교시설 규모 따라 분류하면서
전통사찰에만 불이익 ‘종교 차별’

첩첩규제로 종교 활동마저 제약
한시적 특별법 등 완화 방안 절실

전통사찰 972곳 중 불법 건축물 없는 곳 찾기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조계종은 종단 소속 전통사찰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무허가 및 불법 건축으로 인한 미등재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전통사찰 내에서 행해지는 건축은 기본적으로 <전통사찰의보존및지원에관한법률>에 묶여 행위 제한을 받는데 여기에 관계 법령의 개별 적용이 더해지면서 다방면으로 족쇄가 채워지기 시작한 이유가 크다. 사찰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국가 법령, 사찰 건축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규정, 규제에 규제를 더하는 하위 법령 등으로 인한 불편과 불합리가 전통사찰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불합리한 규제의 시작
전통사찰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의 근본적 원인은 토지 대장 및 건축물 대장의 태생적 부실에서 출발한다. 1911년 사찰령에 따라 사찰의 재산목록이 작성되면서 실제와 다르게 기재되거나 누락된 부분이 현재의 공부상 기록으로 이어졌다. 실제 면적과 크기, 지목, 경계선 등이 대장과 다르면 등재가 어렵다. 법 개정과 동시에 일찍이 수정됐어야 할 전통사찰의 토지 및 건축물 대장이 지난 수십년 간 그대로 남으면서 문제는 켜켜이 쌓여만 왔다.

건축물 대장에 건물이 아예 누락되면서 수백년을 존속해 온 사찰 건물이 무허가로 남는 경우도 있다. 토지 대장상 동일한 대지 위에 법당이 이중으로 등재돼 있는 사찰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정비 없이 제정된 법령으로 인해 전통사찰은 규제의 틀 안에 갇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정관청은 대장의 내용만으로 증축 면적을 제한하거나 무허가 건물로 판명되는 법당에 철거 명령을 내리고 있다.

낡은 규제의 틀은 전통사찰이 불법 건물을 양산시키는 기제로 작용했다.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 내 전통사찰은 경내지에 법당을 새로 지을 수 없다. 증축 및 개축 등의 방식으로만 건축 불사가 가능한 까닭에 어쩔 수 없이 무허가 및 불법 시설을 강행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과중한 부담금으로 인해 법당 짓기를 포기하거나 불법 건축물에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을 견디지 못해 법당을 해체하는 경우도 있다. 날이 갈수록 신도들은 늘어가는데 이를 수용할 공간은 없으니, 규제의 벽에 부딪혀 막다른 길에 다다른 전통사찰 입장에서는 손 쓸 방법이 없다는 소리가 나온다.

전통사찰엔 가혹한 통제
개발제한구역법으로 인해 전통사찰이 받아야 하는 통제는 가혹하다막대한 보전부담금은 종교 활동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전통사찰의 경우 부속 토지가 종교용지가 아닌 전, , 임야 등 비종교용지로 등재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축을 하려면 '비종교용지'를 '종교용지'로 변경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부과되는 부담금이 적지 않다.

실제로 조계종 총무원이 지난해 실시한 일제조사 결과, 소속 전통사찰 783개 가운데 570곳의 5282필지 중 종교용지에 해당하는 곳은 1208필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80%비종교용지에 해당되는 셈이다. 전통사찰이 건물을 지으려면 난개발이 목적이 아님에도 이들 지목 변경에 따른 막대한 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개발제한구역법이 해당 구역 주민의 생활 편익과 복지 증진 등을 위한 사업의 경우 부담금을 면제토록 하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공원이나 녹지, 노인 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무질서한 개발을 막기 위해 엄격한 행위 제한을 하고 있지만 주민의 생활 환경을 우선 고려한 규정이다.

전통사찰에서 이뤄지는 건축 행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스님들을 위한 생활공간이나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등산객을 위한 공중화장실 설치 등 종교 활동과 주민 편익 및 복지가 목적이다. 그러나 전통사찰은 부담금 적용 예외 대상에서 빠져있다.

실제로 경기도 인근 한 사찰은 지난해 철거 명령을 견디다 못해 억대 부담금을 납부했다. 겉으로 보기엔 하나의 전통사찰에 불과한데도 20여 개 필지로 쪼개져 농지와 임야 등 5개 지목이 엉켜있던 땅을 종교용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이 들었다. 고민 끝에 쪼개진 땅을 하나의 필지로 합필하고 종교용지로 전환했다는 해당 사찰은 스님의 적극적 의지와 신도들의 전폭적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원칙에 따른 법의 집행이라 해도 전통사찰엔 너무 가혹한 규정이라고 했다.

'종교차별'까지 거론되는 법령
종교차별까지 거론되는 불합리한 규제도 있다.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 <건축법> 등이 명시하고 있는 개발부담금이다. 현행법은 토지 개발로 발생되는 개발 이익을 환수해 적정히 배분하기 위해 개발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부과 대상엔 건축법에 따라 2종 근린생활 시설로 분류되는 종로집회장이 포함된다. 문제는 종교집회장은 부과 대상에 들어가지만 같은 성격의 종교시설의 경우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종교집회장과 종교시설을 가르는 기준은 건축물의 규모다. 현행법은 바닥면적 합계가 500(151) 미만인 시설은 종교집회장으로, 500를 초과하는 시설은 종교시설로 분류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형 교회나 성당 등 현대식 건축물과 달리 소규모의 목조 건축물이 주를 이루는 전통사찰의 특성상 종교집회장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전통사찰 입장에선 똑같은 성격과 목적을 가진 종교시설 임에도 종교집회장종교시설을 분리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종교집회장에만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2016년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소규모 종교집회장을 개발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국토부는 당시 개정 이유로 개발이익환수제 운영 과정에서 도출된 불합리한 사항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려는 것이라며 “(종교집회장과 종교시설)두 시설은 종교단체 고유 목적으로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개발부담금 부과에 차별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정부부처 간 의견충돌로 좌초됐다.

개발 이익 아닌데도...
전통사찰에 적용되는 면적 제한도 과도한 규제로 꼽힌다. 개발제한구역에 걸려있는 전통사찰은 660이상으로 증축을 할 수 없다. 개발제한구역법 시행령은 종교시설의 경우 증축 가능 면적을 증축되는 부분을 포함한 전체 연면적이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 연면적의 2배 이내(연면적이 330미만인 경우에는 660이내)이고 증축되는 부분을 포함한 전체 대지면적이 건축면적의 2배 이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전통사찰이 존재해왔다는 점, 원칙적으로 신축이 불가한 상황에서 기존 건축물 위에 덧대고 올리는 형태로 증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증축 시설 대부분 종교 활동과 주민을 위한 목적에 해당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규제 완화로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하다. 전통사찰에서 행해지는 건축 행위 대부분 법당과 요사채, 신도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난개발로 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전통사찰은 전통사찰법에 따라 역사문화보존구역으로 지정된 경내지에서 건축 등 제반 사업을 하고자 할 경우 관계 법령에 따른 인허가는 물론 시도지사에게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세부 규정을 들여다보면 목조 건축물이 많은 전통사찰의 건축적 특성을 반영하거나 종교 의식이 치러지는 역사문화적 장소로서의 토지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담은 세밀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불합리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전통사찰법>과 별개로 이뤄지는 개별 법령의 중복 규제로 인해 사찰이 겪고 있는 피해 규모는 결코 적지 않다. 각 법령 위반 사항에 따른 과태료가 많게는 수억원까지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찰은 이행강제금 등을 납부하지 못하고 종국엔 법당 철거를 택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전통사찰은 국가가 지정한 민족문화유산이지만 기본적으로 종교 활동을 위한 공간이다. 불교 의식이 행해지는 동시에 스님들의 수행 공간, 신도들의 교화를 위한 곳이다. 민족 문화 창달을 위한 보존이라 해도 각종 규제로 인해 사찰이 정작 종교적 기능을 잃어버리면 아무 쓸모없다는 소리가 높아지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어서다.

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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